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모 아니면 도'
1년 4천건 수술 의사 실태조사 결과 일정은 '대외비' '대리수술 봐주기' 기조 이어갈까
드디어 대리수술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단 5일만에 마무리 돼 실효성이 있는 조사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지자체, 건강보험공단 등을 동원해 지난달 9일부터 14일까지 5일 간 특정 병원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의사 1명이 매년 약 3천~4천 건가량의 수술을 진행한 것이 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통해 밝혀지자 이뤄진 것이다. 의사 한 명이 1년에 할 수 있는 수술의 최대치가 있는데 비정상적인 수술건수가 의심되는 명백한 대리수술 혐의를 국회와 언론이 제기한 것이다.
조사가 이뤄진 병원은 서울에 소재한 관절병원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 기준 의사 1명이 1건당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관절 관련 수술을 1만 7,198건 진행했다. 의사들은 현실적으로 1년에 최대치로 수술을 진행하더라도 약 700건 이상을 넘길 수 없다. 이는 정부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증거 넘치는 대리수술 실태조사 극비리에 진행한 보건의료정책과 “5일 만에 조사 완료는 병원에 면죄부 주려는 것”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누수 방지 책임감 가져야”
이번 실태조사를 두고 제기해 볼 의문들이 있다. ▲대리수술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확보했는가 ▲새로운 범죄 혐의를 찾았는가 ▲추후 행정처분 등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 있는가 ▲재발방지 대책이 있는가 등이다.
이번 실태조사 대상이 된 병원이 어딘지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앞서 지난해 수만건의 대리수술 의혹이 경찰조사로 밝혀지면서 법원판결을 기다리는 서울 서초구의 관절병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앞서 경찰조사에서 2017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1만1,055건의 수술을 참여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복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익히 알려진 연세사랑병원이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주상병의료인별 인공관절치환술 등 상위 4순위 청구현황>에 따르면 수술을 가장 많이 한 1위 의사와 2위 의사의 갭이 컸고, 수술 건수 등을 비교하면 이번 조사 대상이 되는 병원을 유추하는게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는 조사 대상 병원이 서울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조사 일정, 종료 계획 등에 대해 이례적으로 함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에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4,000건 수술)병원에 대해 12월 중 현장조사를 실시한 것은 맞다”면서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조사에 참여한 기관과)정보를 정리하고 확인, (취합하고 하는 과정을 거쳐)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이번 실태조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병원 업계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실태조사를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수만건에 이르는 수술에 대한 조사를 단 5일만에 완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1만 건이 넘는 대리수술 의혹에 대해 실태조사가 이뤄졌다면 무면허의료행위, 진료기록부 허위기재 등의 전수조사가 필요한데 이를 5일 만에 완료했다는 것은 사실상 병원에 면죄부를 주려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제대로 된 조사로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첫 정부의 실태조사가 이뤄진 만큼 이번 실태조사에서 무면허의료행위, 진료기록부 허위기재 행위, 부당청구 내역 등을 확인해 불필요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에 다 나온 대리수술 증거, 확보했나 '실적 0', 의도적 봐주기 혹은 직무유기
보건의료정책과 주도로 조사한 병원이 연세사랑병원이라면 재판을 받는 만큼 재판 결과를 기다리면서 조사결과 발표를 미룰 가능성이 크다. 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의 그간 움직임을 보면 어느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행태다.
보건복지부는 유독 대리수술에 대해서는 입장 밝히기를 꺼려했다. 실태조사가 3년 만에 이뤄진 것도 2년 간 국회와 언론에서 목소리를 내고 실효성 있는 증거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자 시작된 것이다. 최근 몇년간 적발된 대리수술에 대한 모든 혐의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내부제보자와 경찰에 의한 것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보건의료정책과는 의료법을 다루는 부서로 병원들의 의료법 위반행위를 감독 지휘할 권한이 있다. 또한 경찰과 사법부가 다루는 대리수술 혐의는 의료법 위반 혐의이고, 추가 형법 적용도 의료법 위반행위에서 파생된 범죄행위다.
