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다] 변화 꾀한 전주국제영화제 "선을 넘어 번영으로"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05/27 [08:40]

[가봤다] 변화 꾀한 전주국제영화제 "선을 넘어 번영으로"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4/05/27 [08:40]

▲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렸다.  © 이한수 기자

 

"영화인, 관객, 전주시민과 함께 글로벌 영화 도시 전주에서 봄의 영화 축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 우범기 조직위원장

 

자유, 독립, 소통을 내세우며 2000년에 출범한 전주국제영화제가 어느덧 25회를 맞았다. 주류가 아닌 독립·대안영화를 소개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출발한 영화제인 만큼 올해 역시 고전과 현대, 신작과 구작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특히 2022년 12월 영화배우 정준호가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내홍을 겪은 바 있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안정화에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영화인들은 정준호가 독립영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영화제 행정이나 실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풍성한 영화제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그는 대기업과의 협업을 이끌어내며 재정 자립도를 어느 정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각 지자체에서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을 줄여 폐지되거나 위기를 맞은 타 영화제와는 달리 전주국제영화제는 오히려 안정된 모습이었다.

 

▲ 이번 영화제에서는 6개 극장 22개 관에서 43개국 232편이 상영됐다.  © 이한수 기자

 

지난 5월 1일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막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6개 극장 22개 관에서 43개국 232편을 상영했다. 해외 130편(장편 110편, 단편 20편), 국내 102편(장편 52편 단편 50편) 등이다. 

 

올해는 ▲차이밍량 - 행자연작 특별전 ▲전주씨네투어 ▲픽사 in 전주 ▲다시 보다: 25+50 등 클래스 프로그램들에 버스킹 공연, 100 Films 100 Posters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영화제를 찾은 관객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결과, 10일 폐막 기준으로 오프라인 극장에 6만6911명의 관객이 방문했다. 팬데믹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온라인 상영과 VR 상영을 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일반 상영 기준 전년 대비 52회 증가한 590회 진행, 381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일반 상영 회차 기준 최다 상영 회차이자 최다 매진 회차다. 또 좌석 수도 지난해보다 5000여 석 가량 늘어나 총 8만4368석에서 좌석 판매율은 79.3%를 달성했다.

 

▲ 대만의 거장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와 관련해 관객들이 참여한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  © 이한수 기자

 

또 2475명의 게스트가 전주를 방문했고 해외 손님은 130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멜버른, 로카르노, 산세바스티안, 뉴욕, 토론토, 싱가포르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집행위원장이 전주를 방문했으며 세계적인 거장이자 전주국제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차이밍량 감독이 23년 만에 전주국제영화제를 방문했다.

 

전주 시민을 위한 혜택도 다수 마련했다. 올해도 4월 16일 전주 시민을 대상으로 사전 매표소를 운영했고 전주시네마타운에서는 5월 4일부터 6일까지 특별상영회를 열어 전주 시민은 별도의 티켓팅 없이 ▲오두막(2017)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기적(2020) ▲미나리(2021) ▲리바운드(2022) ▲문제없어요(2022) ▲유빈과 건(2022) ▲트랜짓(2022) 등 8편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 풍남문 옆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관람하고 각 작품의 감독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 모습.  © 이한수 기자

 

전주 라운지 내에 설치된 토크 스테이지에서 감독과 배우가 무대 인사 시간을 갖는 '시네마, 담', 지역 내 야외 명소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관람하는 '골목상영' 프로그램 등 시민들이 영화제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5월 3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 골목상영 프로그램은 14회차 상영을 진행해, 지난해 대비 약 3배 증가한 1800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

 

전주시와 함께 기획한 '전주씨네투어' 프로그램은 올해도 전주 시민과 전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전주의 다양한 야외 공간에서 지역 뮤지션과 영화 상영을 즐길 수 있는 '전주씨네투어X산책', 바로 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해 높은 관심을 받은 '전주씨네투어X마중', 영화와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주씨네투어X음악'까지 3가지 테마로 진행됐다.

 

외부 기관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색다른 공연 및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작년에 이어 월트 디즈니 코리아와 협업을 통한 '픽사 in 전주', 지역 뮤지션과 협업하며 진행된 '시네마 파라디소'와 '조선팝 공연', 영화의거리 일대를 장식한 버스킹 공연,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한 '씨네아동권리토크' 등을 진행했다. 

