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15곳, ‘미흡’ 13곳…성적표 공개 안전관리 부실 SOC 기관, 평가 결과 ‘휘청’ 직무급 우수 기관 인센티브, 부진 기관은 예산 삭감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가 베일을 벗었다. 성적표에 따라 웃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경영 부실과 중대재해로 기관장이 해임 건의되거나 경고장을 받는 곳도 속출했다.
기획재정부는 20일 87개 공공기관 중 15곳에 ‘우수’ 등급을 부여하고, ‘아주미흡’ 기관장 퇴출과 성과급 삭감 등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의 긴장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총 87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가운데 15곳이 ‘우수(A)’ 등급을 받았으며, 경영실적이 부진하거나 안전사고 발생 등 책임경영이 미흡한 기관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와 성과급 삭감, 경고 등 강도 높은 후속조치가 이어진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평가는 생산성과 재무실적 같은 기관 운영 효율성과 공공성을 균형 있게 반영했으며, 물가·주거 안정, 투자·채용 확대 등 정부의 핵심정책 수행 노력도 평가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평가는 지난해 12월 평가편람 확정 이후 100명의 민간 전문가로 평가단을 꾸려 올해 2월부터 약 4개월간 현장 실사와 외부 검증 등을 거쳐 실시됐다. 현장 실사 과정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복원돼 공정성과 객관성을 한층 강화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곽채기 공기업경영평가단장은 "기관 설명회 시간을 2배로 확대하고 쟁점사항에 대해 평가위원이 재검토할 수 있도록 ‘기관 현황 설명’ 절차를 신설했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공기업 32개, 준정부기관 55개를 대상으로 경영실적과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을 평가한 결과, ‘탁월(S)’ 등급은 한 곳도 없었고 ‘우수(A)’ 등급은 총 15개 기관(공기업 5개·준정부기관 10개)이 받았다. ‘양호(B)’는 28개, ‘보통(C)’은 31개, ‘미흡(D)’은 9개, ‘아주미흡(E)’은 4개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가 A등급을 받았다. 준정부기관에서는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이 포함됐다. 반면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관광공사, 환경산업기술원 등은 E등급으로 평가돼 경영 부진이 드러났다.
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에서도 ‘탁월(S)’ 등급은 없었고, 한국남동발전,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술보증기금,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4곳이 A등급을 받았다. D등급을 받은 기관은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평가에서는 계량지표의 득점률이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곽채기 단장은 "경영관리 계량지표의 최고-최하 유형 간 득점률 격차가 9.8%p로, 비계량지표의 0.9%p에 비해 영향력이 월등히 컸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에서도 계량지표의 최고-최하 평가 간 격차가 6.9%p로 비계량지표(2.3%p)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평가의 주관성을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높였다는 방증이라는 것이 평가단의 설명이다.
SOC(사회간접자본) 유형 기관의 평가결과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안전 및 재난관리 지표에서 취약점이 두드러지며 중대재해 발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곽 단장은 "8개 SOC 기관 모두 안전·재난관리 지표에서 D·E등급을 받았다"며 "중대재해율이 산업평균을 상회했고 외주화 등 안전관리 대책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른 강도 높은 후속조치도 함께 마련했다. 우선 평가등급이 2년 연속 ‘미흡(D)’이거나 ‘아주미흡(E)’인 기관장 중 재임 요건을 충족한 주택도시보증공사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한다. 미흡(D) 등급을 받은 기관 중 재임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 4명,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장 10명, 감사평가에서 미흡(D)을 받은 상임감사 3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가 내려진다.
성과급은 종합등급이 보통(C) 이상인 기관에 한해 차등 지급된다. 다만 재무위험기관 중 당기순손실이 연속 발생하고 손실폭이 증가한 한국철도공사 등은 임원 성과급의 25%를 삭감하며,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한국공항공사 등에는 성과급 25% 자율 반납을 권고한다.
아울러 직무급제 도입·운영이 우수한 6개 기관(한국남부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국토정보공사,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는 ‘26년 직무급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총인건비를 0.1%p 추가로 인상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미흡(D)·아주미흡(E) 등급 13개 기관에는 경상경비 삭감과 경영개선계획 제출 의무가 부과되며, 중대재해 발생기관 12곳에는 안전 관련 개선계획 제출도 요구된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이 책임경영을 실천하도록 하고, 대국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평가와 후속조치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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