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적극행보 ‘무례’로 받아친 일본

日관계자들 “안 만나도 되는데 만나…한국 빚 졌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09/23 [16:37]

尹대통령의 적극행보 ‘무례’로 받아친 일본

日관계자들 “안 만나도 되는데 만나…한국 빚 졌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09/23 [16:37]

日관계자들 “안 만나도 되는데 만나…한국 빚 졌다”

외교 전문가들도 “조급하게 접근, 구걸하는 것처럼 돼”

尹정부 외교라인 이대로 괜찮나…대대적 물갈이 필요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끈질긴 스킨쉽을 거쳐 기시다 총리와 직접 만나는데 성공하는 등 이른바 ‘외교적 고군분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양국 정상의 만남을 ‘약식 정상회담’이라 규정한 우리 정부와 달리 ‘간담 수준’이었다고 평가절하하고, 향후 한일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도 거듭해서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일본 내에서는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났다’며 한국이 일본에 빚을 진 것 아니냐는 식의 도넘은 배석자들의 반응마저 나왔다. 여당에서 “문재인 정권이 망쳐놓은 한일관계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 자평한 것과 달리 일본이 ‘무례함’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만남을 갖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1일 오후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30여분간 만났다. 

 

대통령실은 양국 정상의 만남이 대통령 취임 후 첫번째 한일 정상회담이면서, 동시에 2년 9개월 만에 한일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두 정상은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 수호를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나가자는데 공감하고 협력하기로 했으며, 북핵 위기와 관련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양국 정상의 만남에 대해 문재인 정권에서 망쳐놓은 한일관계가 회복되는 것이라며 거듭 환영의사를 밝혔다. 야당의 공세에는 대통령이 외교 무대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며 응원이나 격려를 해야 한다고 되받아쳤다. 

 

하지만 이러한 대통령실과 여당의 의미 부여가 무색하게 일본에서는 이번 만남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등 ‘무례함’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측 회담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아무 성과가 없는데 만나고 싶다고 하니 이쪽은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났다”며 양국 정상의 만남으로 한국이 일본에 빚을 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회담이 성사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전하기도 했는데, 한국 정부에서 만나고 싶다는 요청을 여러번 하자 일본 측이 ‘이 시간, 장소 밖에는 안된다. 그래도 온다면…’이라고 답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이 지정한 일시‧장소로 직접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국 정상의 만남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의 친구들’ 행사장에 직접 찾아가면서 성사됐다. 정상 간의 만남이었지만, 양국 국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장소에서 만남이 진행됐고 한국 취재진들은 한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및 UN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전 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실제 성사되기 전까지 적지 않은 불협화음을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일정 소화를 위해 출국하기 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일정을 소개하며 “유엔총회에서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시간을 조율 중”이라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은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전했지만, 정작 일본 쪽에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라는 입장만 계속해서 내놓았다. 

 

대통령실의 입장과 일본 당국의 입장이 극심한 온도차를 보이면서 한일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주를 이뤘지만 회담장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철통보안 속 한일 정상의 만남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양국 정상의 만남에 대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한일관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고 자평했고,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직접 만나면서 문재인 정권이 망쳐놓은 한일관계에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웠다”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상황에서 23일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났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자, 외교적 결례‧홀대 등 논란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우리 대통령과 직접 만났던 기시다 총리 역시도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고,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하면서도 추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또다시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정부, 성과 집중하다 문제 키워”

尹 귀국 후 외교라인 ‘물갈이’ 필요성도 솔솔

 

외교 전문가 등은 이번 한일 약식 정상회담을 둘러싼 불협화음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너무 ‘성과’에 집중하다보니 문제를 키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섣부른 발표로 불필요한 불협화음이 발생한 이상, 원인 제공을 한 외교라인 관계자들부터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오준 전 주UN대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번의 정상회담이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이번 회담 역시 너무 조급하게 접근하지 말고 만남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접근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다소 성급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강창일 전 주일본 대사도 “일본에서 비공식적으로 내부에서 대화하고 있는 중에 안보실 차장이라는 인사가 (회담 개최라고 발표한 것은)아주 외교적 결례”라며 “우리가 구걸하는 것처럼 돼버렸으니 국민들은 얼마나 화가 나겠나. 원인 제공은 한국에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전 대사는 “약식회담이라 표현하기보다 비공식 조우라는 표현을 쓰는게 맞다고 본다”며 성급한 발표를 한 김태효 1차장이나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박진 외교부장관 등 외교라인의 실책에 대해 분명히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외교적 경험이 많은 실무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처럼 초보적인 실수가 나오기는 힘들다며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현재의 윤석열 정부 외교라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영국‧미국‧캐나다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해외순방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기는커녕 불필요한 잡음만 계속됐던 것을 감안하면, 대통령 귀국 후 외교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무게가 실린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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