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세계로 뻗은 전통주, 이곳에서" 국순당 횡성양조장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09/19 [09:01]

[가봤다] "세계로 뻗은 전통주, 이곳에서" 국순당 횡성양조장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4/09/19 [09:01]

▲ 국순당 생막걸리 제품의 검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이한수 기자

 

"술을 빚기 전에 먼저 사람을 생각한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둔내IC 인근에는 이 같은 철학을 가진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 기업 '국순당'의 본사와 횡성양조장이 있다. 

 

국순당은 고려시대 술을 의인화한 임춘 선생의 소설 '국순전(麴醇傳)'에서 따온 사명으로 "좋은 누룩과 좋은 술을 만드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횡성양조장에서는 ▲국순당 50주년 기념주 '백세고' ▲백 년을 잇는 향기 '백세주' ▲1000억 유산균 막걸리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우리쌀 생막걸리 '우국생' ▲막걸리 본연의 맛을 담은 '대박' ▲ 옛날막걸리 古 ▲국순당 쌀 바나나 ▲복원주인 '이화주' ▲사시통음주 ▲청감주 ▲차례주 예담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제품들은 국내 뿐아니라 미국과 일본,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50여개국에 수출되며 우리 전통주의 우수성과 음식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본지는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국순당의 횡성양조장을 찾았다.

 

▲ 국순당 제품의 모든 생산과정은 전자동으로 구축된 생산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 이한수 기자

 

1970년에 설립, 누룩을 생산하는 회사로 첫발을 내딛은 국순당은 1992년 백세주를 선보이며 전통주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4년 강원도 횡성에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주 양조장을 준공했다.

 

부지 면적은 14만4367㎡(약 4만3671평)이고 12시간 기준 공장 내 1개 라인에서 백세주 약 30만병, 생막걸리 약 35만병이 생산된다.

 

'술이 샘 솟는다'는 의미를 가진 주천강변 해발 500M 청정지역에 있는 횡성양조장은 인근 지하 340m의 청정수를 사용한다. 덕분에 2007년 전통주 업계 최초로 원주지방환경청이 선정한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2016년에는 횡성양조장에서 생산 중인 전체품목에 대한 HACCP(해썹,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생산제품의 원료-제조-유통의 전 과정에 대한 위해요소 관리 심사평가 결과, 최종 적합판정을 받은 위생적인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 횡성양조장 내부 전경.  © 이한수 기자

 

▲ 양조장 출입을 위해서는 먼지 및 소독 작업을 거쳐야 한다.  © 이한수 기자

 

양조장 출입을 위한 절차는 상당히 까다로웠다. 위생복부터 위생모, 신발 덮개,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먼지제거 작업을 한 후에 비로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는 술 제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매일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후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국순당은 주요 제품을 '생쌀발효법'으로 빚는다. 술이 완성될 때까지 높은 열을 가하지 않고 가루 낸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열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도 적고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강태경 국순당 품질보증팀장과 함께 4만ℓ(리터) 크기의 발효탱크에서 발효가 진행 중인 모습을 확인했다.  © 이한수 기자

 

전통주 제조와 보관을 위한 4만ℓ(리터) 크기의 발효탱크에서 이 같은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곳에는 4만ℓ 발효통 18개와 3만ℓ 5개, 1만ℓ 3개 등 다양한 종류의 탱크가 배치돼 있다. 탱크별로 온도와 발효기간, 교반(섞는 작업)은 제어실에서 자동으로 통제한다. 탱크 내부에는 냉각수가 담긴 봉을 통해 식히는 작업도 이뤄진다.

 

필자가 확인한 백세주가 담긴 탱크에는 8월 21일 11시 10분부터 담금이 시작됐다고 표시가 돼 있었다. 백세주의 경우 담금과 발포, 압착, 숙성, 여과 병입 과정을 거치는데 완제품이 되기 까지 약 15일이 소요된다.

 

이렇게 제조된 술은 살균과정을 거쳐 병에 주입해 포장된다. 이 모든 생산과정은 전자동으로 구축된 생산라인을 통해 이뤄진다. 제품 주입 후에는 자동 검사대를 거쳐 검수가 진행된다.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동 역추적 시스템을 통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국순당 횡성양조장에는 '술 향기 가득한 길'을 의미하는 주향로(酒香路)가 있다.  © 이한수 기자

 

횡성양조장 내에는 '술 향기 가득한 길'을 의미하는 주향로(酒香路)가 있다. 양조장 2층에 위치해 첨단 설비를 갖추고 전자동으로 생산되는 전통주 생산라인을 견학로를 통해 이동하며 볼 수 있다. 

 

국순당은 우리나라 전통주도 첨단시설에서 위생적으로 생산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양조장 2층의 생산라인 쪽 벽면을 유리로 시공해 양조장 전체 모습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 국순당은 약 600여 가지 이상의 전통주 중 25개의 전통주를 복원했다.  © 이한수 기자

 

특히 꾸준히 진행 중인 우리술 복원사업에 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순당은 2008년 '우리 술 복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문헌으로 남겨진 약 600여 가지 이상의 전통주 중 25개의 전통주를 복원했다. 

 

국순당 관계자는 "복원 과정을 통해 몸으로 부딪히며 체득한 조상들의 발효과학의 노하우는 국순당의 새로운 전통주 개발의 밑바탕이 됐다"며 "전통주의 다양성을 통한 시장 확대에 국순당 우리술 복원사업이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  © 이한수 기자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은 "국순당만의 경쟁력 중 하나는 발효기술"이라며 "호주까지 수출하려면 45일, 남아공은 90일 가량이 소요되는데 막걸리 맛과 향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발효 제어 기술을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효제어기술을 통해 막걸리 내 유산균, 효모의 미생물 활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억제해 유통 중 제품 변질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며 "유통기한을 최대 1년까지 획기적으로 늘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조기술로 국순당은 2021년부터 1000만불 이상 꾸준히 수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는 2026년까지 2000만불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주향로에 전시돼 있는 백세주.  © 이한수 기자

 

올해로 출시 32주년을 맞은 국순당 백세주는 4년 만에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외국 관광객에게 선보일 한국 대표 전통주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개발된 백세주는 1992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7억병 이상이 팔렸다. 

 

특히 고려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인 '생쌀발효법'을 복원해 개발했고 조선시대 실학서 지봉유설에 나오는 '구기백세주'에서 착안한 제품명으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술이다. 

 

▲ 국순당 제품에 들어가는 각종 한약재와 열매 등의 향을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이한수 기자

 

국순당에 따르면, 이번 리브랜딩은 '백세주, 백 년을 잇는 향기'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9월부터 선보인 새로운 백세주는 우리 전통주의 특징인 향취는 고스란히 계승하고 음식과 곁들였을 때 맛의 조화가 잘 어우러지도록 개선했다. 백세주 특유의 향이 좀 더 은은하게 풍기고 술의 감미와 산미가 도드라지지 않게 재료의 비중을 조정했다. 

 

전체적인 맛은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기분 좋은 산미와 은은한 감미가 서로 어우러져 목 넘김이 더욱 부드럽고 깔끔하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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