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전통 계승한 발효공방1991…교촌, 발효식품 선도기업으로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12/31 [20:40]

[가봤다] 전통 계승한 발효공방1991…교촌, 발효식품 선도기업으로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4/12/31 [20:40]

 

▲ 교촌에프앤비의 '발효공방 1991'. 영양 양조장을 복원해 재탄생한 공간이다.  © 이한수 기자

 

모든 일은 우연에서 비롯됐다. 평소 트래킹을 즐기는 권원강 교촌 회장은 자전거를 끌고 경상북도 영양군을 자주 들렸는데 이곳에서 우연히 맛본 '감향주'에 푹 빠졌다.

 

교촌이 영양에서 막걸리 사업을 하게 된 것은 막걸리 애호가인 권 회장이 감향주(甘香酒)를 전수받고자 한 강한 의지에서 시작됐다.

 

이처럼 교촌에프앤비의 '발효공방 1991'은 1926년 설립돼 2017년 경영난으로 폐업한 '영양 양조장'을 복원해 재탄생했다. 지역 상생과 전통 계승을 목표로 교촌에프앤비와 영양군이 협력했으며 전통주와 장류 등 프리미엄 발효식품 사업을 영위 중이다.

 

▲ '발효공방1991' 내부 전경.  © 이한수 기자

 

교촌은 2022년 농업회사법인 '발효공방1991' 설립을 알리며 프리미엄 발효식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회사명에는 발효에 대한 진심과 교촌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모두 포함돼 있다. 장인이 직접 정성을 담아 발효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는 의미의 '발효공방'과 교촌이 처음 문을 연 '1991'을 합쳤다.

 

발효공방1991은 ▲경북 영양군과의 상호 협력을 통한 '지역상생' ▲100년 양조장의 역사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통계승' ▲최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드는 '프리미엄' ▲청정지역에서 자란 고품질 재료만을 사용하는 '자연주의' 등 4가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운영 중이다. 

 

▲ 발효공방1991에서는 '은하수 막걸리'와 '감향주', 장류 브랜드 '구들' 등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 이한수 기자

 

양조장에서는 현재 '은하수 막걸리'와 '감향주', 구들 고추장·된장 등 장류를 제조하고 있다. 

 

'달고 향기로운 술'이라는 뜻을 가진 감향주는 찹쌀과 누룩을 사용하고 물을 거의 넣지 않아 수저로 떠먹는 되직한 막걸리다. 쌀이 귀하던 시절 양반들만 먹을 수 있던 고급 막걸리였다. 

 

1670년께 장계향 선생이 집필한 최초의 한글 요리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 소개돼 있을 만큼 옛부터 명성이 높았던 제품이다. 

 

대표 제품인 '은하수 막걸리'는 장계향 선생의 후손 13대 종부 조귀분 명사로부터 전수받은 감향주 양조법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 감향주는 찹쌀과 누룩을 사용하고 물을 거의 넣지 않아 수저로 떠먹는 되직한 막걸리다.  © 이한수 기자

 

경북 영양 쌀을 100% 사용하고 있으며 물, 쌀, 누룩 이외에 인공감미료를 비롯해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쌀의 천연 단맛과 과일향이 특징인 도수 6도의 '은하수 푸른밤 6', 입안 가득 퍼지는 감칠맛과 꽃향기가 일품인 도수 8도의 '은하수 깊은 밤 8' 등 2가지 제품이 있다. 

 

은하수 막걸리는 현재 서울 이태원에 있는 '교촌필방'과 여의도의 '메밀단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서울 광장시장의 '박가네 빈대떡' 매장에서도 소량 한정 판매 중이다. 

 

'구들'은 구들방 아랫목의 따스한 온기와 사람 사는 맛이 밴 전통 장류를 만들고자 한 브랜드다. '영양산 빛깔찬 고추' 100%만을 사용한 고추장, '영양 반딧불 콩' 100%를 사용한 된장 제품이 대표적이다. 

