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소셜경제의 본질

박항준 | 기사입력 2024/11/29 [14:02]

[박항준 칼럼] 소셜경제의 본질

박항준 | 입력 : 2024/11/29 [14:02]

 

소셜경제는 흔히 약자를 돕는 경제로 오해받곤 한다. 하지만 소셜경제의 본질은 약자를 돕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공동체라는 틀 안에서 서로 상생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우리 조상들은 수확 시기가 다른 농가들과 서로 노동력을 바터(barter)하며 살아왔다. 예컨대, 사과 수확을 하는 농가와 고구마를 수확하는 농가가 하루씩 서로를 돕는 방식이다. 경제학적으로 따지자면 고구마 수확 노동은 사과 수확보다 더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조상들은 이를 화폐를 매개로 하여 교환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 상생해야 하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고구마 농가가 어려워지면 사과 농가도 영향을 받는다. 마을 공동체의 한 축이 무너지면 경제적 부담은 물론, 이웃 간의 관계와 지역 사회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상들은 단순한 경제적 논리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비경제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소셜경제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노동 강도를 화폐로 환산하거나 기부나 구호의 차원으로 바라보는 것은 소셜경제를 협소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소셜경제는 공동체의 목적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이웃끼리 서로 돕고, 그 과정을 통해 모두가 지속 가능한 혜택을 누리는 구조야말로 소셜경제의 본질이다.

 

대표적으로 상조나 공제시스템은 소셜경제의 사례 중 하나다. 이 비즈니스 모델들은 약자를 우선하지 않는다. 공동의 관심사를 이루기 위해 연대하고, 상호부조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공유하는 구조다. 이웃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물리적 거리에 국한하지 않고, 공통의 관심사와 목표를 가진 사람들로 확장시킨 것이다.     

 

결국 소셜경제의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동체의 합목적성이다.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명확한 카테고리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의료비공제, 택시공제, 상조 등은 관심사에 따른 소속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생했듯 공동의 카테고리와 목표가 존재한다. 둘째, 화폐로 전환되지 않는 상호부조 금융이다. 노동력이나 서비스를 통해 서로 돕는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구독을 기반으로 하는 임팩트 금융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개인의 수익을 우선으로 하지 않는 금융모델을 유지한다. 셋째,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투명성은 소셜경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의료공제나 택시공제처럼 보험을 대신하는 시스템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려면 투명한 시스템이 기반이 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소셜경제는 단순히 약자를 돕는 경제모델이 아니다. 소셜경제를 주도해야 할 사회적 기업이 지속가능성에서 방황하고, 힘들어하는 이유도 약자에 국한된 사업모델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소셜경제는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카테고리에서 목표를 제시하고, 공동체의 관계와 가치를 지키는 경제여야 한다. 의료, 퇴직, 실버, 보험, 상조와 더불어 반려동물, 취미, 웰니스 등의 카테고리가 이에 속한다. 이 속에서 약자도 공동체의 혜택을 받게 될 뿐이다. 이는 공동체 구성원이 서로가 이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함께 살아갔던 조상님들로 부터 배워야할 삶의 지혜라 할 수 있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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