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귀 열었다…오세훈 저출산 정책 1호 ‘진짜배기’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3/09 [10:55]

제대로 귀 열었다…오세훈 저출산 정책 1호 ‘진짜배기’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3/03/09 [10:55]

# A씨 부부는 2년 전 고민 끝에 시험관 시술을 결심했다. 그러나 번번이 임신에 실패하고 시험관 시술 과정이 길어지는 이른바 '고(高)차수'가 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건강보험을 적용받고도 시술 때마다 최대 200만 원 가까운 큰 돈이 나가기 때문.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해주는 난임시술비 지원사업도 있지만 ‘중위소득 180% 이하’ 조건에 걸려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A씨 부부는 언젠가는 임신이 될 거라는 희망 하나로 시험관 시술을 계속 시도하고는 있지만, 수백~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언제까지 쏟아부을 수 있을지 막막하다. 

 

# 30대 중반에 들어선 B씨는 지금 당장은 결혼계획이 없지만 언젠가는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싶기 때문에 난자 동결을 결심했다. 그러나 회당 약 250만~500만 원 정도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도 해당되지 않는 시술비용이 걸림돌이었다. B씨는 “저출생이 심각하다고 하면서 일찍부터 가임력 보존을 시도하는 미혼 여성에 대한 지원은 하나도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천명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소중한 탄생의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공식적으로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서울에만 약 8만2천명, 전국적으로는 연간 25만명에 달한다.(2021년 기준)

 

  © 문화저널21 DB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국 최초로 미혼여성의 난자동결을 지원하는 등 난임부부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난임은 부부가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데, 최근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임신을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 부부도 늘고 있다. 그런데도 난임 시술에 드는 비용이 높아 난임시술을 받고 싶어도 쉽게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임신을 준비 중인 부부들은 정부의 저출산 대책 예산이 수십조 원에 달하면서도 정작 임신을 위한 지원은 없다면서 정부 정책이 정말 필요한 곳을 향했는지에 대한 지적을 이어왔다.

 

실제 지난 정권에서 저출산 관련 예산 중 병원비 지원, 난임부부 지원과 같은 직접지원 비용은 예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청년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 등의 항목이 저출산 지원 예산에 포함되는 정책적 모호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오세훈 시장은 SNS를 통해 저출산 정책과 관련해 “서울시장으로서 모든걸 다 바꾸겠다는 각오로 저출생 해결에 가능한 지원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면서 “한두 개라도 실수요 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맥락과 같이 오세훈 시장의 초저출생 정책 1호는 ‘난임 지원 확대’였다. 서울시는 난임 시술시 소득시준 기존 중위 180% 제도를 폐지하고 시술 간 칸막이를 없애 모든 난임부부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전국 최초로 임신, 출산을 염두에 두고 난자 냉동을 희망하는 여성에게도 시술비를 최대 200만 원 지원한다. 이 밖에도 고령 산모 병원 검사비 100만 원, 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전액 지원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곳에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줬다.

 

  © 문화저널21 DB

 

  • 난임시술비 소득기준(중위 180%) 전격 폐지
  • 전국 최초 임신 출산 염두에 둔 난자냉동 시술비 지원
  • 고령 산모 병원 검사비 100만원 지원
  • 다태아(쌍둥이) 자녀안심보험 전액 지원

 

난임 시술에는 시험관(체외수정), 인공수정 등이 있으며, 시술당  150~400만 원 정도의 높은 시술비가 든다.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부담금의 최대 20만 원~110만 원을 지원해주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시비 65%, 구비 35%)이 시행 중이지만, 기준 중위소득 180%('23년 2인 가족 기준 월 622만 원(세전)) 이하만 해당돼 맞벌이 부부는 지원을 받기 쉽지 않았다.

 

오세훈 표 난임 지원의 주요 내용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기준 및 시술간 칸막이 폐지 ▲난자 동결 시술비용 지원 ▲고령(35세 이상) 산모 검사비 지원 ④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지원이다.

 

우선 서울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의 소득기준(중위 180% 이하)을 폐지해 모든 난임부부에게 시술비(본인부담금)를 회당 최대 110만 원까지 지원하고, 기존 시술별 횟수 제한(신선 10회, 동결 7회, 인공수정 5회)도 시술별 칸막이를 없애 시술 종류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난자 냉동 시술을 원하는 30~40세 여성(미혼 포함)에게 최대 200만 원(첫 시술 비용의 50%)까지 시술비용을 지원하는 시범사업도 전국 최초로 시작한다. 단, 20대 여성이라도 난소종양 관련 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 등으로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조기폐경의 가능성이 있을 경우(AMH 검사 결과 1.0 미만)엔 지원받을 수 있다. 

 

난자 냉동 시술비 지원은 최근 결혼 연령이 올라가면서 지금은 아니더라도 추후에 임신・출산을 희망하는 미혼 여성 사이에 난자 동결 시술이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한 것이다. 여성의 가임력 보존을 위한 난자 동결 시술 지원은 장래 출산 가능성에 투자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만혼이 증가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희망하는 미혼 여성들 사이에서 난자동결 시술이 증가(A병원, 2016년 243건→2021년 1,194건)하고 있지만, 난자동결 시술은 회당 약 250~500만 원의 비용을 전액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엄마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난임 시술을 통한 쌍둥이(다태아) 임신‧출산이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고령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지원도 새롭게 시작한다. 

 

임신중독증 같은 합병증과 기형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고령 산모(35세 이상)에게 기형아 검사비로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서울시 고령 산모는 연간 약 1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결혼‧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35세 이상 출산은 30년 새 13배 급증했으며, 산모나이 35세 이상 고령 출산이 전체 35%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 산모는 난자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일반 출산보다 9배가 높아 니프티 검사 등 기형아 검사가 필수다. 

 

또한, 난임 시술로 증가하고 있는 쌍둥이(다태아)의 자녀안심보험 무료 가입을 지원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지키고 의료비 부담도 덜어준다. 작년 한 해 서울에서 태어난 쌍둥이는 2,210명, 세쌍둥이는 85명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으로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위한 난임 부부, 고령산모, 다태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4년간(2023~2026) 약 2,123억 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와 조례 개정 등 사전 준비 절차를 거쳐 본격 시작한다.

 

▲ 서울시 제공

 

이와 관련해 오세훈 시장은 난임 시술을 통해 출산에 성공한 부부와 난임 시술을 시도 중인 난임 당사자, 난자 냉동 시술을 한 미혼여성, 난임 치료 전문가 등과 간담회를 갖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기도했다.

 

간담회 참가자들은 “저출생 문제에 있어서 안 낳으려고 하는 사람을 낳게 하는 것보다 낳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얼마든지 아기를 낳을 준비가 되어있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이 조금 더 열리면 좋겠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오세훈 시장은 어려운 이야기를 해주신 참석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비슷한 고민과 고통을 안고 계신 분들이 간절한 마음을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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