 

▲ 양조장은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 등 3곳으로 구성돼 있다.  © 이한수 기자

 

발효공방1991의 핵심기술은 발효에 관련한 미생물을 컨트롤하고 발효 및 숙성 공정을 최적화한 발효과학을 기반으로 한다.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 등 3곳으로 구성된 양조장 내부로 직접 들어가 봤다. 과거 양조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막거리를 제조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담금실에서는 '증자(쌀을 쪄 효모가 자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 작업이 이뤄진다. 증자기에 쌀을 넣고 세미(세척) 작업을 거친 후, 쌀(침미)을 불린다. 하나의 증자기엔 약 100㎏의 쌀이 사용된다. 

 

▲ '발효공방1991'은 과거 양조장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 막거리를 제조한다.   © 이한수 기자

 

이후 발효실로 이동해 '발효(익힌 쌀에 누룩을 입히고 알코올로 변화되는 과정)'된다. 증자기에서 찐 쌀과 전통 누룩을 발효조에 넣고 술을 만든다. 발효가 끝나면 술덧을 제성기로 이송해 누룩 찌꺼기와 원주를 분리하는 '체별' 과정을 거친다. 

 

체별이 끝난 원주(찌꺼기를 걸러낸 술)는 10도 정도로 2~3일간 숙성을 시킨 후 원하는 도수에 맞게 정제수로 제성(물을 타는 작업)을 한다. 다음 '병입실'에서 막걸리를 병에 넣어 냉장 숙성시킨다. 독특한 점은 4개의 병입 호스를 통해 수작업으로 병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가 막걸리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이한수 기자

 

발효공방1991의 발효조는 95ℓ 5개와 520ℓ 4개, 제성기(1604ℓ) 3개가 있다. 은하수 막걸리는 고두밥과 누룩을 15일, 감향주는 30일을 발효한다. 때문에 월 약 5000병(연 6만 병)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100년 전통법을 바탕으로 청정지역 영양 쌀만을 사용해 쌀의 깊은 풍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며 "최고의 품질 구현을 위해 대량생산보다는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발효공방1991의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감도. / 교촌에프앤비 제공  

 

교촌은 이러한 발효공방1991을 확대해 대형 복합테마시설을 조성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일원에 대지면적 6323㎡(약 1900여평) 규모로 들어선다.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이라는 명칭의 이 사업은 국비 총 100억 원(국비 50억 원과 도비 10억 원, 군비 40억 원)을 지원받는 큰 프로젝트다. 

 

울진군과 복합외식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요리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측과 경쟁해 선정된 경북 유일한 민간협력 지역상생사업이기도 하다. 해당 플랫폼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 상무.  © 이한수 기자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은 양조장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발효 체험·전통주 교육·지역 특산물 판매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특히 전체 운영 면적의 약 60%를 체험 및 교육 공간으로 활용한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 상무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 역량을 높여 궁극적으로 인구를 유치하는 게 목표"라며 "현재 영양은 인구 1만5000여명에 불과하지만 플랫폼이 조성되면 누적 방문객 수가 3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막걸리의 생산량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연간 약 3만9000리터 수준인 생산량을 10배 이상 늘려 전통주 4종의 연간 생산량을 40만 리터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하수 막걸리도 연간 약 6만 병에서 최대 60만 병까지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발효공방1991은 복합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 이한수 기자

 

송 상무는 "지난해 발효공방1991 매출은 6000만 원 정도였고 올해는 2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향후 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매출이 연간 약 1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복합 플랫폼을 통해 발효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발효식품 선도기업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라며 "개발 중인 누룩과 복합균을 가지고 내년 특허 출원을 준비 중으로 프리미엄 제품 라인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별빛 천문대·조지훈 문학관·음식디미방 등 인접 관광지와 연계한 체류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 문화관광 역량 또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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