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대중독재, 선동정치와 대중의 오판

박항준 | 기사입력 2024/12/27 [12:26]

[박항준 칼럼] 대중독재, 선동정치와 대중의 오판

박항준 | 입력 : 2024/12/27 [12:26]

나치와 히틀러의 등장에 환호하고 절대적 지지지를 보냈던 독일국민들의 행동을 빗대어 흔히 '대중독재'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무지를 비난하는 사례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맥락과 선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며, 대중을 비난하려는 엘리트주의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 시대를 단순히 대중의 무지와 맹목적 지지로 치부하는 것은 대중의 본질을 왜곡하고, 정치적 선동과 책임 회피의 문제를 간과하는 큰 오류다.

 

한 가지 비유로 이를 설명할 수 있다. 대규모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급히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고 가정하자. 축제를 주최하던 사람 중 한 명이 "환자를 구하기 위해 음주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중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대중에게 상황의 긴급성을 강조하며 음주운전이라는 비상 조치를 허용하라고 강요한다.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청자(聽者)의 입장이어야 하는 대중들에게 긴급상황을 강조하는 위정자들의 선동을 판단할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게 되면서 음주운전을 허용한 역사적 사례들이 있다.

 

이 비유 속에서 히틀러와 나치 정권은 바로 이 음주운전을 선동한 사람과 같다. 히틀러는 당시 독일 대중이 처한 경제적 불안, 전후의 굴욕감, 그리고 정치적 혼란을 '응급상황'으로 포장하며 자신과 나치 정권의 비상 조치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는 충분히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조종하고 정보를 왜곡하여 이들이 음주운전을 정당화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대중이 히틀러의 주장을 지지한 것은 단순히 대중이 무지하거나 독재를 원해서가 아니라, 당시 대중이 제공받은 정보가 선동적으로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대중이 자신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라디오와 선전 매체를 활용해 대중을 세뇌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대중이 '음주운전'을 허용한 것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허용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실제로는 이는 대중독재가 아닌 선동정치의 결과물이다. 즉, 대중이 무지하거나 감정적으로 독재를 열망해서가 아니라, 히틀러와 나치 정권이 정보를 조작하고 대중의 상황 판단 능력을 제약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중독재'라는 표현은 대중이 단순히 수동적이고 비판적 사고가 결여된 존재라는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대중의 독재'가 아니라, 선동을 통해 대중을 자신의 도구로 활용한 선동정치의 사례에 가깝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대중독재라는 용어가 부적절함을 보여준다:

 

대중독재라는 용어는 엘리트나 정치 지도자가 저지른 선동적 조작과 폭력을 대중의 책임으로 돌리는 잘못을 범한다. 대중은 당시 제공받은 왜곡된 정보와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대중의 잘못이 아니라, 선동정치의 결과다. 대중은 무지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정보와 선택권이 주어질 때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단이다.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등장은 대중독재의 사례가 아니라, 선동정치와 정보 왜곡의 결과다. 대중은 당시 히틀러가 제시한 '응급 상황'이라는 서사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았을 뿐이다. 대중을 단순히 무지하거나 독재를 지지한 존재로 치부하는 것은, 대중의 본질적 역할과 가능성을 부정하는 엘리트주의적 오류에 불과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대중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선동정치와 정보 왜곡에 맞서 대중의 비판적 사고와 참여를 지원하는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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