"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평등하지 않다. 가장 적은 책임을 가진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겪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지점" - 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인류의 삶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와 보건의 연계 속에서 국가 간 협력과 정책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후위기, 국경을 넘다: 기후 보건 그리고 한국의 역할'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국회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은 기후위기가 환경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 보건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마련됐다.
특히 중저소득국가의 취약 계층은 기후 변화로 인한 감염병 확산, 영양실조, 강제이주, 보건 서비스 접근성 제한 등 다양한 보건 위협에 노출되고 있어 국제적인 협력과 대응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추진하는 보건 ODA(공적개발원조), 국제개발협력 정책에서 '기후'와 '보건' 요소들이 통합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장 활동을 통해 확인한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보건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기후 탄력성을 갖춘 보건 시스템 구축과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조직 차원의 실천 방안을 소개하며 인도주의 원칙 아래 지속 가능한 구호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엠마 캠벨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은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 70여 개국 이상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로 기후위기가 현장에서의 인도주의 활동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매일같이 마주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단순히 환경 위기를 넘어 건강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후변화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조정하고 동시에 인도적 활동의 환경적 영향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조직 차원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한 기여국으로 부상하고 있고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이니셔티브 또한 보여주고 있다"며 "바이오 산업과 디지털 헬스에서 기후 변화 적응과 감축까지 미래 보건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로서 기후-보건 연계 정책 및 활동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모범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하은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취약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 건강’을 주제로 "환경파괴는 감염병, 영양실조 등 질병으로 이어진다"며 "문제는 어린이,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 위험도가 낮은 민감한 집단이 이러한 위험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면역체계가 미성숙하고 체중 대비 공기·물·음식 섭취량이 많아 오염물질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취약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지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인류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중요하다"며 정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법적·제도적 전략 주도, 학계는 실효성 있는 솔루션 제시, 시민사회는 환경 정의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정책 입안자에게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는 제사 폰테베드라 MSF 스위스 의료 총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MSF의 인도적 지원 노력'을 주제로 진행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전염병 확산, 영양실조, 의료 인프라 붕괴 등으로 이어지며 긴급 의료 분야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기후변화와 인도적 위기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적 단체로서 탄소 배출 감축 및 기후 적응 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의 국제개발 및 인도적 단체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MSF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9년 대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또 나이지리아에서는 병원 태양광 시스템을 도입하고 레바논에서는 일회용 장갑 절감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발표 이후에는 정해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이연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코이카) 사업전략처장, 이진원 세계보건기구(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 과장, 패트릭 지통가 녹색기후기금(GCF) 보건 및 기후 선임전문가, 정현미 국경없는 과학기술자회 부회장이 함께 토론을 이어갔다.
국내외 전문가 및 정책 관계자들이 참여한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보건 공여국으로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한국의 기술력과 국제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보건 외교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정 국회 글로벌 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 포럼 대표의원은 "저희가 대선 과정에서 ODA와 관련한 공약을 마련했지만 그 안에 있는 철학과 가치, 기준을 다시 점검하고 보다 통합적이고 책임있는 협력체계를 세우겠다"며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 철학과 방향, 향후 논의까지 따라가야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기에 계속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번 포럼이 한국 사회가 기후와 보건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전 세계 보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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