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70여 년간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은 가이아적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자유무역 체제를 중시하며, 세계 경찰로서의 인류사회의 안정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은 미국을 단순한 군국주의적 패권 국가가 아닌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중심축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이 이러한 가이아 리더십의 역할을 포기하고, 우라노스나 크로노스처럼 자신의 이익을 중심에 둔 패권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이는 자칫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세계의 신뢰를 잃으며, 스스로도 몰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신화와 역사는 경고하고 있다. 영원한 권력, 영원한 1등은 없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많은 기업이 단기적 수익 극대화와 시장 점유율 확보에 집중해 왔다.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경쟁사를 위해하고, 시장을 독점하려는 1등 우선주의는 우라노스와 같은 패권적 사고방식이며, 결국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늘날의 시장은 단순히 1등이 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요구한다.
21세기 기업은 단순히 소비자를 자기 고객화시키고, 경쟁사를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성장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거나, 신흥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기업 활동이 시장의 질서를 훼손하지 않도록 시장환경, 사회적 가치, 투명한 거버넌스를 고려해야 한다. 정부, 경쟁사, 고객 등 시장 구성원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어야 하며, ESG경영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는 직원, 고객,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포함한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시장을 왜곡하기보다는 공정한 경쟁과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 이는 규제를 준수하고 투명한 거래 방식을 채택하며 경쟁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신화에서 가이아는 패권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모든 신화의 중심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역할을 했다. 현대 사회와 시장 역시 이러한 <가이아적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기업은 단순히 1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시장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생태계의 자유로운 성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적 수익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지출과 비효율적인 도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주가를 위해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가이아가 우리에게 보여준 심연의 철학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 신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라노스, 크로노스, 제우스처럼 패권을 탐하며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가이아처럼 지속 가능한 질서를 유지하며 모두를 위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의 국가와 기업이 이러한 <가이아 리더십>을 회복한다면 후손들에게 물려줄 인류의 미래 시대를 이끄는 진정한 리더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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