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부터 대형마트까지…필리핀 일상 속 '진로', 원동력은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6/29 [20:14]

식당부터 대형마트까지…필리핀 일상 속 '진로', 원동력은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5/06/29 [20:14]

▲ 하이트진로의 '진로(JINRO)의 세계화'가 필리핀 시장을 토대로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K&L의 창고에 보관 중인 진로 소주 모습.  © 이한수 기자

 

하이트진로의 '진로(JINRO)의 세계화'가 필리핀 시장을 토대로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다. 2030년까지 해외시장 소주 매출액 5000억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위해 필리핀을 중심으로 현지화 성공 전략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소주의 필리핀 현지화에는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한인 주류 납품 업체 'K&L'과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 앤 스피릿(Premier Wines & Spirits, 이하 PWS)'의 도움이 컸다. 교민 시장과 편의점(CVS)은 K&L에서, 로컬 업소는 PWS에서 주로 거래하고 있다.

 

▲ 마닐라 본사와 세부 등 지사를 두고 주로 한인 식당, 현지 유통업체, 편의점 등에 진로를 공급하고 있는 K&L.  © 이한수 기자

 

우선 마닐라 본사와 세부 등 지사를 두고 주로 한인 식당, 현지 유통업체, 편의점 등에 진로를 공급하고 있는 K&L을 찾아갔다. 수십 년 전 식품 유통으로 시작해 지금은 30년째 진로 소주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며 필리핀 주류 시장에 안착시킨 핵심 파트너사다.

 

유통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과 필리핀의 유통 구조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 브랜드에 대해 대리점권 또는 독점권을 얻어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필리핀은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종합상사 형식으로 유통하는 구조다. 이러한 점에서 진로만을 유통한 K&L은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거래 네트워크를 확립하는데 이점이 있었다.

 

▲ 하이트진로와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강정희 K&L대표.  © 이한수 기자

 

강정희 K&L대표는 "아버지가 사업을 이끌고 있을 때는 교민, 관광객이 적어 소주 판매가 미미했으나, 교민과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스레 인지도가 형성되고 판매가 증가했다"며 "특히 8년 전부터는 소주 판매량이 확 늘어났고 소주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법인 설립 이후 유통망과 마케팅이 대폭 확장돼 지금은 진로 브랜드가 필리핀 전역에서 현지인에게도 높은 선호도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K&L이 1년에 필리핀으로 들여오는 물량은 컨테이너 550~600대 정도다. 컨테이너 한 대에 소주 20개들이 1260개 상자가 들어가는 것을 계산해보면 연간 취급하는 소주는 1512만 병에 달한다. K&L이 취급 중인 과일 소주는 총 6종(자몽·청포도·자두·딸기·복숭아·레몬)이다.

 

▲ 각 매장으로 유통되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 이한수 기자

 

강 대표에 따르면, 진로 판매는 2018년부터 꾸준하게 연간 약 15% 정도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다. 다만 소주에 대한 선호도는 달라지고 있다. 과일소주를 통해 소주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과일소주 선호도가 높았지만 현재는 레귤러 소주의 선호도가 더 높다. 

 

2022년 기준으로 과일소주와 레귤러 소주의 점유율은 비슷했으나 현재는 레귤러 소주 비중이 약 70~75%로 역전된 상황이다. 참이슬 오리지널 제품의 경우도 매년 감소 추세였으나, 최근 블랙핑크 멤버 '로제'의 유튜브 영상(아파트 뮤직 비디오)으로 인해 올해 판매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요출 K&L 팀장은 "한국 소비자들 사이 참이슬 오리지널은 도수가 세게 느껴지지만, 현지인 로컬 소주 자체가 알코올향이 강하다 보니 현지 소비자들은 오리지널도 독하지 않게 여긴다"며 "최근에는 소맥(소주+맥주) 문화도 유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 PWS의 마이크 산빅토레스(Mike Sanvictores) 영업관리자.  © 이한수 기자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인 PWS의 마이크 산빅토레스(Mike Sanvictores) 영업관리자는 하이트진로 브랜드 확산 배경에 대해 ▲필리핀 경제 회복 및 가처분 소득 증가 ▲프리미엄과 변화하는 소비자 성향 ▲전자상거래 성장과 유통 채널 확장 ▲한류 문화와 소주의 인기 등을 꼽았다.

