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들이 수박에 손가락질을.." 우리가 모르는 정줄말

이환희 기자 | 기사입력 2023/03/15 [14:11]

"개딸들이 수박에 손가락질을.." 우리가 모르는 정줄말

이환희 기자 | 입력 : 2023/03/15 [14:11]

  © 문화저널21 DB


정치 기사를 읽거나 시청하다 보면 난데없이 등장하는 용어들 탓에 기사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약어나 신조어 특정 인물이 비유하는 말들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정치 기사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최근 많이 나오는 개딸들부터 수박, 윤핵관 등부터 과거 정치권의 조어까지 짚어본다. 

 

개딸들, 수박 더불어민주당 내 정줄말(정치줄임말)들

대의민주주의제를 훼손하는 장본인이라는 지적도

수박 과거 운동권의 과일論에서 유래됐다는 설

 

개딸들은 ‘개혁의 딸들’의 준말이다. 본래 한 드라마에서 딸 캐릭터를 부르기 위해 만들어낸 말로 성격이 개같은 딸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 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국면에서 유세를 할 때마다 적극적인 찬조와 지원을 하던 여성 유권자들을 일컫는 말로 치환된다. 

 

뜻도 ‘개혁의 딸’이라고 전환되는데, 현재는 이 대표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자 지원군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이재명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국면에서 가결을 던졌다고 전해지는(진위는 알 수 없다)이른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왜 가결에 표를 던졌느냐”고 막말과 고압을 보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더불어 민주당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 중에 ‘수박’이라는 말이 있다. 과일 수박의 모양새에서 차용한 말인데 겉은 더불어민주당의 당 상징 색깔처럼 파랗지만 속은 국민의힘 상징 색깔처럼 빨간 성향의 의원, 당직자들을 조롱하려 만들어진 조어다. 

 

수박이라는 식의 조어는 과거 운동권 사이에서 돌았던 이른바 과일론(論)에서 비롯됐다고 알려졌다. 이를테면 토마토는 안도 빨갛고 겉도 빨갛다고 해 진성 프로레타리아를 뜻하고 배는 겉도 하얗고 속도 하얗다고 해 진성 부르주아, 사과는 겉은 빨간데 속은 하얗다고 변종 프로주아(프로레타리아트+부르주아), 당시에도 쓰였던 수박은 겉은 푸르고 속은 빨갛다고 변종 브루레타리아 같이 쓰였다는 것이다. 

 

개딸들을 비롯한 이재명 지지층과 민주당 강성 지지세력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가결 표를 던졌다고 전해지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자력구제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을 받는다. 비판이 이어지고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자해행위’라고 말하는 상황인데도 자정이 될 조짐이 없어 야당 내부의 근심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친O, 반O, 비O 정치적 세력화 기획하는 말

노무현 친노부터, 이명박근혜 친이, 친박까지

 

친O, 반O, 비O 같은 조어도 있다. 특정 정치인을 두고 우호적인 세력(친O), 반대되는 세력(반O), 우호도 반대도 아닌 세력(비O)을 일컫는다. 정치인의 이름 한 글자를 따서 조어하는데, 연원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일 적부터 우호적인 세력을 칭하는데  사용했던 ‘친노’라는 말에서 시작돼 이명박,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대표들을 대상으로 정치권에서 우호하거나 반대하는 세력화를 기획했던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를 대상으로 친, 반 세력이 있고 이 세력들을 중심으로 당권 내부의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친윤(대통령)세력으로 대표되는 김기현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고, 친윤 세력들이 최고위원들로 당선되는 등 현 여당의 실세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윤 세력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야당 역시 친명(이재명 대표)세력이 지도부를 장악해 당내 소수 세력인 비명이나 반명 세력을 압도하고 있다. 

 

윤핵관, 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준석 전 대표가 원저자

과도한 당무 개입 논란 부딪쳐 

 

윤핵관은 윤석열 대통령에 얽혀있는 말이다.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 원작자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로 알려져있다. 윤핵관은 친윤과도 비교해 사용되는데 친윤이 윤 대통령에 우호적인 다수의 인사들을 일컫는 말로써 윤핵관은 친윤 세력의 핵심 간부급인 인사 몇 사람을 거론할 때 쓰이는 말이다. 흔히 4인방이라고 알려졌는데 ‘장제원,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등 의원을 윤핵관이라고 부른다. 

 

▲ 윤핵관은 윤석열 대통령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진=대통령실)  

 

윤핵관은 여당 당무 안팎의 많은 대소사들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는데 공식 직함이 없는 인사들이 당무에 개입하는 것이 월권이라는 논란도 있고, 대통령의 청와대와 여당이 함께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당정일체’의 엄연한 행사라는 주장도 있다. 

 

상도동, 동교동, 청구동 삼김 시대 정치권 조어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쓰이는 조어들이 존재했다. 요즘의 ‘친O’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사는 곳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이를테면 김영삼의 상도동, 김대중의 동교동, 김종필의 청구동 같은 식이었다. 기자들은 각 정치인의 집에 진을 치고 정치인들과 그들의 우호세력이 흘리는 말들을 받아 적어가며 정치면을 꾸려갔다. 

 

상도동, 동교동 등은 위치를 특정한 말에 그치지 않고 해당 세력을 일컫는 말로 거듭나기도 했다. 당시 동교동과 상도동이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의 ‘동상이몽’이라는 카피는 당대 정치권의 일면을 보여주는 신문 정치면의 헤드카피였다. 

 

사쿠라, 군부 권력에 대항하는 척 뒤에서 손잡는 세력 일컬어

사쿠라니쿠, 바람잡이 설 등 비롯돼

유진산, 이민우 등 정치인이 대표적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사쿠라’라는 정치권 은어가 있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1960~80년대에 야당 내에서 정권과 손잡고 일하는 걸로 여겨지던 정치인을 비하하던 용어다. 박정희로 대표되는 군부 권력에 대항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협상하고, 정치적 이익을 누리던 세력을 뜻하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용어의 유래로는 일본어의 ‘사쿠라니쿠’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쿠라니쿠는 색깔이 벚꽃과 같이 연분홍색인 말고기를 가리키는 말로서, 소고기인 줄 알고 샀는데 먹어보니 소고기로 둔갑한 말고기였다는 것으로 즉, 겉보기는 비슷하나 사실은 다른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 외 일본어에서 쓰이는 '손님인 척 하고 다른 손님의 흥정을 부추기는 바람잡이' 라는 의미인 사쿠라 설도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으로는 이철승, 유진산, 유치송, 이민우 등이 꼽힌다. 시인 김지하는 이들을 조롱하기 위해 앵적(櫻賊歌)라는 담시를 짓기도 했다. 

 

시대 따라 명멸하는 정치권 조어 

정치 더 깊게 볼 수 있는 첩경

 

정치권 조어는 시대와 인물들에 따라 생성되었다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신세였다. 마치 정치인들의 모습 같았다. 한때 화려하게 번성하고 권력을 누리다 세월이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버리고 마는. 새로 생성되는 정치권 조어가 어떤 모습일지를 지켜보는 것도 우리 정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첩경일 수 있다.   

 

문화저널21 이환희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