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맡은 임무를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냥 지금 하는 것을 소신껏 끝까지 당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라고 말했다. 당 혁신안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개입을 전혀 하지 않겠다"라는 이야기도 전달받았다고 소개했다.
“최근 장00 의원 등의 반발에 윤 대통령이 노발대발했다는 설이 있다.”
이런 보도가 나온 직후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최근 장00 의원 등의 반발에 윤 대통령이 노발대발했다는 설이 있다”라는 인 위원장의 발언과 장단이 맞는 찌라시가 돌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인 위원장과 수도권 출마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인 위원장이 대통령 측근들에게 험지 출마를 강요하면서다.
특히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버스 92대가 동원된 지역 외곽 조직인 산악회 행사에 참석했다. 장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다”며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 기반이 된 외곽조직으로 십여 년간 명예회장직을 맡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제원 반발에 대통령이 노발대발(?) 산악회 행사는 혁신위 전부터 잡힌 일정 날 선 발언은 혁신위 향한 경고로 해석해야
표면적으로 장 의원이 대통령의 혁신의지에 반기를 든 모습으로 비춰진다. 여기에 대통령까지 노발대발했다는 내용은 앞뒤 맥락이 고스란히 들어맞는다.
그런데 살펴보면 장제원 의원의 산악회 모임은 혁신위가 발족하기 전인 약 2개월 전에 잡혀있던 행사였다. 당 고위 관계자는 “장 의원의 산악회 행사는 이미 당에서도 알고 있던 사안이었다”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압박에 반발하기 위해 급조된 행사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렇다면 장 의원은 왜 연일 “권력자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저는 눈치 안 보고 산다”라는 등의 강경한 발언을 내놓고 있을까.
장 의원을 잘 아는 인물들은 그의 날 선 발언들을 두고 “대통령에 대한 반기가 아닌 인요한 위원장을 향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인 위원장의 맥락 없는 혁신을 비판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에 반기’라는 찌라시 내용에도 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대통령과 특정 몇 의원들의 관계가 악화됐다는 식의 찌라시가 도는데 사실도 아니고, 특정 세력이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만든 이야기로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인요한 혁신은 먹기에 좋은 ‘달콤한 사탕’ “당의 승리 원한다면 쓰더라도 몸에 좋은 약 처방해야”
정치인은 크게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앙정치로 국정운영에 힘을 주는 인물, 중앙정치(비례대표 등)로 지역에 기반을 두는 인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지역에서 정치를 오래 했으니, 대통령과 친하니.. 이번엔 수도권에 출마해야 한다”라는 식의 인요한표 혁신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에게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더욱이 이런 추상적 권고들은 이해 당사자 간 오해와 필요없는 다툼만 야기하는 '혁신'이 아닌 '좌초'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장 의원은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혁신은 승리를 위해 늘 있었던 일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권력다툼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다. 다만, 혁신의 중심에 선 수장은 오직 승리를 위한 생태계에 맞는 명분과 분명한 메시지를 던저야 한다. 인요한 표 혁신권고안도 승리를 기반에 두어야 한다.
장 의원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인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공천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고도 지역을 꿰찬 인물이다. 당에는 쓰린 기억이지만, 지역 지지기반으로 당에 힘을 싣는 인물에게 어떠한 승리 공식도 없이 수도권에 진출하라고 등을 떠미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지역 회전문 인사'에 재도전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인요한의 혁신이 제대로 성공을 이루려면 몸에 좋지도 않은 달콤한 사탕인 ‘친윤’, ‘중진’, ‘희생’이라는 키워드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당과 정치 생리를 제대로 공부하고 몸에 좋은 쓴 약을 적재적소에 처방해야 한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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