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고위 당국자들과 비공식 회동을 가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이루어진 이 방미는 단순한 외교 동향이 아닌, 한국 대선 외교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읽힌다.
김 전 본부장은 회동 자리에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 구상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이 메시지가 단순한 후보 입장의 전달이 아니라, 향후 정권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교적 교두보 구축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발적 접촉이 아닌, '선거 외교'라는 신개념을 실험한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 외교의 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첫째, 비공식 채널을 통한 선제적 외교 행위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선 과정은 대부분 국내 이슈 중심으로 흘러왔고, 외교는 주로 토론회나 선언적 공약으로 소비됐다. 그러나 김현종의 방미는 대선 캠프가 실질적인 외교 채널을 활용해 사전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아닌 트럼프 진영과의 접촉이라는 점은, 대선 결과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워싱턴 정세를 선제적으로 고려한 행위로 보인다.
둘째, 이재명 캠프의 외교 라인 구성에 내재된 전략적 사고다. 김현종은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통상 실무를 총괄했던 실력자로, 한미 FTA, WTO 협상, 대북제재 조율 등 다면적 협상을 이끈 경험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문재인 정부 내내 강경하고 직선적인 통상관으로 비판받았으나, 이번 방미는 그의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재확인시킨 계기였다. 이재명 후보가 그를 보좌관으로 기용한 결정은 단순한 인사 차원이 아니라, 외교안보의 실무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셋째,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에 대한 주도적 메시지 제시다. 김 전 본부장은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 동맹을 넘어, 가치·통상·기술 협력까지 포함하는 '업그레이드된 동맹'을 제안했다. 이는 한미동맹의 '재정의'를 요구하는 세계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수동적 동맹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미국 측에 전달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식 미국우선주의 외교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높은 현 상황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는 소통은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또한 김현종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관료가 아닌, 정권 이행기 외교 설계자로서 조명하며, 한국 외교의 미래를 바라보는 하나의 프레임을 제시한다. 김 전 본부장 역시 "이재명 후보는 외교안보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실무를 존중하는 리더십을 가진 분"이라며, 외교적 판단과 인선에 있어 깊은 신뢰를 표한 바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외교는 진화의 초입에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던 외교의 단절을 넘어서기 위해, 이제는 대통령 후보의 철학과 외교 전략이 국제사회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선제적으로 발신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김현종 전 본부장의 방미는 이러한 시대적 징후의 상징으로, '선거 외교'라는 말이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실천 가능한 전략임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최세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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