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독립 조사기구 통해 해결 인사 평가기준 투명하게 공개…공정한 보상 위해 전환배치·기업 변동 절차 개선 "당사자 의견 청취해야" 주 52시간제 예외 확대에 대해선 "시대착오적 발상"
정보기술(IT)·게임 업계 노조가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산업 내 건강한 노동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2025년 IT위원회 공동요구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조치위원회 설치, 분사·인수·합병 등 기업 변동 시 노동자의 권리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동요구안은 IT/게임업계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고용불안, 공정한 평가 등에 개별 업계 차원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임금·단체교섭에서 최초로 업계 공동요구안을 도입하고 ICT 업계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연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화섬식품노조의 활동으로 ICT·게임업계에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포괄임금제가 거의 다 퇴출됐다"며 "한걸음 더 나아가 ICT·게임 노동자들이라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고용불안, 직장내 괴롭힘, 공정한 평가 등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업계 전반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8년동안 노조를 하면서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핵심적으로 가장 많이 요구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오늘 제시할 내용들"이라며 "이런 것들을 일반화시켜 놓으면 노동자들이 불안감없이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에서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요구하는 부분들이기에 장기적으로 좋은 회사로 나가기 위해 서는 노사가 함께 이런 모범적인 내용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지금부터 시작해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들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라고 더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부위원장은 "IT위원회 소속 지회들이 그동안 개별 기업과 교섭을 통해 노동 조건을 개선해왔으나, IT/게임 산업 전반에서 노동자들이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교섭을 넘어 산업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동요구안 제시는 IT/게임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건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것"이라며 "사람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오고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동요구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조치위원회 설치 ▲인사평가 공개 ▲경영상 사정으로 인한 전환배치 ▲기업변동 절차 등 4가지 내용이 담겼다.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현 노동법상 괴롭힘이 발생하면 조사·판단의 주체가 모두 인사담당자이고 이들의 주관성, 즉 괴롭힘에 대한 인식, 해결의지, 괴롭힘 당사자와의 관계 등이 조사와 판단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조치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해 독립적인 조사기구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오 부위원장은 "욕이나 폭력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업무 압박이 부당하게 이뤄지고 교묘하게 진행되는 괴롭힘도 많다"며 "외부기관은 회사나 상황,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내부 독립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사평가와 관련해서는 그 기준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이는 IT/게임업계의 화두인 '공정한 보상'과 연결돼 있다. 평가를 통해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공정한 보상을 위해서는 인사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투명성이 보장 돼야 한다는 것이 IT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평가 기준을 공개하고 평가 등급에 따른 연봉과 인센티브 등 객관적인 지표를 공개하며 개선 필요하면 조합과 협의하고 3개월 전에 조합원의 의견 청취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환배치와 기업 변동 시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오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안정된 토대 위에서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IT·게임 업계는 회사 내 프로젝트 개편에 따른 전환배치,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기업변동을 활용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고용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즉, 사전에 조합에 미리 통보하고 공유해서 당사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것이다.
오 부위원장은 이날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도 명확히 했다.
그는 "노동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IT·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를 소모품처럼 소진시키는 단기적 접근에 불과하다"며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업계 전반의 인적 토대를 취약화 해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며 "노동자를 갈아넣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자가 더 몰입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면서도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라"고 강조했다.
IT위원회는 2025년에 열리는 각 회사의 임단협 교섭에서 이번 공동요구안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섭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편, 화섬식품노조 IT 위원회는 네이버를 비롯해 넥슨·넷마블·배달의민족·스마일게이트·엔씨소프트·NHN·웹젠·한글과컴퓨터·놀유니버스(야놀자·인터파크)·알티베이스 등 다양한 IT·게임 기업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며 산업 내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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