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일 정상회담은 미일 안보 동맹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단순히 기존의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의 안보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미일이 공동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미일동맹의 활동 영역이 기존의 동북아지역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지역, 더 나아가 미국의 글로벌 동맹네트워크 프레임 자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하는 대규모 이벤트라 볼 수 있다.
고도화된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러시아-북한-중국의 권위주의 진영에 맞서는 한미일·EU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양강 구도는 한국의 국익 실현을 위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해야 하는 획기적인 도전과 기회라는 숙제를 던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규칙기반 질서(RB0 : Rule-Based Order)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 Free and Open Indo-Pacific) 강화 차원에서 향후 지향하고 있는 미일동맹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설정했다. 양국은 글로벌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모든 도메인(안보, 국방, 우주, 기술, 경제, 기후, 개발, 인적교류 등)에서의 협력 강화와 러-우전쟁 지속에 따른 대(對)러시아 제재 지속과 센카쿠열도 · 대만해협을 포함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강압적인 현상 변경 반대와 일본 방위를 위한 미국의 미일안보조약 제5조 적용 등을 발표했다.
또한, 미일 안보협력의 새로운 시대(New Era)의 개막을 위해 일본은 국방예산을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으로 증액하고 육·해·공 자위대 전력통합 운용을 위한 합동작전사(JOC : Joint Operation Command) 창설을 통해 지휘통제체제 진화, 적 기지 원거리 공격능력 보유를 발표함과 동시에 미국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미일 양국은 국방·우주·경제안보 등의 새로운 협력분야 및 수준 논의를 통해 미일 동맹체제 강화와 일본의 안보수준과 위상을 제고시키고 있다.
미일 간 논의되고 확정된 국방·안보협력 분야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미일 동맹 지휘통제 체계 개선을 위한 작전역량 통합 목적의 개별 지휘통제 프레임워크 개선, 평시 및 위기 시 상호운용성과 기획 능력 증진, 정보감시정찰(ISR) 협력과 양국 간 정보공유역량(BIAC) 향상 추진
둘째, 일본의 AUKUS(미·영·호주 안보 협의체)체제 Pillar-Ⅱ(AI, 양자컴퓨팅, 극초음속기술, 사이버안보, 수중전 등 8개 첨단기술 분야) 공동개발 참여 검토
셋째, 미·일·호주 공동 대공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과 미사일 정보 공유협력 협조, 역내 도발·확전에 대비한 미·일의 억제작전 시행계획 등 역내 안보 네트워크화 증진
넷째, 미일 미사일 공동개발·생산을 위한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에 관한 포럼인 DICAS 출범, AI 및 선진 시뮬레이터를 포함한 전투기 조종사 훈련 ·준비태세 향상 협력
다섯째, 주일미군 소속 함정 / 항공기의 일본 방산기업 지원에 의한 정비· 유지 및 보수(MRO) 운용 및 검토
여섯째, 일본의 원거리 공격 능력 보유와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지원을 위한 미국의 지상 발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TLAM) 기술·운용능력 지원 및 극초음속 미사일 타격용 활공단계 요격미사일(GPI) 개발협력 추진
일곱째, 미·일·호주 정보감시정찰(ISR)작전 협력, 한미일 연례 다영역 연합 연습 지속 시행, 미·일·영 3국 정례적 공동연습 시행(2025년 이후) 등 인태지역 의 대(對)중국 / 대(對)북한 견제 성격의 3개국 안보협력체제 강화
여덟째, 정보통신기술 회복탄력성 강화, 중요 인프라 보호, 인터넷상 사이버 안보 라벨링 관련 상호 인지능력 확보 등 정보 및 사이버안보 협력 심화 등이다.
미일 안보협력 수준이 기존에 미국의 보호받는 수준에서 이제는 동등한 역할을 자임하는 미일동맹 일체화 단계로 변환됨에 따라 명확한 정세 인식을 바탕으로 한국은 국익 중심의 실사구시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러-우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분쟁 등 2개 전쟁으로 표류하고 있던 미국의 외교정책 중심축이 인-태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우리의 전략적 대응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일본의 합동작전사(JOC) 창설, 해상자위대 정보전기간부대와 항공자위대 우주영역전문부대 창설, 미 해군 태평양함대 예하 미일 합동기동부대(JTF) 창설 등 일련의 연합/합동부대 창설 움직임과 대만 유사사태를 대비한 남서제도 지역의 전력 증강 동향을 면밀히 관찰하여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시의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둘째, AUKUS체제의 Pillar-Ⅱ인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극초음속기술 둥 8개 분야 첨단기술 공동개발 과정에 우리도 적극 참여하여 방산수출 분야 확장과 해외시장 수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미일 동맹의 인태지역 소다자 안보협력 확장 시도와 경과를 면밀히 관찰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와의 연계 및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하겠다. 특히 연례적인 한미일 다영역(Multidomain) 연합연습 확대와 미·일·영 3국 공동연습 및 미·일·필리핀 3국 해상 초계활동 등 한국이 빠진 소다자 안보협의체의 추가적인 참여 확대로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전략적 사고와 결단이 필요하다.
넷째, 미국의 일본에 대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지지에 따라 향후 예상되는 유사시 북한지역에 대한 공격 활동 시행 시 우리의 사전 협의 / 동의 절차 마련이 시급하며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한미일 간 제도화된 협력체제 강화 조치가 긴요하다.
다섯째, 미국의 대(對)중국 우위유지를 위해 동맹국/우방국 전력을 통합 운용하는 전 영역 통합억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일 중심의 극초음속 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미사일 타격용 활공단계 요격미사일(GPI) 개발 과정에 현존 북핵미사일 위협 해소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여섯째, 한미일 안보협력이 인태지역의 다른 소다자 안보협력체제보다 더 포괄적이며 실질적인 역내 안보협력체제로 확대 발전할 수 있도록 미·일과의 긴밀한 소통채널 유지가 필요하다.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안보 동맹의 현 수준과 향후 활동 영역 및 확장범위 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국력 쇠퇴에 따른 안보 부담 감소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해소하기 위해 인태지역의 핵심 동맹국이자 대리자로서 일본의 역할과 힘을 실어주고 있는 최근의 상황 전개와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호주·필리핀·영국 등 동맹/우방국들과 소다자 안보 협력체제를 확장하는 추세는 한국에게 있어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업그레이드된 미일 동맹체제와 한일 / 한미일 안보협력체간의 조화로운 운용, 그리고 한미일 3국의 바람직한 역할 논의 등 안보를 담보로 한 명확한 실익을 고려한 외교·군사·경제 안보 측면에서의 통합적인 국가전략 수립과 이행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안보전략 겸임교수 / 예비역 해군대령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안보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연구위원 아주대 통일연구소 협력연구원 한국군사학회 / 한국동북아학회 / 한국국가정보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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