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들이붓는 대통령직속위원회…‘청와대 심볼이 웬 말’

최재원 기자,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4/10 [07:10]

예산 들이붓는 대통령직속위원회…‘청와대 심볼이 웬 말’

최재원 기자,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4/10 [07:10]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많게는 한 해 예산 수백억 원을 받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실효성 있게 활동하느냐는 것. 언론 보도에 등장하는 몇몇 위원회를 제외하곤 존재마저 알려지지 않은 위원회가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21개에 달하는 위원회 숫자를 절반 이하로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임기가 남은 전 정부 임명 위원장들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원장과 자문위원들의 고액 봉급도 문제시됐다. 

 

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해 문 전 대통령 캠프 출신에게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400만 원씩 1년간 5,200만 원을 지급하다 감사원에 적발됐고, 일자리위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600만 원씩 지급해 같은 지적을 받았다.

 

  © 문화저널21 DB

 

정부 조직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위원회, 실체 파악도 어려워

담당 공무원도 정확한 내용 파악 어려워해 

 

대통령직속위원회는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나 의제를 던지고 점검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때문에 일반 국민이 이런 위원회가 하는 일들을 알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대통령 직속위원회를 살펴보거나 역할을 판별하는 일은 녹록치 않다. 대표적으로 정부 조직도에도 상세 내용이 나오지 않은데다 정부 어느기관에서도 이를 특정하지 않아 대통령실이 공인하는 위원회를 구분하기란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 숫자를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언론마다 21개, 22개로 달리 표기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조차 대통령직속위원회 조직의 구체적 현황을 묻는 질문에는 정보공개청구를 에둘러 말하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한 관계자는 대통령직속위원회 혹은 소속위원회와 관련된 질문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행정기구를 파악하기 위해 검색 이상의 품을 들여야 하는지가 의문이다.

 

▲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취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청와대 심볼을 사용하고 있다.   © 문화저널21 DB

 

대통령 직속인데 홈페이지조차 확인 안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아직도 ‘청와대’ 문양 사용

 

그렇다면 대통령직속위원회는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언론보도, 홈페이지, 활동내역 등 외적인 요소 면면을 살펴보면 국가기관으로는 볼 수 없는 허술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는 자체 홈페이지가 없다. 그나마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서 활동을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향후 항공우주 시대를 대비한다는 국가우주위원회 역시 홈페이지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물론 홈페이지의 존재 유무가 해당 위원회 활동 실효성을 판별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활동 근거가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본지가 직속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18곳의 위원회 중 홈페이지가 없거나 블로그로 대체하는 곳은 6곳이나 됐다. 위원장도 2곳이나 공석이었다. 특히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아직까지 홈페이지 하단에 ‘청와대’ 심볼을 사용하고 있었다. 외부에 활동기록을 남기는 최소한의 장치인 홈페이지조차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같은 곳은 실체가 없어 그야말로 유명무실하다. 인터넷의 흔적들을 더듬어보면 광주광역시에 설치한다는 내용 같았지만, 관련 보도를 보면 건물 하나 지었다는 소식이 나온다. 그밖에 활동은 전개되지 않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 역시 최근 활동은 있지만, 같은 위원장의 이·취임사가 한 곳에 있는 등 정비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 김한길 위원장이 이끄는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약 35건 이상의 유의미한 행사 또는 보고회 등의 공식 활동을 펼쳐왔다. 사진은 지난 2월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한길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5년간 추진할 국민통합 전략과 핵심과제를 담은 ‘국민통합 5개년 국가전략’을 확정 발표하는 모습.  / 국민통합위원회 제공

 

대통령 업무 보고 등 활동 활발한 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뿐

 

윤석열 정부 들어서 대통령 직속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부합한 활동을 펼치는 곳으로는 김한길 위원장의 국민통합위원회를 꼽을 수 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김한길 위원장을 필두로 사회갈등 현안 전반의 문제를 사전에 빠르게 파악해 하위조직을 꾸리고 대통령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살, 청년, 이주배경인, 장애인 이동, 저출산까지의 사회적 문제를 앞서 제기하면서 사전에 국민적 관심을 끌어낸 곳도 국민통합위원회의 역할이었다. 이 중 자살문제, 저출산 문제는 국민적 관심을 고조되기 전부터 산하 위원회를 만들고 정부 자문의 역할을 분명히 하는 발빠른 행정력과 조직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눈길을 끈다. 2005년 설립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외면받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그 역할이나 취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며 유명무실의 위원회로 전락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실무 경력이 풍부한 대학교수인 김영미 위원장을 자리에 앉히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거나 정책 플랜을 내놓는 등 구체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역점 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활동이 활발하다. 이달 중에는 부처별 공공 서비스 창구를 일원화하고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다.

 

▲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 사진=대통령실

 

‘법률로 설치된 위원회’ 폐지가 어려운 이유 

‘임기 남은 전 정권 위원장’을 보호하는 야당과 협조 필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불요불급한 위원회 행정 언제까지

 

이처럼 일부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실한 활동과 유명무실한 존재감을 두고 위원회의 숫자와 기능을 축소한 뒤 내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론 법으로 설치된 위원회의 폐지 수순이 결정권자의 의지에만 달려있지는 않다. 

 

국회까지 가져가야 할 문제이고 여, 야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 돼버린다. 현재 전 정권에서 임명한 위원장의 임기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기도 하다. 위원장을 강제로 내쫓을 수도 없어 위원회를 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명무실해져버린 위원회를 축소하기가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다. 

 

다만 시행령으로 설치된 위원회의 경우 대통령의 결정으로 폐지가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의 직속기관을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로 편입시키는 등의 직속기관 축소를 국무회의에 상정한 뒤 4~5개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축소 방안이 정부 의중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 결과 제 기능을 못하고 이름만 살아있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매년 들어가는 예산, 즉 국민의 혈세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한심한 상황이다. 

 

대통령 위원회 15개를 없애면 약 400억 원 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불요불급의 위원회 행정을 마치면 그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이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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