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아침방송도 거짓정보에 밀어내기까지
의료계에서 대리수술과 허위·과장 광고 등의 범죄행위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가운데, KBS·MBC·SBS 등 방송3사가 원칙 없는 방송출연을 허용해 사실상 이를 방조하거나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특정 병원장의 공판 당일 아침방송에서 그 병원장을 소개하는가 하면, 해당 원장의 신의료기술을 소개하는 일명 밀어내기(비슷하거나 부정적 기사를 가리기 위해 다른 기사를 보도하는 행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리수술 재판 당일 방송 출연한 병원장 SBS, 병원장 혐의 알고도 출연 강행 ‘논란 덮기(?)’
방송계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의혹을 받거나 혐의가 있으면 보통 출연 하차를 결정한다. 대체로 자신이 출연하는 작품이나 프로그램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본인이 결정하지 않더라도 방송에서 사전에 출연을 막아 논란을 최소화한다.
의혹이 생기면 출연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다른 분야에 비해 의료계통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관대한 모습이다. 의료법 위반 혐의(대리수술)로 현재 재판 중인 병원장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대리수술 혐의로 재판장에 선 당일에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의료기술을 알리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9월 23일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SBS '좋은 아침' 중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는 '더 건강한 스쿨'에 출연해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방송이 전파를 탄 날짜는 고용곤 병원장이 대리수술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날과 동일했다. 더욱이 이날 방송에서 소개한 수술은 대리수술 혐의를 받는 그 수술이었다.
당시 본지는 이런 사실을 SBS 좋은아침 측에 알렸지만 SBS는 이런 문제를 묵인하고, 이후 방송에서도 고 병원장을 예정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 명백히 대리수술 혐의와 재판상황을 알면서도 방송에 출연시킨 것이다.
KBS는 뉴스까지 동원돼 거짓정보 & 밀어내기
KBS뉴스는 부산 관절병원의 대리수술을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같은날 똑같은 혐의를 받는 연세사랑병원을 뉴스에 출연시켜 신의료기술을 소개하는 황당한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단독] 헛웃음 부른 KBS뉴스의 대리수술 고발> 관련기사 참조. KBS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관절·척추 병원에서 벌어진 무면허 대리 수술 실태를 영상과 증언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단독보도를 통해 고발해 왔으며, 이번 보도는 여기에 따른 후속보도 차원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같은 날 '지방줄기세포로 관절염 진행 늦춘다'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지방줄기세포 치료법을 소개하고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고 알렸다.
문제는 뉴스에 출연해 치료법을 소개하면서 등장한 의사가 KBS가 같은날 보도한 부산의 관절병원과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연세사랑병원의 고용곤 원장이라는 점이다.
추후 기사는 삭제됐지만 이날 뉴스에는 대리수술 외에도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줄기세포가 아닌 주사 치료법을 줄기세포 치료법이라고 소개한 것이다. 여기에 치료 효과에 있어서도 연골재생 등의 효과가 있다고 잘못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대리수술 혐의를 받는 병원장의 병원을 배경으로 환자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방송이 나가기 수개월 전 이미 정부는 연세사랑병원이 신청했던 SVF기술에 대해 ‘줄기세포’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KBS가 의료법 위반의 리스크를 갖고도 보도를 강행한 것이다.
KBS뉴스는 이 밖에도 2012년부터 지방줄기세포가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왔다. [지방줄기세포 관절염에 효과. 2012.10.19.], [지방줄기세포 무릎 관절염 치료에 효과. 2013.11.11.], [무릎관절에 지방줄기세포 주입했더니. 2015.11.14.], [골수 줄기세포로 관절염 진행 늦춘다. 2023.10.24.], [지방줄기세포로 관절염 진행 늦춘다. 2025.2.1.] 등이 대표적이다.
뉴스 뿐 아니라 아침방송은 사태가 더욱 심각했다. KBS 아침마당은 연골재생 치료와 관련해 줄기세포 치료법을 2023년 11월 2일, 2023년 8월 24일에도 같은 내용을 방송을 통해 흘려보냈는데 지난해 4월 25일 KBS 아침마당 방송을 살펴보면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SVF를 소개하면서 “주사를 이용해 무릎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손상된 연골세포의 성장을 도운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과 정부의 신의료기술평가에는 해당 기술을 두고 줄기세포, 연골, 세포성장 등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의료법 위반인 셈이다.
이런 행태는 MBC도 마찬가지였다. MBC는 지난해 7월 12일과 10월 18일 ‘나를 살리는 1교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방 줄기세포치료가 연골재생이 가능하다는 검증받지 못한 사실을 꾸준히 방송했다.
방송3사에 대한 계속되는 민원
방송 3사에서 계속되는 대리수술 병원장 출연과 잘못된 의료정보 방송으로 인해 시민들의 민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원인들은 방송에서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출연하여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 등에 대한 효과를 과장하거나 잘못된 의료 정보를 전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된 민원 신청 내용에 따르면 MBC '나를 살리는 1교시' 프로그램과 'MBC 다큐프라임' 프로그램에서 고 원장은 “복부나 엉덩이에서 지방을 추출해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할 수 있다”, “지방줄기세포를 농축해 연골세포로 분화시켜 연골을 재생할 수 있다” 등 의료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방송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SBS '좋은아침' 프로그램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됐다. 고 원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PRP와 뼈 대체제를 넣으면 괴사된 뼈가 재생된다", "지방을 농축하면 줄기세포가 많아 연골 재생에 효과적이다" 등의 내용을 방송했는데, 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의료 정보라는 취지로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들은 이러한 방송 내용이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 제3호, 제8호, 제10호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 정정과 관계자에 대한 징계,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연세사랑병원의 방송 출연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과 민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도 수많은 민원이 접수되고는 있지만, 방송사 측은 ‘법적 처벌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연을 계속 허용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방송사와 병원의 이런 관계를 두고 유착 또는 카르텔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방송3사가 스스로의 공익성을 포기하고 의료기관의 상업적 이익에 봉사하는 구조가 고착화될수록 피해는 오직 국민과 환자의 몫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계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계속 방치된다면 공영방송의 신뢰성은 물론, 국민 건강을 위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까지 무너질 것”이라며 “이제라도 방송사들이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고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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