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빈부격차 문제는 늘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기존의 논의는 ‘분배 vs. 성장’이라는 양극화된 구도 속에서 진행되어 왔다. 한쪽에서는 분배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성장을 통해 전체적인 부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립 구도는 결국 제로섬 사고에 머물러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최대공약수를 찾기 어려운 이 논쟁을 벗어나 최소공배수를 탐색해야 할 시점이다.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분배 vs. 성장’, '진보 vs. 보수'라는 대립을 뛰어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의 미래사회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것 중 하나가 대중주도사회(crowd-based society)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20세기 경제 구조는 엘리트 주도 방식에 의해 움직여 왔다. 정부, 대기업, 금융권 등 정보를 독점하게 된 특정 소수 계층이 경제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대중은 그 흐름에 따라가는 형태였다. 그러나 21세기의 경제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메타유니버스 경제, 구독 경제, 프로토콜 경제, 팬덤 경제 등 새로운 경제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대중이 직접 경제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동운동이나 사회적 약자로서의 읍소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권리 투쟁과 더불어 ‘소극적 소비자’ 역할에 머물렀던 대중이 점차 ‘생산자’이자 ‘경제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중주도사회는 더 이상 특정 엘리트 계층이 미래 경제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중이 전문가집단과 함께 직접 참여하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크라우드 펀딩,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 P2P 금융, 플랫폼 노동 등은 이미 대중이 경제 구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미래 경제는 AI와 ESG 등을 통한 투명한 관리시스템으로 대중이 직접 경제 구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주도사회로의 전환은 기존의 사회적 계층 구조, 기업의 역할과 지배구조, 정부의 역할 등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대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면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소비자 스스로 기술을 선택하고,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직접 시장을 형성하는 모습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은 결국 ‘분배 vs. 성장’이라는 기존의 제로섬 시각적 대립을 넘어, 대중이 주체가 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위기론은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큰 위기는 네트워크와 AI로 인해 이미 도래한 정보대칭시대에 대중이 적극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마련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수저나 사교육 없이도 자본과 기술, 기회가 특정 계층에 독점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는지, 협력과 공존을 기반으로 기회의 형평성과 혜택의 호혜성을 대중에게 골고루 주어지고 있는지 되돌아본다면 당연 지금 우리 사회가 경제위기라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 

과거의 사회가 소수 엘리트가 설계한 시스템을 대중이 따르는 방식이었다면, 미래 사회는 대중이 함께 사회적 공동선(Social Impact)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통합하는 최소공배수적 접근이자, 지속 가능한 경제 사회 구조를 만드는 길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