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애·비장애 구분없는 문화 생활을 위하여"

공혜진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3/09/22 [16:26]

[인터뷰] "장애·비장애 구분없는 문화 생활을 위하여"

공혜진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3/09/22 [16:26]

▲ 공혜진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공혜진 이사장은 생활문화예술단체인 죠이풀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지속적으로 문화다양성의 수혜자가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장애·비장애를 구분짓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찾아가는 '인식개선 연주활동'으로 문화 사업 및 다양한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 죠이풀오케스트라에 대해 소개해달라

우연히 마을에서 작게 시작한 자조모임이 발전해 '죠이풀'이란 단체로 이어졌다. 아동·청소년부터 청·장년에 이르기까지,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누구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생활문화예술 단체다. 소외계층을 위한 체계적인 문화예술교육과 인식개선을 위한 연주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특정 연령을 제약하지 않고 모든 면에서 구분을 없애니 자연스레 장애 단원도 만나게 됐다. 특별한 사명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점점 장애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관련 활동을 하면서 우리 단체를 알리고 싶어졌고, 구성원들이 똘똘뭉쳐 재창작을 통한 연주와 노래, 무용의 융·복합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국내 노인돌봄센터, 섬마을 병원 등에 '찾아가는 연주', '오케스트라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필리핀 빈민가 오지의 마을을 단원들과 함께 방문해 리코더를 나눠주고 연주 활동을 했다. 특히 톤도 마을에는 앙상블을 창단했고 지금도 화상통화를 이용해 꾸준히 만나고 있다.

 

죠이풀 단원인 장애청년 예술가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11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눈높이에 맞는 음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 '배워서 남주자!', '다함께 똑같이'라는 슬로건 아래 장애문화예술교육이 통합형 생활문화예술로 든든히 세워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 필리핀에서 리코더를 나눠주고 가르치는 모습 /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죠이풀 활동 초반에 제자를 하늘나라로 보내게 됐다. 나를 만나고 돌아가던 중에 사고를 당한 것이어서 죄책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떠나려는 순간 '아이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자' 다짐하며 무작정 필리핀 빈민가로 가 리코더를 기부하고 가르쳤다. 이 일이 동기가 돼 병원·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연주를 하게 됐다.

 

이후엔 위축돼 있는 소수의 장애 단원을 바라보다가 문득 예술의 벽을 없애고 함께 하는 것으로 대중의 인식을 개선시켜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장애 단원을 위한 장애문화예술학교를 열어서 집중 훈련을 시켰고 몇 년 후엔 비장애인과 통합으로 합주 연습을 했다.

 

사실 반년 동안은 합주가 잘 안됐다. 하지만 조금 느리더라도 안될 것 없다고 생각했고 반복 학습을 하니 지적 장애인들도 악보를 읽을 수 있게 됐다. 연주도 시간이 걸릴 뿐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은 없더라. 특히 근처 교회의 공간을 빌려 집중캠프를 진행하고 서로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응원하다보니 어느 순간 함께 듣고 연주하며 서로 통하게 됐다. 이렇듯 어울림을 통해 서로에게 갖지 못한 것을 배우고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 단체가 세상과 더욱 활발하게 만나는 이유다.

 

#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변화와 성과는 무엇인가?

2024년이면 20주년이 되는 죠이풀은 누구나 함께 배우고 연주하는 단체로 세상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고 예술 공동체로의 성장을 이뤄냈다. 페스티벌 무대도 기획할 수 있었고 전공자들도 서기 어렵다는 예술의 전당, 롯데 콘서트홀, 국립극장 해오름의 무대에도 올랐다.

 

우리는 취약계층에게 무료 악기 지원을 통한 무상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심층 면담을 하고 여러 악기를 경험한 뒤 원하는 악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원 가능한 파트는 현악(바이올린·첼로·더블베이스) 75% , 관악(플룻·클라리넷·호른) 25%로 상시 모집하고 있다. 단체 구성원은 20%의 연습 단원과 80%의 연주 단원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 지원을 위해 마련한 사업이 아니였기에 그간 많은 이들의 헌신이 있었다. 장애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은 일시적, 치료 목적인 경우여서 이러한 방향성은 개개인의 예술성을 발달시키는데 큰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이에 구성원과 함께 교육의 깊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고 낙오자가 나오지 않도록 기초부터 그림과 연계해 가르쳤다. 개인적으로는 초·중·고 시간강사로 일하며 공교육의 음악교육과 특수교육의 사례를 직접 연구하고 배웠다.

 

20년의 노력을 통해 포기하지 않는 힘과 열정, 포용력으로 작지만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게 됨을 실감했다. 이제는 우리와 비슷한 단체들이 주변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활발한 마케팅과 기업의 후원으로 더욱 성장해 오히려 이제는 우리가 배우기도 한다.

 

▲ 찾아가는 연주회 / 죠이풀사회적협동조합 제공


# 현재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이 있다면?

코로나 기간에도 화상으로 단원들과 계속 만나왔고 활동을 지속했다. 이 활동들은 당연한 내 삶의 일부다. 그래서 물질적인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없다. 다만 차별과 불평등의 인식개선 문제가 있다.  

 

장애 단원들을 경계하는 눈빛은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번은 대관해 사용하는 복지관의 연습실에서 나가야 할 위기에도 놓인 적도 있었다. 지자체 도움도 구해봤지만 장애 단체로 등록돼 있지 않아한계가 있었다. 장애·비장애인의 구분없이 생활문화를 향유하는 단체로는 인정받는 게 어려운 현실이다.

 

#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는 무엇이고 그 문제의 발생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장애인에 대해선 여전히 많은 이들이 편견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회적 제도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과 움직임이 있었지만 ▲교육이나 여가활동의 제약 ▲교육 및 의식 부족 ▲제도적 한계 ▲프로그램의 다양성 부족 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배려와 의식 없이 답을 정해놓고 보여주기식의 제도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져 불평등과 차별을 유발하고 장애인들의 사회적 참여와 기회 확장을 어렵게 만든다. 

 

진정한 베리어 프리는 편의와 환경을 개선하는것 뿐만 아니라 다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장벽을 허무는 일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나와 조금만 달라도 함께 하는걸 두려워 한다. 

 

# 앞으로의 계획과 최종 목표는?

문화의 힘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전 세계에서 모범이 되는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배우고 어울리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잘 배워서 서로 나누고 약자에겐 든든한 힘이 돼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를 공유하며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 

 

다양한 장애 형태와 수준을 고려해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의 기회를 확대해 장애인들이 예술과 문화 활동을 경험하고 창조할 수 있도록 더욱 앞장설 것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걸어왔다. 앞으로도 당면한 차별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장하며 나아가겠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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