설령 내부제보로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는 수사 대상 기간을 제외하고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법 위반행위를 조사할 의무가 있다. 더군다나 국회는 물론 다수의 언론과 시민단체 등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보건복지부의 실적은 '0' 이다.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새로운 혐의점이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 국회와 언론이 제기한 문제는 보험료 청구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천 건의 대리수술이 이뤄졌다면 여기에는 조력자와 범죄를 뒷받침할 만한 다른 범죄들이 숨어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대리수술의 경우 수술을 진행한 의사의 ▲방송출연 일자 ▲진료시간과 일자가 수술시간과 겹치는지만 대조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광고행위는 적법했나 ▲시술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시술을 담당하는 의료인력의 구성은 정상적인가 ▲수술실의 구조 ▲진료기록부 허위기재 ▲환자에 대한 법적 고지(수술 동의서 등)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등은 현지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부분이다.
물론 이를 적발하는 것도 보건의료정책과의 역할이다. 매년 많게는 4천건, 적게는 3천건의 수술이 이뤄졌다면 수술행위를 제외한 다른 혐의도 분명 뒤따르게 된다. 검찰 공소장에서 대리수술 혐의를 받고 있는 병원장 1명에 적용된 8개의 법조항이 이를 뒷받침한다.
의료현장에서 보는 보건의료정책과는 'X맨' 경찰 수사력 낭비시키고 직접 관리감독은 회피 "의료계 병폐 방치하고 (범죄)재생산에 적극 기여"
조규홍 장관은 그간 대리수술에 대한 혐의가 발견되는 즉시 업무를 정지시키는 등의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은 말 뿐이었다.
지난 2024년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전북 남원시장서군임실군순창군)은 대리수술·유령수술에 관한 질의를 통해 “재판 결과까지 시간이 오래걸려 입건 내역 등을 통보받는대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협의하겠다고 했는데, 종전과 달라진 사안이 있나”고 질문했다.
여기에 조규홍 장관은 “대리수술 등은 당연히 엄격히 금지대상이고 처벌대상”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직까지 실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보건복지부의 조사나 행정절차가 아닌 사법부의 재판 결과에 의해서만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부처의 장관이 부처의 행정력과 감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고 수동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수장으로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규홍 장관이 자칫 대형병원들로부터 미움을 살 수 있는 행정처분이나 실태조사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대리수술의 경우 진료기록부나 직원 진술은 고사하고, 강제성이 없는 의사 진료기록과 수술일정, 대외활동 내역만 살펴봐도 간단히 적발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이마저도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대리수술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으로 경찰 수사력만 낭비하게 만든 꼴”이라고 일갈했다.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내부고발자만 없다면 마음껏 대리수술을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등의 관리감독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신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제로 현업에 종사하는 젊은 의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은 지난해 대리수술 사건이 터지자 “한 집도의가 세 개 이상의 수술방을 오가거나,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을 방조하는 행위는 건강보험 저수가, 매출 증대 등의 이유로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면서 “의료계 병폐를 재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한 자들이 이 세상에서 물러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법 감시하는 보건의료정책과 방관 속 국민권익위 "대리수술 등 의료법 위반행위 신고하세요"
정부는 대리수술로 의심되는 비정상적인 대량수술을 사전에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부당청구감지시스템을 통해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감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조사권한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심사평가원이 부당청구 의심사례를 적발하더라도 보건복지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어떠한 조사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본지에 “보건복지부에서 조사계획을 꾸리고 나서지 않는다면 독단적으로 조사할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내려온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발생한 대리수술 적발건 역시 모두 간호사나 내부고발자에 이뤄졌다. 이후 경찰이 조사에 나서고 법원 판결까지 의료범죄행위가 처벌을 받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르는데 그 사이 병원들의 불법행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증거물들은 조작이나 변형이 가능하게 된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대리수술을 행하는 병원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하면서 지금 이순간에도 불법적인 수술을 강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보건복지부를 건너뛰고 자체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 사무장 병원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별도로 고발을 진행하는 등의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권익위 심사보호국장은 지난해 “의료법 위반 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의료계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믿을 수 있고 안전한 의료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가 아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서 했어야 하는 말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실태조사는 정부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명확한 자료가 있었고 정황도 분명했다. 만약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보건의료정책과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대리수술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