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로 한목소리를 내던 국민의힘이 다시 분열 양상에 빠지고 있다. 분열의 키워드는 당원게시판이다.
당원게시판은 사태를 요약해보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패륜적 욕설과 조롱의 글들이 게재되어 있었는데 게시글 작성자가 한동훈 당 대표와 한 대표의 가족이 작성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가 시작되면서다.
지난 1~2년 사이에 특정 다중 아이디로 약 900여 건의 게시글이 작성됐는데 게시물 중에는 대통령과 영부인을 저격하거나 한 대표 측의 뜻에 거스르는 당내 인사를 조롱하고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적인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해당 글들이 한동훈 대표와 한동훈 대표의 처, 장인 등을 비롯한 다른 가족 5명의 이름으로 검색했을 경우 1~2분 간격으로 올라왔던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당원게시판은 본래 게시자 이름은 익명 처리되고 성만 노출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들만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해당 글들은 모두 한 대표를 추켜세우고 윤 대통령과 영부인을 깎아내리는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원게시판은 6일 새벽 1시경, 점검을 이유로 게시판 전체가 비공개로 전환됐고, 이날 오전 다시 작성자 검색 부분을 막은 채 다시 공개됐다. 이같은 내용은 파이낸스투데이가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자유대한호국단 오상종 대표의 고발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찰에 출석한 오 대표는 약 3시간 30여분 동안 조사를 받고 “사이버수사대가 이미 기초적인 조사는 다 마친 것 같다”면서 “IP조사만 거쳐도 기본적인 것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윤 “엄연한 여론조작, 당무감사” “한동훈 대표가 직접 입장 밝히면 될 일”
친한 “이재명 선고 이후 생각해야” “없는 분란 만들어 분열 조장할 필요 없어”
친윤계는 작성자를 당사자들로 확정짓고 한동훈 대표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친윤계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게시판에서 대통령 부부를 비난한 게 아니라 불법적으로 가족 계정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했다는 게 핵심”이라면서 “당무감사 등 내부적으로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핵심은 당 대표 가족들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숨어서 대통령 부부와 중진들을 욕설로 비장하는 비겁함”이라면서 “왜 당당하게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익명성에 숨어 비열한 짓을 했는지가 요점”이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19일 “진상 규명은 전혀 복잡하지 않을뿐더러 며칠 만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라면서 “한 대표 가족이 본인이 쓴 댓글인지 아닌지 밝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권성도 의원 역시 같은날 라디오에서 “한 대표는 가족 명의가 도용된 건지 아닌지 스스로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 대표의 입장표명을 부추겼다.
한동훈 대표는 지난 14일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없는 분란을 만들어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친한계는 당무감사는 불가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정당법에 따라 일반 당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는 데다, 익명 게시판에 비판 글을 작성한 것만으로는 해당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원 게시판은 익명게시판인데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건 잘못된 건가”라는 전제로 “그런 걸 (비판)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시판인데 대통령 비판글이 있었다고 당무감사를 하겠다는 건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 사법논란에 대해 우리가 총력으로 공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당 대표에 대해 뒤통수 치는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문화저널21 신경호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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