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의사는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매년 평균 3천 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하면서 해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으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아냈다. 심평원 청구 코드가 모두 관절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술이라는 점을 비추어 해당 인물은 관절병원 전문의다.
이러한 내용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남원시·장수군·임실군·순창군)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주상병의료인별 인공관절치환술 등 상위 10순위 청구 현황'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특정 A의사는 혼자서 ▲2019년 4,016건 ▲2020년 3,633건 ▲2021년 3,486건 ▲2022년 3,123건 ▲2023년 2,940건 ▲2024년 상반기까지 1,384건(총사용량 실시횟수 기준)을 집도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365일 중 토요일(52일)과 일요일(총 52일), 설과 추석 등 공휴일(총 13일) 등을 제외하면 업무일은 248일인데, 이를 하루로 환산해보면 최소 16건의 수술을 진행한 셈이다. 만약 일요일만 쉬고 전부 일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하루 13건의 수술을 진행한 꼴이다.
여기에 수술할 환자를 앞서 진료하는 외래진료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20~30건가량의 수술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학회나 TV 출연 일정까지 소화했다면 그 어떤 상황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수치다.
1위에 오른 의사를 제외하고는 같은 순위를 매년 유지한 의사는 없다. 2순위에 오른 의사들의 기록을 보면 2019년 1697건, 2020년 1638건, 2021년 1296건, 2022년 1339건, 2023년 1121건이다.
환자 1명당 수술 1건으로 보는 청구건수로만 보더라도 해당 인물은 2019년 2476건, 2020년 2349건, 2021년 2257건, 2022년 2090건, 2023년 2054건으로 매년 가장 많은 수술을 했다. 2순위와 비교하면 평균 2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지급된 수가는 어떻게 될까. 2019년 14억 원 가량을 수령한 해당 의사는 2020년에도 14억5096만 원, 2021년 16억1765만 원, 2022년 13억8626억 원, 2023년 12억3833억 원 등 매년 12억 원이 넘는 비용을 수령했다.
박희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는 건강보험 심사일 기준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심사 결정분으로 의사가 청구한 명세서를 대상으로 산출해 청구건수와 총사용량 실시횟수, 가산적용금액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매체 및 전자문서 청구분을 대상으로 했고 서면과 DRG(포괄수가제)는 제외됐다.
적용된 수술은 통상 정형외과 무릎 수술 빈도가 높은 인공관절치환술-슬관절, 반월판연골절제술(내측 또는 외측), 사지관절절제술-슬관절, 십자인대성형술, 자가골연골이식술, 관절경검사, 절골및채내금속고정 등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총사용량 실시횟수는 환자 1명에게 수술이 진행된 것을 모두 계산한 수치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같은 날 무릎 양쪽에 인공관절을 넣었다면 수술을 2번 한 것으로 계산해 건강보험료를 청구하게 된다.
박희승 의원은 "이렇게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술 건수를 볼 때, 진료기록부 상에는 자신을 집도의로 기재하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수술하는 이른바 유령수술 정황이 짙다"며 "최근 대리수술·유령수술 사례가 계속 불거지고 있는데, 적발되더라도 재판을 거쳐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과 설령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면허가 재교부될 수 있어 이 같은 불법행위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심평원 청구 현황을 점검해 대리수술·유령수술로 의심받는 사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하며 "특히 환자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수술을 시켜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은 형법상 사기죄에도 해당될 수 있는 만큼 향후 대리수술·유령수술이 적발될 경우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험청구 내역과 관련해서도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도 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억 단위의 비용을 탔다면 환수가 가능하다'면서 "혐의가 밝혀진 대리수술 의사들에게 지급된 보험료가 제대로 환수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 요구한 정형외과 전문의 “같은 의사로서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외래진료 포함하면 하루 2~3건 가능” “1년에 4,000건 이상, 대리 수술 의심” 9개 수술실 가용하며 공장식 운영하는 경우도
이와 같은 정황은 대리 수술을 의심케 한다.
일례로 최근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의 한 관절 전문 병원인 'Y병원'의 'K병원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본인이 집도의로 예정된 수술에서 집도하지 못하고 다른 의사가 대신 수술을 하거나 수술하던 중 이탈하더라도 진료기록부에는 집도의를 자신으로 기재했다.
경찰 기소 의견서에는 K병원장이 9개 수술실을 가용하며 공장식 수술방을 운영했다고 게재돼 있다.
수술 건수를 최대한 늘려 한정된 의료인만으로도 수술 시행이 가능하도록 각 수술에는 보조의 없이 1명의 집도의만 들어간 상태로 영업사원들로 하여금 수술 보조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의무기록은 실제와 다르게 집도의와 보조의가 들어간 것으로 거짓 작성했다.
2022년 대구 소재의 한 산부인과에서 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하게 한 사례가 있었다. 대구지방법원은 무자격자가 의료행위를 한 환자부담금과 공단부담금 등 합계 2600여만 원을 수령했다는 이유로 해당 금액의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했다.
또 올해 1월에는 의사가 건강보험료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면 병·의원을 폐업한 뒤 재개업하더라도 새로 문을 연 병·의원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강동혁)는 "업무정지가 가능한 경우에만 이를 대체해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폐업을 악용해 제재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여러 명이 병·의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다가 부당급여 청구를 한 뒤 1명이 동업에서 탈퇴한 경우 탈퇴자가 새로 개설한 병·의원에도 업무정지 처분을 대신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또 다른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인공관절 수술은 의사가 절개와 봉합까지 약 1시간, 상황에 따라 2시간까지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대부분의 의사는 하루 진료 하루 수술하거나 혹은 오전과 오후를 번갈아가며 진료와 수술을 진행하는데, 이를 일 평균으로 환산하면 하루 2~3건 이상의 수술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루 평균 13건의 수술이 진행된 사실이 있다고 재차 묻자 "한 의사가 1년에 인공관절술을 1,500건(한 환자가 양쪽 무릎을 하는 경우도 40% 정도), 전체 인공관절과 관절경을 합쳐 3,100~4,000건을 넘는 시술을 한다는 건 조심스럽지만 그 의사가 직접 수술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달 300건의 수술을 매일 진료하면서 진행하는 의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시간적, 신체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서 "관절 전문 병원이 줄기세포 채취 등의 시술까지 겸하고 있다면 사실상 대리수술로 확정지어도 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이한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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