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노트] 작가의 길을 여는 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이야기문학상 담당 기획자가 말하는 소설가와 함께 나아가는 길# 문화저널21 <출판인노트>는 출판 기획자, 편집자, 마케터 등 현직 출판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두르지 마라. 네가 무얼 잘하는지 너 자신도 모른다. 그걸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연습량이 필요해. 지금은 너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주 종목 정하는 건 한참 뒤의 일이다.”
무려 일곱 번이나 신춘문예서 낙방한 뒤 넥서스 경장편 단편선 대상을 받은 소설가 권석의 작품 속 문장이다. 그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방황하던 시기의 자신에게 ‘괜찮다’라며 토닥이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가시를 세우고 웅크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소설가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은 창작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감정인 동시에 그 창작물이 자신만의 것이 아니길 바라는 염원이기도 할 테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은 이러한 탐구의 과정을 존중하며,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 가치를 재발견하고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무대다. 우리는 단순히 수상작을 선별하는 것을 넘어, 창작의 가능성을 열고 한국 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첫걸음을 함께하고자 이 상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 문학은 오랜 시간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통해 성장해 왔다. 하지만 세계 문학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문학상이 바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이다. 이 작가상은 한국 문학의 발전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을 목표로 제정되었다.
내가 이 상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새로운 작가의 가능성을 발견할 때다. 매년 공모 기간이 되면 접수되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아낸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이다. 많은 문학상이 작가들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선인세 개념을 사용한다. 이는 작가가 출간 이후 인세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 창작 활동에 제약을 줄 수 있다.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은 이러한 관행을 탈피하여 상금과 인세를 분리해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상금을 창작 지원금으로 제공하면서도 출간 후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별도의 인세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금전적 부담 없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만난 한 소설가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 장 한 장의 원고 속에 담긴 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 그 불안함과 설렘 속에서 써진 작품들이 있었다. 그런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상에 대한 애착이 크다.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이 지닌 또 다른 강점은 수상작의 2차적 저작물화 가능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점이다. 제1회 대상 수상작인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와 우수상 수상작인 『N분의 1은 비밀로』, 제2회 대상 수상작 『스피드』 등 다수의 작품이 영상화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히 출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접근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경험하게 하는 동시에, 한국 문학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한다.
수상작을 선정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작가와 함께 수상 소식을 나눌 때다. 때로는 전화기 너머로 눈물을 흘리는 작가의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침묵 속에 있던 작가가 천천히 기쁨을 표현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나에게 이 상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은 단순히 국내에서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상작의 해외 판권 수출과 번역 출간 등을 적극 지원하며, 한국 문학이 글로벌 독자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는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꿈꾸는 많은 작가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2025년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은 원고지 600매 내외의 경장편 소설을 대상으로 하며, 신인 및 기성 작가 모두 응모할 수 있다. 작품 접수는 넥서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상금은 대상 3,000만 원과 우수상 최대 4편에 각 500만 원이 지급되며, 모든 수상자에게는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이 상은 단순한 문학상과는 맥이 다르다. 작가와 작품이 국내외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자, 한국 문학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장이기에 그렇다. 창작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는 작가들에게 이 기회가 다시금 열정의 불씨를 피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을 통해 탄생한 훌륭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문화저널21 이종인 객원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