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정형외과학회의 수상한 '유령 의견서'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4/12/11 [17:05]

연세사랑병원-정형외과학회의 수상한 '유령 의견서'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4/12/11 [17:05]

“수술 중 피를 닦아내는 것, 수술부위를 고정하는 것 등은 보조행위에 해당해요. 이러한 보조행위는 학회와 보건복지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예요”

 

“그러나 검찰에서는 이러한 보조 행위를 의료 행위로 보고, 이를 문제 삼아 기소했어요. (중략) 학회와 복지부에서 인정한 보조 행위를 한 것이에요”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인터뷰 내용 중)

 

▲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지난 6월 복수의 언론인터뷰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학회가 간호조무사의 '수술보조'행위를 인정하고 있다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보건복지부는 수술보조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  © 문화저널21

 

대리수술 논란으로 법정에 선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밝혀왔던 쟁점에 대한 답변이다. 고 원장은 주장하는 골자는 언론에서 보건복지부와 정형외과학회에서 인정하는 범주의 수술보조행위가 전부였는데 검찰이 무리해 기소를 했다는 것이다.

 

해당 내용을 근거로 연세사랑병원이 '대리수술의 오명을 벗었다'라는 취지로 학회의 입장이 함께 기재되어 작성된 기사는 약 15건으로 ▲6월 4일 12건6월 5일 1건6월 14일 1건 ▲6월 24일 1건 등이다. (12월 11일 기준)

 

현재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 모든 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의 수술보조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호조무사가 수술 중 참여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그렇다면 당시 정형외과학회는 어떤 입장을 냈을까? 고용권 원장이 제시한 대한정형외과학회 의견서에 따르면 “인공 슬관절 치환 수술에서 기구 고정과 핀 삽입 및 제거는 단순 작업으로 수술 의사의 지휘․감독 아래 수술 보조자가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수술 보조자는 “수련병원에서는 수련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사(PA)나 간호조무사가 맡는 것이 보통”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10일자 의료전문매체 뉴스픽이 단독 보도한 내용에 이같은 내용이 실렸는데, 해당 보도에는 대한정형외과학회의 입장이 게재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뉴스픽 보도에 따르면 학회 명의로 된 의견서에 해석에 따른 차이와 그러인한 쟁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보건복지부와 학회에서도 간호조무사의 수술보조행위를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언론 스크랩 갈무리  ©문화저널21

 

뉴스픽은 당시 학회 입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했던 강승백 전 법제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강 전 위원장은 “당시 법제위원장으로 학회 입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개인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모든 학회 위원들이 회의를 통해 내용을 결정했으며, 학회 회장의 지시에 따라 공식적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 원장이 학회에 질의한 건 맞고, (당시 위원장일 때)학회는 법적 사항에 대해 엄밀히 검토한 의견서를 전달했다”며 “하지만 고 원장이 학회의 의견서를 근거로 대리수술 의혹을 부인했다는 얘기를 듣고 학회에 정정 보도를 내라고 요청했고, 그에 따라 조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학회 관계자는 “강 전 위원장이 언론에 정정 요청을 하겠다고 직접 연락해왔다”고 말했다고 뉴스픽이 보도했다. 여기까지의 보도내용을 종합해보면, 고용곤 원장은 학회에 (수술보조행위) 관련 질의를 했고, 해당 내용을 근거로 언론인터뷰를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런데 학회 법제위원장은 해당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일부 기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기사는 정정된 내용이 아닌 기존 입장이 그대로 게재되어 있다. 물론 어떤 내용으로 정정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여기에 학회가 정식적으로 의견서를 병원측에 건냈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보도내용 중 일부를 학회가 부인하고 있다면 기사에 게재된 학회의견을 추후 학회가 공증할 수 없는 '유령 의견서'가 된 꼴이다. 

  

▲ 본지는 지난 9월 대한정형외과학회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 문화저널21

 

앞서 본지는 9월 대한정형외과학회에 질문지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문의한 적 있으나 답변을 받지 못한 바 있는데, 당시 관련 내용의 법적 해석과 의견,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또한 학회 의견서라고 언론에 게재된 ‘간호사, 간호조무사도 수술 보조행위인 석션 등이 가능하다’고 해석한 부분과 관련해 ▲학회 코멘트(의견서)가 사실인지 확인 ▲사실이라면, 간호조무사의 수술 보조행위 업무 범위 기준이 협회 차원에서 마련되어 있는지 ▲최근 반복되는 대리수술 사건과 관련한 학회의 입장 등을 질의한 바 있다.

 

학회 관계자는 11일 본지와 통화에서 “질의서를 받고 (윗선에)보고를 올렸지만 답변을 듣지 못해 (답변을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이슈와 관련해 학회 차원의 대응 방침이 있느냐는 질문에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이어 ‘수술보조 행위’에 대한 학회의 해석을 두고 따로 지침이나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학회에서 병원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게재하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학회 입장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던 법제위원장의 연락처를 물었으나 “지난 10월 임기를 마치셨고, 연락처나 이메일은 개인정보 부분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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