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정진의 ‘숙제’ 일감몰아주기 해소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3/03/06 [15:42]

돌아온 서정진의 ‘숙제’ 일감몰아주기 해소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3/03/06 [15:42]

“회장도 다른 직원과 똑같이 정년이 되면 은퇴하겠다”

“셀트리온 회장이었던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부탁은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표현처럼 주옥같은 말들을 남기고 2021년 모든 경영일선에서 은퇴했던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다시 돌아왔다. 강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던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서 회장의 복귀에 제약바이오 업계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는 반응이 나왔다.

 

서 회장 스스로가 은퇴 당시 “경영에 부족한 점이 생기면 소방수 역할을 하기 위해 저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던 만큼, 빠르고 늦는 차이가 있을 뿐 서정진 회장의 복귀는 어떠한 형태로든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 셀트리온 그룹 서정진 명예회장. (사진=셀트리온)  

 

실제로 서 회장이 자리를 비우고 약 2년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등의 호재가 무색할만큼 셀트리온 주가는 57% 가량이나 폭락했다. 2020년말 한때 37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이달 초 14만3700원까지 떨어졌다. 

 

실적 면에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셀트리온은 전년대비 매출이 20% 이상 증가해 2조원 넘는 역대 최대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03% 감소한 6471억원으로 집계됐다. 4분기에는 매출이 15% 줄고 영업이익이 50%가량 감소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잇따라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낮춘 상태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미국 승인‧출시까지 앞둔 상황이 이어지자, 결국 현 경영진은 서 회장에게 SOS를 쳤다. 2년 만이라도 경영에 복귀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셀트리온 그룹은 지난 3일 각사별 이사회를 개최해 서정진 명예회장을 2년 임기로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서정진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현 위기상황을 극복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서정진 물러나고, 두 아들 사내이사로…경영권 승계?

논란 의식했나, 서정진 주총서 “자식들에 사전증여 없다”

  

사측에서는 서정진 회장의 복귀를 둘러싼 각종 해석에 “전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오너 서정진의 복귀로 상장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 2세 경영 강화 등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서정진 회장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관련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만큼, 그룹 내 상장사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책임지고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은퇴 행보를 깨고 그룹에 복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내이사에 올랐다고는 해도 서정진 회장 없이 두 아들이 책임지고 합병 이슈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장의 우려도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정진 회장의 은퇴 직후 두 아들은 모두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사내이사로,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로 가며 서정진 회장의 빈자리를 채웠다. 

 

이 때문에 당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2세 경영’의 신호탄, 혹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초석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실질적인 경영은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나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 등 CEO들이 맡는 구조인데다가 서정진 회장이 말했던 대로 ‘소유와 경영분리’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사측의 공식입장이지만, 주주들은 승계 가능성을 놓고 거세게 들끓었다. 통상적으로 보면 사내이사는 결국 경영과의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지난해인 2022년 3월 열린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는 서 회장이 전화로 주총에 참석해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상처를 드려 명예회장으로서 또 대주주로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제 가족들은 주식이 단 한주도 없다. 제가 죽으면 셀트리온은 상속세법상 거의 국영기업이 될 것이다. 국영기업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식들에게 사전 증여하는 일은 없다”고 적극 해명한 바 있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본사 전경. (사진제공=셀트리온헬스케어) 

 

쟁점은 ‘상장3사 합병’…일감몰아주기 논란 지울까

서정진, 최근 대법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소송 패소

소액주주 설득이 관건…서정진의 카리스마 필요했나

 

현재 서정진 회장이 두 아들에게 사전증여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핵심 쟁점은 셀트리온 그룹 내 상장 3사 합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 회장은 최근 대법원까지 끌고 간 끝에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셀트리온이 의약품을 생산하고 이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넘겨 유통‧판매하는 형태가 사실상 현행법상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만큼 국세청에서 132억원의 세금을 거둬갔는데, 서 회장 측이 이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 골자다. 

 

셀트리온의 매출액 중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해 얻은 매출이 2012년 94.57%, 2013년 98.65%인데다가 두 회사 지배주주가 모두 서정진 회장인 만큼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는 것이 세무당국의 판단이지만, 서 회장 측은 셀트리온 홀딩스(96.99%)를 통해 셀트리온 지분(20.09%)을 간접보유하고 있던 만큼 지배주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서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이상 추가적 불확실성은 해소됐고, 그 자리에는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 만이 남았다. 

 

이런 시점에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으로 다시 복귀한 것은 결국 ‘계열사 합병 마무리’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그룹에서 예고한대로 계열사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이 하나의 회사가 되면서 그룹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일감몰아주기 등의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계열사간 거래가 많은 특성상 합병이 이뤄진다면 실적이 축소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거 셀트리온스킨큐어를 합병하려했던 당시에도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을 감안하면 결국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면 소액주주들의 찬성표가 절대적이다. 이를 위해 주주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서정진 회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경제위기 뿐만 아니라 전략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측의 공식입장만 놓고 보더라도 서 회장의 복귀 이후 계열사 합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셀트리온 관계자는 증여세 관련 판결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등 일련의 해석과 관련해 “왜 증여세와 연관 짓는지 모르겠다.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내용”이라 선을 그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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