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제도는 생명권·건강권 등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한 핵심 장치 수혜자 인격 존중, 신속한 구제, 적극적 실천으로 인권 수준 향상 가능
전쟁과 기아상태에서 인권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생명권과 건강권, 교육권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 미국 루즈벨트대통령의 부인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엘리노어 루스벨트(Eleanor Roosevelt)는, 세계제2차대전 직후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하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명제를 남겼다.
참혹한 전쟁과 기근 상황 속에서도 인간 스스로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고, 특히 육체적, 정신적, 정서적, 언어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약자와 가난, 장애, 질병에 있는 소외된 계층을 국가가 지키고 보살펴 자립을 지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함을 독려한 것이었다.
인간의 존엄한 삶을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회적 장치가 바로 ‘사회보장제도’라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사회보장의 혜택을 누려야 최소한의 인권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여가 없었다 하더라도 차별없이 보장받아야 할,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사회수당, 사회급여, 사회보험 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사회보장제도는 인권의 가치와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1조 법의 목적에서도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라고 명시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들이 인권을 추구하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 국가의 사회복지 수준과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결국은 한 국가의 인권 수준을 높이는 것이 된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국민의 인권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영역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수혜자에 대한 ‘인격적 대우’이다. 사회보장 급여는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합리적, 현실적, 체계적이어야 하며, 도덕성과 차별없는 접근용이성을 갖추어야 한다.
즉, 사회복지서비스 자체가 수혜자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취약하고 소외된 집단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기초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는 뜻이다.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경우에도 점진적 절차를 통해 단절에서 오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행정에도 최소한 인격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두 번째 영역은 인권침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이다. 사회보장제도 자체나 사회복지제도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의 사례가 있다면, 이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별도의 법적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제도와 절차를 갖추고 있더라도 인권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기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
세 번째 영역은 인권증진을 위한 ‘적극적 실천’이다. 즉, 사회복지 현장에서 인권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훈련과정을 이수하게 하여 실제로 수혜자, 사회복지사, 관리자, 공무원 등이 인권의식을 갖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이 세 가지 영역의 인권의식 강화를 위해서는 첫째, 사회보장제도 수혜자를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연민과 동정으로 인한 낮은 처지의 사람들이 아니라, 알권리를 통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는, 복지집행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스스로 인권의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둘째, 인권의식을 공동체의 사명으로 인지해야 한다. 인권침해예방교육을 통한 인권감수성 증진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복지제도인식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복지현장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혜자들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인권침해, 반대로 수혜자들에 의한 사회복지사의 인권침해 등 사회복지시설 운영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인권위험요소들에 대한 근본적인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넷째, 기후변화, 1인가구 가족구조 변화, 인구구조 변화, 4차산업기술 등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고 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인권침해 위협요인에 대한 대응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새 위협요인에 대한 대상자의 발굴, 사회복지서비스 개발, 교육과 솔루션 플래폼 등이 필요하다. 다섯째,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감시와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가 또 다른 인권침해라는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관심갖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구혜영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 광진구복지재단 이사장 (현)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자원봉사 자문위원장 (현)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운영위원장 (현) 한양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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