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오기 위해
별이 음악이듯 사람도 음악
세상도 하나의 음악이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오랜 세월 떠돌았느냐
# “별이 음악”이라고 생각했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 1571-1630)는 음악 이론을 통해 조화로운 우주의 하모니를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케플러는 피타고라스 법칙을 발전시켜 각 행성의 타원 궤도의 크기와 궤도가 찌그러진 비율, 이심률(離心率)에 맞춰서 각 행성에 해당하는 음을 만들고, 이를 ‘천구(天球)의 음악’이라 불렀다.
우주는 원형의 현을 갖춘 모양의 거대한 악기이며, 천체가 움직이면 마치 현을 튕길 때처럼 공기가 진동되며 소리를 낸다고 보았다. 궤도가 크고 공전 주기가 길수록 음이 낮아진다. 합주의 지휘자는 태양이며, 각 행성이 운동할 때 내는 선율을 구별해 냈다. 그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그리고 달의 화음을 구별했다. 예컨대, 지구가 내는 선율은 ‘미, 파, 미’에 해당한다. 케플러는 미(mi)는 괴로움(miseria), 파(fa)는 굶주림(fames)의 약자로 해석해 지구엔 늘 근심과 굶주림이 가득하다고 보았다.
별과 같은 원소로 이루어진 “사람도 음악”적 존재다.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1859-1952)는 ‘흔히 사람들은 예술작품이라고 하면 건물, 책, 그림, 조각품과 같은 외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연상하며, 이런 것들은 인간의 경험과는 관계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작품은 경험과 더불어 경험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예술은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고고학자 스티븐 미슨은 호모사피엔스 보다 먼저 생존했던 네안데르탈인도 ‘음의 높낮이 리듬, 음색, 강약의 변화가 있는 원시음악을 통해 의사소통했다고 보았으며, 이 원시음악을 ’흠(Hmmmmm)이라고 명명했다. 호모사피엔스의 경우,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발견된 기원전 6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 속에 소리와 리듬이 내재 된 춤동작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인류의 조상들은 자신의 몸으로 소리를 내거나 돌이나 뼈다귀, 나무 조각, 속이 빈 갈대, 소라 껍데기, 짐승의 뿔 등으로 만들어낸 소리로 “세상도 하나의 음악”으로 교감하는 삶을 살았다. 반구대 암각화에도 두 팔과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뛰어오르는 사람의 그림 속에 소리와 리듬이 들어 있다. 인류의 조상들은 이미 ‘호모무지쿠스(Homo Musicus)’로 살았다.
‘2막을 예로 들어 볼까요? 부부가 2중창으로 싸웁니다. 갑자기 하녀가 끼어들어 2중창은 3중창이 되지요. 그때 시종이 끼어들면서 4중창이 되고 정원사가 나타나 5중창이 되고....얼마나 계속될 것 같습니까? 20분이나 계속됩니다. 연극에서 20명이 떠들어대면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음악이 있는 오페라에서는 20명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게 되지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황제가 좋아하지 않는 프랑스 희곡 <피가로의 결혼>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수십 명이 서로 제소리를 내도 소음이 아니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음악으로 보여준 오페라였다, 그뿐이랴,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산들바람 부드럽게’라는 아리아가 삭막한 교도소 안에 울려 퍼지자 놀란 재소자들이 조용히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얼마나 오랜 세월/떠돌았느냐”는 시인의 말처럼, 광막한 우주 공간에서 수억 만 년을 원자(atom)로 떠돌다,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인 푸른 지구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살아가는 삶이 전쟁과 증오로 낭비하기엔 너무도 짧은 지상의 시간임을 인식한다면, 수십 명이 한꺼번에 제소리를 내어도 듣기 싫은 불협화음이 아니라, 마치 오페라에서처럼 “세상도 하나의 음악”이 되는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 갈 수는 없는 걸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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