 

▲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인사이드 아웃 2'존이 마련됐다.     ©이한수 기자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부문 등에서 총 16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부문을 비롯해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에서 시상하는 넷팩상,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에 신설 배급지원상(주식회사 지원 후원)까지 총 15개 부문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국제경쟁 대상은 잉그리드 포크로펙 감독의 '메이저 톤으로'가 수상했다. 작품상(NH농협은행 후원)은 팜응옥란 감독의 '쿨리는 울지 않는다', 심사위원특별상은 장 밥티스트 뒤랑 감독의 '쓰레기장의 개'가 받았다.

 

한국경쟁 대상은 남궁선 감독의 '힘을 낼 시간'이 받았다. 특히 배우상과 왓챠상까지 수상하며 3관왕의 기쁨을 누렸다. 남 감독은 "저희 영화는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분들의 취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며 "그래서 그분들께 특별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그분들께 이 영화가 많은 힘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쟁 부문 신설 상인 배급지원상은 박정미 감독의 '담요를 입은 사람'에게 돌아갔다. 박 감독은 "지난 삶에서 무수히 많은 존재들의 도움으로 제가 생존할 수 있었다"며 "동시에 이 영화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지원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배우상은 '은빛 살구'의 나애진 배우, '힘을 낼 시간'의 최성은 배우가 수상했다. 정해일 감독의 '언니 유정'은 CGV상, 김이소 감독의 '나선의 연대기'는 심사위원 특별언급으로 호명됐다.

 

▲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부문 등에서 총 16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지난해보다 191편 증가한 총 1332편의 출품작 중 25편이 본선 심사를 거친 한국단편경쟁에서 대상(후지필름 코리아 후원)은 공선정 감독의 '작별'에게 돌아갔다. 한국단편경쟁 감독상(교보생명 후원)은 임지선 감독의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심사위원특별상은 박세영 감독의 '땅거미'가 받았다. 

 

총 4개 상을 시상한 특별 부문의 경우, 멕시코국립시네테카에서 한국 장편영화 전체 상영작 중 1편을 선정해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을 지원하는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은 김솔해, 이도진 감독의 '통잠'이 받았다. 아시아영화진흥기구 심사위원단이 비경쟁부문 아시아 영화 상영작 중 1편을 선정해 시상하는 넷팩상은 아델 타브리즈 감독의 '펀치 드렁크'가 수상했다.

 

지역공모 출품작 중 1편을 선정하는 J 비전상은 '너에게 닿기를'의 오재욱 감독이 수상했다. 한국 장편 다큐멘터리 상영작 중에서 1편을 선정하는 다큐멘터리상(진모터스 후원)은 지혜원 감독의 '목소리들'이 받았다. 

 

▲ 영화 티켓을 구매하는 관람객들.  © 이한수 기자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 눈길을 끈 것은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한국영상자료원과 협업해 개최한 '다시 보다: 25+50' 특별전이었다.

 

올해 25회 개최를 앞둔 전주국제영화제는 50주년으로 의미 있는 해를 함께 맞이한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한국영화계를 이끈 명작들을 다시 보며 한국영화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4편과 한국영상자료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선정한 '50/50'에서 4편, 최근에 타계한 김수용 감독과 이두용 감독의 대표작 2편으로 구성됐다.

 

최초의 한국영화 여성감독인 박남옥 감독의 '미망인'(1955)을 시작으로, 전북 영화계의 뿌리가 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1955),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모범으로 불려오는 김소동 감독의 대표작 '돈'(1958), 시대를 앞선 감각으로 주목받은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1958)가 상영됐다. 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타계한 한국영화계 거목인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와 이두용 감독의 '피막'(1980)도 선정됐다.

 

▲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4K 리마스터링'(2016)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류승완 감독  © 이한수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가 발견하고 지지해온 한국영화 감독들의 2000년대 초기 작품 4편도 선보였다. 홍상수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자, 배우 이은주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오! 수정'(2000), 독특한 작품세계로 주목받으며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 매 작품마다 서정적인 감정선으로 극찬을 받으며,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정지우 감독의 '사랑니'(2005), 연기파 배우 류승범을 발굴시킨 데뷔작이자, 한국액션영화의 귀재 류승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4K 리마스터링'(2016)도 선보였다.

 

민성욱 집행위원장은 '다시 보다: 25+50' 특별전에 대해 "한국영화 명작들을 다시 바라보며, 처음 영화를 접하던 당시 발견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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