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에 이어 이번에는 맥어더 장군이다.
낯뜨거운 동상 철거 전이 벌어지고 있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공방은 한 시민단체가 인천에 있는 맥아더장군 동상 철거 목소리로 받아치면서 정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시작은 국방부였다. 육군사관학교는 2018년 세워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지난해 11월부터 교내 기념물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로 든 것이 육사의 설립 취지와 교육 목표에 맞는 환경이다. 이런 모호한 배경 뒤에는 홍범도 장군이 사실 공산주의 경력이 숨어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 당시 독립군 재판 위원으로 참가했고,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서 빨치산으로 참가했다는 의혹, 더 나아가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던 전력을 고려하면 흉상을 설치하면서까지 기념하는 게 맞지 않다는 취지다.
결국 국방부의 흉상철거 계획은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념 과잉이라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는데다, 전 정부 지우기에 객관적 근거도 없이 지나친 자의적 판단으로 역사를 폄훼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시민단체가 인천 자유공원 명칭 변경과 맥아더 장군 동상의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이 주관하게 된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을 이틀 앞두고 나온 것이다.
이 시민단체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공원의 이름을 원래 이름인 만국공원으로, 맥아더 동상의 이전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설치되고 명칭도 자유공원으로 바뀌면서 이념 대결의 공간으로 변질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치권도 공방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국민의힘은 맥아더 장군 동상 이전을 두고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역사에 엇갈리는 성적표는 있을지언정 ‘만약’이라는 가정도 사실을 곡해하는 이념적 꼬리표가 붙어서도 안 된다. 홍범도 장군과 맥아더 장군은 모두 지금의 대한민국이 설 수 있도록 이바지한 역사적 인물임이 분명하다.
역사적 사실을 이념과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를 두고 우리는 ‘역사왜곡’이라 부른다. 미래세대에 남겨줄 중요 유산인 역사를 작금의 정치적 색깔로 왜곡할 때 미래세대에게 우리는 부끄러운 조상으로 기억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새로운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재료로 소멸될 뿐이다.
문화저널21 신경호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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