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121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해당 투자에는 철강 산업을 비롯해 이차전지, 수소 등 신사업이 포함됐다. 지주사 체제 전환과 친환경 중심 사업 다각화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 포스코그룹의 상장사 6개 기업 전체 시가총액은 올해 2분기 100조를 넘겼다.
2018년 7월 취임해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시가총액을 가장 많이 올린 CEO로 꼽힌다. 지난 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상위 500대 기업 CEO의 재임 기간 시가총액 변화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다. 최 회장 취임 당시 포스코의 시가총액은 27조4638억 원이었지만 올해 9월 1일 기준 시가총액은 47조3599억 원으로 22조3372억 원이 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3연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관용차' 사적 이용, 태풍 내습 시기 '골프외유', 창사 이래 첫 '파업위기' 등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의 중심에 있다. 또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되는 등 정부와의 불화설도 기정사실화 돼가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오는 10월 진행되는 국정감사 출석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의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
관용차 사적 사용…검찰 송치
최 회장은 지난 20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공식적인 관용차 외에 회사차(제네시스 G90)를 별도로 두고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해당 내용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최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19년 공식 관용차 외에 회사 차량이 최 회장 자택에 주차돼 있는 것을 실제 발견했고 이를 최 회장 가족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수서경찰서는 사건을 넘겨받아 압수수색 등 자료를 모아왔고 경찰 관계자는 "일부 혐의가 확인됐다"고 입장을 냈다. 업계에선 만약 검찰에 배임혐의로 기소가 되면 '사법 리스크' 책임을 안고 중도 사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태풍만 오면 골프외유 '2년 연속'
골프외유 논란도 2년 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제11호 태풍 '힌남노' 상륙 당시 최 회장의 행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이뤄졌다. 국감 한 달 전인 9월 6일 태풍으로 인해 포항시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물에 잠기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해당 피해로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6.7% 급락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냉천 범람에 따른 생산·판매량 감소, 일회성 복구 비용 발생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며 영업이익 감소액을 1조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태풍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북상하던 9월 3일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이 됐다. 5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방문했고 6일에도 포항에 내려가지 않았다. 1일부터 포스코 내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했지만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은 하지 않은 셈이다.
올해엔 8월 6일부터 11일까지 5박6일 일정으로 캐나다에서 골프를 쳤다. 이번엔 사외이사도 동행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6호 태풍 '카눈'이 9일부터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 상륙한다는 예보가 나왔을 때다. 불과 1년 전 창사 이래 초유의 사태를 겪었음에도 해외골프관광에 나선 것이다.
당시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외유성 출장이 아닌 팬데믹으로 3년 만에 열린 해외 이사회"라며 "'카눈' 수방대책은 원격시스템으로 모두 철저히 지휘됐다"고 반박했다.
창사 이래 첫 파업 위기…10월 5일 마지노선
이렇다보니 창사 이래 처음 파업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앞선 논란 등으로 경영진과 직원 간 신뢰를 잃고 갈등이 심화된 탓이다. 지난 5월부터 20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21일 포스코 노사는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기본임금 인상을 비롯한 교섭안에 대해 논의했다. 배경에는 포스코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과 최 회장의 임금 간 괴리가 있다. 직원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보면 5년 간 2.1%다. 반면 최 회장은 지난해 전년(18억2900만 원)과 비교해 58.1% 증가한 28억9300만 원을 임금으로 받았다.
이에 노조는 ▲기본임금 13.1% 인상 ▲조합원 대상 자사주 100주 지급 ▲성과 인센티브(PI) 제도 신설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21차 교섭에서 ▲기본임금 15만 원 인상(공통인상률 8만 원 포함) ▲격주 주 4일제 도입 ▲정년 퇴직자 70% 고용연장 ▲주식 400만 원 지급 ▲구내식당 중식 무료 제공(중식비 12만 원 기본임금에 추가) 등을 새롭게 제시했다.
지난 20차에서 제시한 ▲주택자금대부 한도(9000만 원→1억2000만 원) 및 이자율(연 2.0%→1.5%) 조정 ▲휴양시설 이용 지원금 20만 원 신설 ▲중학생 자녀장학금 연 100만 원 신설 ▲출산장려금 상향(첫째 200만 원→300만 원) ▲배우자 유사산휴가 3일 신설 등도 함께 논의에 들어갔다.
김성호 범대위 위원장은 "회사 측 제시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주식은 조합원에게 스톡그랜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무료 중식은 필요없으며 나머지 제시되지 않은 교대, 정비, 상주, 복지포인트 부분에 대해서도 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스톡그랜트는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스톡옵션 대신 회사주식을 직접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 방식을 말한다. 최 회장의 임금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가 스톡그랜트를 가장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조 관계자는 "10월 5일까지 교섭이 진행되기 때문에 충분히 대화할 것"이라면서도 "원만하게 타결되면 좋겠지만 끝까지 협상이 결렬된다면 법대로 진행한다는 게 노조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우 회장에서 끊긴 정부사절단 포스코
정부와의 불화설도 문제다. 이제는 ‘최정우 패싱’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근거는 충분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철강기업으로 대통령의 순방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경제사절단에 최정우 회장은 매번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첫 해외순방이었던 아랍에미리트, 스위스를 비롯해 3월 일본, 4월 미국, 6월 프랑스, 베트남, 9월 폴란드까지 모두 제외됐다. 포스코의 경제사절단 행보는 사실상 최 회장에서 끊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포스코의 위상과 입지는 자국에서도 줄고 있다.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도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참여하지 못한 기업이 됐다.
지난 7월 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향후 3년 간 포스코그룹 전체 투자비의 절반을 쏟아붓는 대규모 선언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영업 노하우에 차체 기술까지 확보된다면 막대한 기업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 이차전지소재 사업의 지속가능한 구조확립에 폴란드 등 국외 현지공장이 필수적인데, 이는 정부와의 장기적 안목의 호흡이 필수적이다. 작금의 패싱 꼬리표가 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자리 욕심은 곧 포스코의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62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도 내세웠다. 물론 그 중심엔 최 회장이 버티고 있다. 포스코는 전사적 노력으로 한계를 모르고 성장한 굴지의 기업이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든든한 지원과 뒷받침이 함께했다.
누구도 포스코의 미래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사적 노력이 필요한 이 시점에 굳이 외풍을 맞아가며 분명한 한계에 부딪히는 실험을 할 필요는 없다. 이제는 최정우 회장이 답할 시간이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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