 

그는 "하이트진로의 장점은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는 점과 한류 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필리핀 지방 시장에서도 구할 수 있고 아주 조그만 가게에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로컬 시민을 타깃으로 운영 중인 매장 '퓨어골드' 파라냐케점 매장에서 진로 소주의 현지 인기를 실감했다.  © 이한수 기자

 

이후엔 필리핀 현지 매장을 방문해 진로 소주의 유통 상황을 살펴봤다. 우선 중저가 중심으로 로컬 시민을 타깃으로 운영 중인 매장 '퓨어골드' 파라냐케점 매장에서 진로 소주의 현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퓨어골드는 필리핀 내 최대 규모의 슈퍼마켓 및 하이퍼마켓 체인 중 하나로, 중산층 및 소규모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한 도매형 할인점 형태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전국적인 유통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성비 중심 소비자층에 강한 접근성 보유하고 있다. 

 

퓨어골드에서는 진로 24(700ml), 과일 소주, 레귤러 소주 등을 판매 중이다. 가격대를 보면 한국산 생산 수입 소주와는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고 현지 생산 제품은 한국 소주의 약 60% 수준의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 퓨어골드 매장 안 진열대에 배치된 하이트진로 소주 모습.  © 이한수 기자

 

매장에서 만난 안드레아(Andrea. 21)는 "코로나19 당시 한국 드라마를 즐겨봤는데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먹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는 레귤러 소주(참이슬 후레쉬)가 잘 맞는다. 필리핀에 흔한 40도짜리 현지 술들(탄두아이, 엠파라도르 등)에 비해 소주는 훨씬 부드럽고 마시기 편안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술을 마시면 다음 날 두통이 심한 경우가 많지만, 한국 소주는 상대적으로 숙취나 머리 아픔이 덜하다"며 "그래서 몸에 더 잘 맞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격대에 대한 만족도도 나타냈다. 그는 "맥주보다는 비싸고 위스키보다는 저렴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가성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필리핀 마닐라 현지 쇼핑몰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에 진열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이한수 기자

 

필리핀 리테일 및 부동산 산업 부문 1위 그룹 SM의 산하 대표 쇼핑몰인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에서도 하이트진로의 소주가 진열대를 꽉 채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SM 그룹은 소매 유통, 부동산 개발,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전국 유통망과 소비자 접점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브랜드의 현지 진출 시 핵심 파트너사로 꼽힌다.

 

특히 아시아 3위 규모이자 중상층 고객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의 진열대에 자리한 진로(JINRO)는 필리핀에서 대표 소주 브랜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을 구입한 필리핀 현지 주민.  © 이한수 기자

 

필리핀 주요 도시에 위치한 코스트코(Costco) 스타일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하이트진로는 소비자 시음 행사, 패키지 단위 판매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브랜드 체험 기회를 확대해, 다량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음 행사가 진행 중인 팝업에서 만난 얼윈(Erwin, 43)은 "2014~2015년 즈음 바텐더로 일을 했었는데 당시 근무했던 바에 진로가 있어서 마시게 됐다"며 "다른 종류의 술에 비해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고 음식과 같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참이슬 오리지널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서 진행된 하이트진로 시음 행사.  © 이한수 기자

 

이어 "친구들과 함께 주말에 모임을 할 때 많이 마신다. 소주만 먹기도 하고 과일이나 다른 음료와 같이 섞어서 먹기도 한다"며 "일반적으로 혼자 마실 때는 4본입 제품을 구매하는 편(S&R에는 4본입 번들 판매중)이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에는 한 박스(20본입)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필리핀은 동남아 시장 중에서도 진로의 대중화의 선도 국가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방문해 본 마닐라 시내 대형마트와 업소에서 진로는 수입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모습이었다.

 

(필리핀 마닐라)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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