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新풍속도-①] 노량진, 자갈치…한국형 바가지의 대명사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6/15 [16:17]

[바가지 新풍속도-①] 노량진, 자갈치…한국형 바가지의 대명사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6/15 [16:17]

▲ 한 전통시장(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문화저널21 DB

 

바가지(상술)을 들여다보다 

한국사회 안의 바가지

바가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바가지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박이라는 열매의 껍데기를 비롯해 여러 뜻이 나오다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사게 되어 속게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가 부여된다. 휴가철을 맞거나 명소에 들르게 되면 마주하게 되는 병폐다. 간혹 일상에서 맞닥뜨리게 되면 인터넷에 관련 내용이 파다하게 퍼지는, 사람들이 공분할 만한 소재이기도 하다. 바가지 상술에 누구보다 민감한 한국 사람들이지만 또 더할 나위 없이 매끄럽게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우리에게 바가지는 어떤 현상일까. 실태와 유래 등을 3회에 걸쳐 포착한다.  

 

경북 영양시장, 생과자 1.5Kg 7만원 받아 논란

 

지난 한 주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하나가 있었다.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 등장한 영양시장에서 출연자들이 전통(생)과자를 구매하는데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과자 한 봉지(1.5Kg)에 7만 원. 해당 상인은 선심 쓰듯 가격을 덜어주는데 이 모습이 방송에 비춰지면서 논란이 뜨거워졌다. 급기야 해당 시장이 소재한 영양군까지 나서서 해명을 내보낸다. 바가지 상술이 예능프로그램을 집어삼킨 사건이었다. 

 

생선무게에 물 무게까지, 알면서도 속아주는 노량진 시장 

 

한때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면 ‘알면서도 속아준다’는 말이 곧잘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수산시장이기에 주로 생선회를 맛보러 가는 곳이다. 횟감을 고르면 상인들이 고객들 앞에서 생선 무게를 달아준다. 쉽게 생각하기론 바가지와 물 무게는 제하고 가격을 매기는 게 맞는데, 시장에선 물 무게, 바가지 무게 심지어 상인이 살며시 누르는 압(壓)의 무게까지 매겨 가격을 책정한다. 이를 두고 합리적으로 따져 묻는 고객이 있는 반면 ‘뭐 이런 데까지 와서 그런 것까지 따지고 드냐’며 넘어가는 고객이 많아 노량진 수산시장은 한동안 바가지 상술의 온상으로 불렸다. 

 

부산 자갈치 시장의 가격은 다르게 돌아간다 

 

부산 자갈치 시장은 항도의 중심시장답게 고객들이 많이 몰린다. 특히나 그곳에서 구워주는 꼼(먹)장어는 명물이다. 한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장의 명물 꼼장어 점포를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 출연자는 1인분에 1만 원(2015~2016년 기준)하는 꼼장어 한 대접이 나오자 양에 놀라는 장면이 연출됐다. 2명의 출연자, 내어온 꼼장어 역시 자연 2인분일 거라 생각했지만 상인이 해당 꼼장어는 5인분이라며 꼼장어를 처음 먹어보느냐는 듯 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오랫동안 화제였다. 요즘도 각종 커뮤니티나 블로그를 살펴보면 부산 자갈치 시장의 바가지 상술은 유명하다. 

 

‘다른 나라에서’ 휴가철 바닷가의 경제학

 

휴가철, 특히 바닷가의 물가는 천정부지 앙등하기로 소문났다. 숙박업소에선 비수기‧성수기 요금 차이가 상당하다. 요금만 보자면 휴가철엔 다른 나라에 와있는 것 같다는 소리가 나온다. 행락객들은 아예 즐기지 못할 바에야 돈을 더 들여서라도 휴양지를 누리자는 심리가 발동된다. 이 심리에 올라탄 상인들은 경쟁하듯 숙박 요금과 먹을거리 가격을 올린다. 

 

그렇게 휴양지의 바가지 생태계가 완성된다. 상인들은 과다 공급된 행락객들의 기나긴 줄을 보며 올해는 또 얼마나 남겨 먹을지 행복한 상상을 한다. 일각에선 바닷가 등 휴양지의 1년 살림살이가 여름 한철 장사로 결정되는 만큼 그걸 탓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한편, 우리나라 바가지 요금의 냉온차가 공정한 시장경제를 망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용팔이’의 천국, 용산 전자상가 

 

용팔이라는 말이 인터넷 상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의미는 ‘용산에서 전자기기를 파는 사람’의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한국 전자제품의 성지 용산 전자상가 이야기다. 용산에서 전자기기를 파는 사람들 가운덴 부품값을 담합하거나, 폭행 등으로 강매하는 경우도 상당했다. 유명한 일화가 존재한다. 60만 원에 책정된 그래픽 카드를 140만 원까지 가격을 튀겨 판매하는 담합이 있었다. 용산은 젊은 세대 사이에선 전자제품 바가지 상술의 장소로 유명하다. 

 

바가지는 한국 고유의 폐습일까. 

개발도상국의 바가지, 한국의 바가지는 어떻게 다를까   

 

인터넷에 ‘바가지(경제 용어)’를 검색하면 여러 곳이 등장한다. 전술한 노량진이나 자갈치시장, 용산 전자상가 등이 대표적인 장소라면 이번에 물의를 빚은 영양군의 전통시장 같은 곳도 나온다. 한국은 바가지(상술)의 온상일까. 바가지는 한국만의 병폐일까. 

 

물론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이 전하는 바가지의 사례들도 들린다. 그렇지만 그곳들은 한국 경제와는 규모가 다른 곳이다. 한국은 GDP 3만 달러의 세계 경제 10위 권의 나라다. K-컬쳐를 통해 입국하는 관광객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이런 실정인데, 이른바 명소라 할 곳들에서 벌어지는 바가지의 실태는 충격을 주다 못해 인이 박히는 상황이다. 바가지(상술)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일까.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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