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띄운 '선거구제 개편' 약일까 독일까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3/01/04 [10:28]

尹대통령이 띄운 '선거구제 개편' 약일까 독일까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3/01/04 [10:28]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언론사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3월까지 선거구제 개편을 확정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논의가 본격화되자 여야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는 만큼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이를 모를 리 없는 윤 대통령이 이 시기에 정국을 격랑 속으로 몰아넣는 선거구제 개편 화두를 던졌을까.

 

▲ 사진=대통령실

 

선거구제 변경은 올해 정국을 달굴 핵심 키워드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1948년 5월 10일 실시된 제헌의원 선거에서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이래 줄 곳 소선거구제를 유지했다.(4.19 혁명 직후 실시된 제5대 선거에서 양원제 채택으로 민의원은 소선거구제, 참의원은 대선거구제), 1972년 10월 유신 후 실시된 제9대 국회의원선거(1973년) 및 제10대 국회의원선거(1978년)와 전두환 정권시절 실시된 제11대 국회의원선거(1981년), 제12대 국회의원선거(1985년)에서는 1개의 선거구(지역구)에서 2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한 역사를 안고 있다.

 

노태우 정권 출범 후 실시된 제13대 국회의원선거(1988년)에 다시 소선거구제로 환원되어 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2020년)까지 줄 곳 소선거구제를 유지하였다. 1992년 10월 유신 선포에 따른 국회해산 및 헌법 개정과 1980년 5.18사태로 인한 국회해산 및 헌법 개정 등으로 중선거구제가 일시 도입되기도 했으나,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국회의원선거)는 우리 정치제도의 근간이었다.

 

이렇듯 (국회의원) 선거구제 변경은 혁명이나 정변을 수반한 비상 상황 속에서의 헌법 개정의 결과물이었다. 이토록 지난한 문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제도 도입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였고, 국회의장이 적극적으로 화답하면서 실현 여부와는 상관없이 올해 정국을 뜨겁게 달굴 정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도(1인), 중선거구제도(2∼3인), 대선거구제도(4인 이상)는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주로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지목되어온 양당정치의 폐해 극복을 위해 중·대 선거구제도를 주장하고 있으나, 지역주의 및 이념 등이 발목 잡는 한 제도 변경으로 치유될 일은 아니라고 보인다. 그보다는 ‘과연 선거구제 변경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냐?’란 점이다.

 

우선 21대 후반기 국회의장직을 마지막으로 명예롭게 퇴임하기를 원하는 김진표 의장이 적극적으로 화답(찬성)하고는 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고, 민주당 내 비명계에 속하는 15∼20% 내외의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선거구제 변경을 (적극)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현상 변경이 어려운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입장(상황)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훨씬 복잡하다. 대통령이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일단 찬성 입장을 보이는 중이다. 우선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일의 (국회) 원내 대책 회의에서 “지금까지 계속돼온 소선거구제에 대한 폐단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선거구 제도의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며 당내 전체 뜻을 모아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특이한 점은 당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나 주로 비윤계 의원들이 (적극) 찬성 입장에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3월의 전당대회 윤심을 업은 인사가 당권을 잡으면 차기 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생존전략 차원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3월에 (정기)전당대회를 개최하며,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4월의 제22대 총선까지 지휘하게 된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여 완전한 윤석열 당으로 변모시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처지기에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은 선거구제 변경(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당권주자들이 찬성의 태도를 밝힐수록 민주당은 반대는 더욱 완강하게 굳어져만 갈 것이다.

 

민주당의 반대가 완강하다면, 선거제도가 변경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도리어 격렬한 대치·투쟁 등으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일견 예상되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민의힘은 줄기차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 문화저널21 DB

 

수사와 선거구제 변경이 뒤얽힌 상황

 

지난해 3월 9일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정부는 같은 해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승리하여 지방권력을 교체했으나 국회는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의회권력을 탈환하지 못하면 식물정부로 전략할 위험성이 상존하며, 정권재창출의 암운까지 드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및 국민의힘으로선 어떻게 해서라도 제22대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 재창출까지 갈망할 것이다(물론 민주당은 정권탈환임). 현재 일부 여론조사 기관 등에서 이재명 대표의 차기 지지도가 어느 정도 버텨주고는 있으나, 정치는 생물이고 가변적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 및 차기 대권은 현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차기 선거(총선,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가장 걸림돌이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는 어느 정도 공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가 역량을 전 정부 적폐(비리) 청산 및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연일 압수수색 및 각종 수사내용이 언론지상을 뒤덮고 있다. 서훈 전 실장이 구속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도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는 피해 가는 듯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는 언론에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6∼7개에 이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16,147,738(47.83%)표를 획득한 후보였고, 차기 대선에서도 유력후보로 언론에 거명되는 상황인지라 그에 대한 직접 수사 및 결과 등은 정치적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사 진행에 눈과 귀를 뗄 수조차 없다.

 

정계의 초점이 이재명 수사에 모이고 있었던 찰나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구제 변경이라는 커다란 키워드를 던졌다. 윤 대통령이 의도하였던, 의도하지 않았던 선거구제 변경을 둘러싼 정치적 격렬한 대치는 이재명 대표에게 온통 쏠릴 수 있는 국민의 시선을 어느 정도 분산시킬 것이란 점은 객관적 사실이다. 

 

선거제도 변경을 둘러싼 협상과 대치가 얼마나 시끄러울 것인가? 실제 선거구제가 변경될는지는 알 수도 없고 매우 불투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선) 분산의 정치적 묘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나 전 정부 적폐 청산은 올해 내내 진행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통해 총선승리의 전리품을 획득하려 함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의 민주당은 정권 타도까지 부르짖으며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란 점 또한 자명하다. 

 

이런 상황 속에 선거구제 개편(시도)까지 뒤엉켜 등장하여 전선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과정은 정치인들의 몫이지만 결과적으로 혼돈의 정치판을 바라보는 국민은 결국 정도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을 표로 매섭게 심판할 것이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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