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스필버그' 배창호 감독 "하고 싶은 얘기 아직 많아"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5/06 [01:55]

'한국의 스필버그' 배창호 감독 "하고 싶은 얘기 아직 많아"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5/05/06 [01:55]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배창호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창호 감독.  © 이한수 기자

 

"요즘의 많은 한국 영화에서는 대부분 배경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배경은, 특히 자연은 주인공과 같은 출연자로 입체감 있게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진행 중이던 지난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배창호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기자회견에 참석 배창호 감독은 최근 한국 영화에서의 아쉬운 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연도 하나의 출연자고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영화에 입체감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기술 발전되고 AI가 나와도 흔들리는 나무, 바람의 느낌은 감독이 직접 느꼈을 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굳이 그 장소에 가서 찍을 이유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에 가서 인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배 감독은 '꼬방동네 사람들(1982)'로 데뷔해 '고래사냥(1984)', '깊고 푸른 밤(1984)', '황진이(1986)', '꿈(1990)', '정(1999)' 등을 연출했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히트시킨 그는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로도 불렸다. 

 

▲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전을 진행한 배창호 감독.  © 이한수 기자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박장춘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업(2025)'을 공개했다. 배 감독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콘셉트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그동안의 촬영지를 다시 찾아 자연, 도시, 건축물 등의 공간과 작품과의 관계, 그리고 삶과 영화에 관한 생각을 말한다. 

 

박 감독의 제안을 몇 차례 고사했다고 밝힌 그는 "내가 촬영했던 장소에 관한 영화로 범위를 좁혀서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받아들였다"며 "내가 안내자가 되어 18편 작품 속 장소를 탐방하면서 영화를 소개하고 알려주면 관객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배 감독은 "신기하게도 장소를 찾아가니 촬영 당시의 기억이 다 나더라"며 "작품을 같이 했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아역배우들에 대한 고마움 등이 느껴지면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확 달라진 전경들에 안타까움을 느낀 부분도 있었다"며 "설경을 찍으러 강원도를 찾으면 90년대 중반만 해도 늘 다른 촬영팀을 마주치곤 했다. 하지만 이젠 내가 좋아하던 강원도의 드넓고 하얀 벌판이 많이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46년 전 '깊고 푸른 밤'을 촬영했던 미국 데스벨리는 여전히 보전되고 있어 인상 깊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동안 함께해 온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배 감독의 영화를 보면 故 최인호 소설가가 각본을, 안성기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시 이 세 사람을 '흥행 트로이카'라고 일컫기도 했다. 

 

배 감독은 "최인호 작가님은 내 영화의 대중성을 뒷받침해 준 분"이라며 "인생 선배로서 삶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고 그분이 가진 문학적인 요소들이 내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또 "안성기 배우와는 내 영화 18편 중 13편을 함께 했다"며 "그야말로 호흡이 잘 맞고 말을 많이 주고받지 않아도 속마음을 다 아는 사이다. (건강 문제로)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 배창호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여전한 연출 의지를 드러냈다.  © 이한수 기자

 

그는 여전한 연출 의지와 철학을 드러내기도 했다.

 

배 감독은 "안톤 체홉이 그랬다. 소재는 무궁무진하고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라며 "15년 간 쉬면서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이 있는데 불행히도 영화는 돈이 굉장히 많이 든다. 물론 개인 돈을 들여 작품을 찍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 및 투자자와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다"며 "90년대는 감독의 창작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존중받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시스템에 적응은 했지만 순응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때를 기다리고는 있다. 이성과 감성, 경험, 체력 관리 등을 잘 지키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창호 감독은 '배창호의 클로즈업' 외에도 한국 전쟁 때 헤어져야 했던 자매의 굴곡진 삶을 그린 '그해 겨울 따뜻했네(1984)',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스토리는 압축하고 내면에 치중한 작품인 '황진이(1986)',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서사와 이미지, 내면적인 것이 같이 어우러진 '꿈(1990)'을 선정해 관객에게 선보였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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