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간 주도 디지털화폐 시대 '성큼'…CBDC는 주춤?

배소윤 기자 | 기사입력 2025/07/01 [09:21]

한국, 민간 주도 디지털화폐 시대 '성큼'…CBDC는 주춤?

배소윤 기자 | 입력 : 2025/07/01 [09:21]

▲ 한국은행 전경 ./ ©문화저널21DB

 

은행권,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선점 경쟁’ 본격화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로 민간 발행 법적 근거 마련

CBDC 실험, 2차 테스트 보류…공공 주도 디지털화폐 ‘정체’

한국은행 “스테이블코인, 코인런·외환 불안 우려”

디지털화폐 주도권 ‘전환기’…정부 전략 재정비 필요

 

한국에서 디지털화폐의 주도권이 중앙은행에서 민간 금융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화를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이 추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험은 보류 위기에 놓이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잇따라 출원하며 디지털화폐 시장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KRWI’, ‘IBKKRW’ 등 10건, KB국민은행은 ‘KBKRW’, ‘KRWKB’ 등 17건, 카카오뱅크는 ‘BKRW’, ‘KKBKRW’ 등 12건, 하나은행은 ‘HanaKRW’, ‘KRWHana’ 등 16건의 상표권을 각각 출원했다. 신한금융지주도 ‘SFGKRW’, ‘KRWSHB’ 등 21건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상표 선점에 그치지 않고, 암호화폐 금융거래, 전자이체, 채굴업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며 법제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민간 발행을 허용하고 대통령 직속의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산업 육성과 정책 조율 기능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중은행은 물론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일반 금융사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발맞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며, 금융결제원 및 블록체인 전문기업과의 공동 법인 설립까지 검토하는 등 민간 주도의 디지털화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이 주도해온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프로젝트는 실효성 논란과 민간 참여 비용 부담 문제로 정체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26일, 1차 실험에 참여했던 7개 시중은행에 2차 테스트 보류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1차 실험에 투입된 총 350억 원(은행당 약 5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후속 실험의 방향성과 상용화 계획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지속돼왔다. CBDC는 중앙은행이 기관용 디지털 통화를 발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예금 토큰을 만들어 결제 및 송금에 활용하는 구조지만,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실효성 저하 및 금융 안정성 위협을 이유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이 예금자 보호나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 결여돼 있어 시장 신뢰가 취약하고, 대규모 인출 사태인 ‘코인런’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한 외환 시장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유럽연합의 ‘MiCA(암호자산시장규제법)’나 미국의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처럼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중앙은행이 인가권 또는 감독권을 갖는 해외 규제 사례를 참고하며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되지만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과 민간으로 나뉘는 만큼 정책적 성격에 큰 차이가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의 CBDC 프로젝트가 사실상 정체되며 공공 주도 디지털화폐 추진력이 약화된 반면, 민간 금융권은 상표권 확보와 법인 설립 논의, 결제 실험 등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이론적 검증보다 실제 상용화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향후 한국 디지털화폐 시장의 향방은 민간의 기술 혁신 역량과 정부 및 중앙은행의 규제·감독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선 한국이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배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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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훈장 2025/07/01 [14:52] 수정 | 삭제
  • 헛지꺼리 힘빼지말고, 한국은행 직인 찍힌 지폐가 시장에서 천대받지 않도록이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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