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에 대한 사회적 위기의식이 고조되는데 정작 정부는 대리수술 실태조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된다.
지난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심각해지는 관절병원들의 대리수술 실태를 두고 피기관장인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과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즉각적인 현장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뉘양스의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현재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대리수술은 엄연한 범죄행위지만 정부가 이를 태연하게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년 연속 지적에도 실태조사 ‘전무’ 조규홍 장관 “(조사 안했고)실적은 없었다” “(이번엔)심평원과 위법 조사하겠다”
“제가 의료 현장은 잘 모르지만, 굉장히 수술 횟수가 많아 보인다. 심평원의 협조를 통해 위법 여부를 조사해 보겠다”
조규홍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의사 1명의 비정상적인 수술 청구내역을 공개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한 말이다. 국정감사가 끝난지 1개월이 지난 지금 보건복지부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였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조사가 자체적으로 어떤 대상으로 어떤 범위로 필요한지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을 뿐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떼지 못했다. 특히 최근 대리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관절전문 병원 실태조사와 관련해서는 “조사의향이 있다”면서도 “준비는 하고 있고, 심평원하고도 논의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법에 대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심평원 관계자는 “현지조사 주관은 보건복지부에서 하기 때문에 복지부의 조사계획에 따라 조사가 이뤄진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리수술 의심 청구 건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감지시스템을 묻는 질문에도 “부당청구감지시스템을 통해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기관을 감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마저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계획을 꾸리고 나서지 않는다면 심평원에서 독단적으로 조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해당 관계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의사 1인 수술 4천건과 관련해 부당청구시스템 등을 통해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된 적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보건복지부에서 조사계획을 꾸리는 과정이고)구체적인 업무지시가 내려온 적은 없다”고 답했다.
대리수술 적발 넘쳐나는데, 보건당국 조사나 적발 실적은 ‘0건’ “최근 3년간 실태조사 전혀 안했다” 보건복지부-심사평가원 서로 책임 돌리기 급급
최근 발생한 대리수술 적발은 간호사나 내부고발자에 의해 이뤄졌다. 이후 경찰이 조사에 나서고 법원 판결까지 의료범죄행위가 처벌을 받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다. 그 사이 불법행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
그렇다면 사전에 대리수술을 감지하고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을까? 심사평가원의 부당청구 시스템이 가장 근접한 감시시스템이다. 통상 대리수술은 의사 1명이 비정상적인 수술을 일으켜 심평원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나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동원된다.
이는 곧장 심사평가원의 부당청구 시스템에 감지될 수 있다. 심평원은 특정 개인의 비정상적인 청구를 확인하면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간단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대리수술을 의심할만한 정황들을 아주 손쉽게 적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은 실태조사를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본지에 “결과적으로 최근 3년 동안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고, 그로인한 행정처분도 이뤄진 사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 공을 돌렸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법에 대해 위반 사항 처분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사기관도 아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나 수사기관 협조가 있을 때 동원되어 조사나가는 차원”이라며 “보건복지부에서 조사를 의뢰하거나 하면 점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반대로 “(대리수술 외에)부당청구 등에 대한 실태조사는 심평원에 확인해야 한다”면서 “심평원에서 부당청구를 모니터링하고 현지조사를 나가고 하는 일들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태도 본 의사들 “누가 보더라도 보건복지부의 ‘뒤 봐주기’ 또는 유착” 의사들 나서 척결 외쳐도 조규홍 장관은 ‘복지부동’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이런 미온적인 태도를 두고 현업에서 종사하는 전문의들은 “누가 생각하더라도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뒤봐주기’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출신 정형외과 전문의는 “보건복지부는 무면허의료, 대리수술 등의 제보만 있어도 현지 실사를 통해 직원 진술 확보하고 진술서 징구, 6개월에서 3년치 진료기록부를 입수하는 형태로 환수처분, 업무정지, 수사기관에 고발조치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정감사 등에서 언급된 특정 의료인에 대해 현지 실사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누구라도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최근 대리수술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울 서초구 연세사랑병원의 경우 시민단체의 제보와 경찰의 조사가 시작된 2021년 3월부터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단 한차례의 조사도 나가지 않았다. 이 밖에도 최근 경찰이 압수수색한 이대서울병원, 김해, 인천 남동구 소재 병원 등의 경우에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는 없었다.
이와 관련 해당 전문의는 “대리수술의 경우 진료기록부나 직원 진술은 고사하고, 강제성이 없는 의사 진료기록과 수술일정, 대외활동 내역만 살펴봐도 간단히 적발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 “이마저도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대리수술을 눈감아주고 있는 것으로 경찰 수사력만 낭비하게 만든 꼴”이라고 일갈했다.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내부고발자만 없다면 마음껏 대리수술을 해도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 등의 관리감독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신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제로 현업에 종사하는 젊은 의사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해있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은 지난해 대리수술 사건이 터지자 “한 집도의가 세 개 이상의 수술방을 오가거나,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을 방조하는 행위는 건강보험 저수가, 매출 증대 등의 이유로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면서 “의료계 병폐를 재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한 자들이 이 세상에서 물러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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