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인노트] 소설가로 돌아온 프로파일러 표창원에게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를 묻다김수진 편집장이 작가 표창원에게 묻는 소설 이야기# 문화저널21 <출판인노트>는 출판 기획자, 편집자, 마케터 등 현직 출판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실무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지만, 마음만은 마냥 그렇지는 않은 듯 싶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로 불리는 표창원의 일편단심 한 한마음은 10년 동안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마치 소설 속 사건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믿기 어려운 범죄 현장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해 왔던 그도 늘 어려움에 빠지곤 했다 한다. 특히 현실적 한계, 부조리 등 상황에 직면할 때면 어느새 공상 속 인물로 빙의되어 사건을 재구성하곤 했다 한다.
"프로파일링은 ‘누구’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피해자의 특성과 범행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행동 증거 등을 종합 분석해서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이 ‘왜’, ‘어떻게’ 범행을 한 것인지를 추정해 내는 고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다." - 추리소설 『카스트라토』p.343 中
그랬던 표창원의 또 다른 자아가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로 현실에 등장했다. 이제는 소설가라는 새로운 직함이 생긴 그는 "이 이야기는 늘 내 안에 있었다. 이제 더는 품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라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런 동시에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고 말하며 쑥스러운 듯 옅은 웃음을 남겼다.
아직은 베일에 싸인 장편 추리소설『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가 독자를 만날 날이 이제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출간에 앞서 소설가의 꿈을 이루게 되어 감사함으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를 만나 직접 책을 펴낸 소회와 책에 대한 내용을 물어봤다.
Q. 여러 차례 출간하신 경험이 있지만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은데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를 출간한 감회를 표현하자면 ‘출산’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두 아이의 아빠로 두 번에 걸친 아내의 임신과 출산과정을 함께하면서 한편으론 산모가 겪는 괴로운 입덧과 엄청난 불편, 그리고 출산을 앞둔 공포와 출산 과정의 고통이 안쓰럽고 미안했고, 다른 한편으론 ‘내가 낳았다’는 자부심이 부러웠는데, 이번에 10년간 품었던 첫 소설을 낳은 감회가 마치 지켜보기만 했던 산모의 역할을 제가 직접 하게 된 느낌이었습니다.
Q. ‘전문가의 범죄소설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기대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Q. “주인공 이맥=표창원?”이라는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경찰, 프로파일러라는 점 외에 주인공에게 작가님이 투영된 부분이 있을까요?
Q. 경찰청 ACAT은 어떻게 만들어 내신 건가요? 실제 경찰청에도 비슷한 조직이 있나요?
왜 우리는 경찰 업무에 ‘신체 건강’이라는 차별적인 조건을 내걸고 스스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내치고 거부하고 있는가, 반성했죠. 아울러 1970년대 연쇄살인 등 이상동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미국 FBI가 신설한 조직, ‘행동과학팀(Behaviour Science Unit)’ 역시 경찰과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이 모인 특수 민관합동 대응팀이죠. 우리 경찰이 가진 폐쇄성과 경직성에 대한 저만의 작은 저항의 목소리가 ACAT입니다.
Q. 등장인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아무래도 주인공일까요?
의문의 인물 유지수와 안순옥 기자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줄 역할이라 애착이 큽니다. 조금 숨어 있는 부분은, 사실 관심 있는 분들께는 너무 명확해 보일 수 있는데요. 현실 속 표창원과 권일용을 모델로 하고 있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누구인 지 미리 밝히는 건 독자들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Q. 이번 책이 ‘표창원 세계관’의 서막이라고 하던데요. 앞으로 나올 작품에 대해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살인사건을 둘러싼 법정 드라마 형식을 띄게 될 것인데 흥미진진한 인물들 간 갈등 구조는 물론, 그전에 볼 수 없었던 치열한 과학수사 증거 다툼이 색다른 재미를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그 다음 작품에서 이맥을 둘러싼 관계와 배경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이후 이맥이 사건 중심으로 프로파일링을 해 나가는 본격 시리즈물로 나아가기 위한 세계관이 확립되리라 기대합니다.
Q.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한 명의 대표 형사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작가는 물론 독자들과 출판 언론계 등 관련 분야 전체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제게 부족한 점들은 일깨워주시고 지적과 비판과 제안 기탄없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함께 ‘이맥’ 제대로 잘 키워봅시다.
문화저널21 김노은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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