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막걸리에 ‘고급’ 한방울…지평주조 푼주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08/25 [10:20]

[르포] 막걸리에 ‘고급’ 한방울…지평주조 푼주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08/25 [10:20]

고급 한식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PUNJU)’

요리명인 김세진 셰프 앞세워 우리 술·음식 선보여

‘한국 술 문화 플랫폼’ 역할…막걸리의 프리미엄화 꾀한다

 

▲ 지평주조가 오픈한 한식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PUNJU)’의 내부 모습과 음식들.     ©박영주 기자

 

“막걸리에는 파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고급 한식 맡김차림(오마카세)에도 막걸리가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주려고요. 막걸리나 우리술도 얼마든지 양주나 와인처럼 고급화 할 수 있습니다”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가 전통주에 한식 맡김차림을 곁들인 레스토랑 ‘푼주(PUNJU)’를 열고 고급화된 한국 술문화 플랫폼을 제시한다. 맡김차림은 일본말인 오마카세를 우리 말로 바꾼 것이다. 

 

통상적으로 ‘막걸리’ 하면 젊은 사람들보다는 나이든 사람들이, 정갈한 음식보다는 파전이나 두부 같은 서민적인 음식이 어울린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지평주조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대한민국 요리명인 김세진 셰프를 푼주 오너셰프로 앞세운 고급 한식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를 오픈하고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막걸리도 얼마든지 고급 한식 코스요리와 어울릴 수 있으며 와인이나 양주 같은 고급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한식당 ‘푼주(PUNJU)’는 지난 4일 오픈했다. 여기서는 지평주조가 선보인 프리미엄 막걸리 3종 부의주, 석탄주, 백화주와 함께 눈으로 먼저 즐기고 입으로 두번 즐길 수 있는 고급 한식 시그니처 메뉴 ‘주병합 타파스’ 등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푼주’는 옛 사대부나 왕실에서 식음을 담던 전통 식기를 의미하는데, 이름 그대로 매장 내부는 완전히 오픈된 형태의 주방과 함께 전상근 작가가 만든 식기들이 눈길을 끈다. 현대적 분위기의 오픈주방과 전통적 소품들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푼주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오너셰프인 김세진 셰프는 매장을 찾은 이들에게 에피타이저부터 메인디시, 디저트까지 다양한 음식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어울리는 막걸리를 추천한다. 김 셰프는 “날씨와 손님의 분위기 등에 따라 주류 페어링은 달라진다”며 맞춤형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푼주의 강점이라 설명했다.

 

이날 첫번째 음식은 에피타이저로 생 양배추와 된장으로 만든 보리된장, 지평막걸리로 만든 호밀빵, 서리태콩을 넣어 만든 버터가 나왔다. 

 

함께 나온 술은 지평주조의 새로운 프리미엄 막걸리 ‘부의주(浮蟻酒)’였다. 발효시 떠오르는 찹쌀의 모습과 술의 텍스쳐가 마치 ‘하늘에 뜬 구름과 같다’는 의미를 담은 부의주는 은은한 단맛과 함께 산미가 특징적이다. 알코올 도수는 8.5%다.  

 

▲ 푼주에서 에피타이저로 내놓은 계란찜. 실제 계란껍질에 김장아찌와 전복, 허브 등이 올려졌으며 전상근 작가의 그릇이 눈길을 끈다.   © 박영주 기자

 

▲ 메인요리이자 푼주의 시그니처 메뉴인 ‘주병합 타파스’. 처음 서빙될때는 아래 사진처럼 술병의 형태지만 4단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층에 음식이 정갈하게 담겨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박영주 기자


이후 나온 계란찜은 실제 계란껍질에 김장아찌, 전복, 허브 등이 올려진 상태로 나왔다. 계란찜이 담긴 계란껍질과 함께 깨진 계란을 표현한 듯한 전상근 전통공예작가의 그릇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첫번째 메인요리로는 ‘주병합 타파스’가 나왔다. 주병합 타파스는 푼주의 시그니처 메뉴로, 겉으로 보면 주병(술병)처럼 보이지만 4층으로 나뉘어져 각각의 층에 음식이 담겨진 ‘4단 주병합’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타파스는 스페인에서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간단히 먹는 한입거리 음식으로 외국요리를 한국식으로 해석해 이색적인 그릇(주병합)에 담은 것이 주병합 타파스라 할 수 있다. 

 

안에는 △바구니 형태의 김부각에 아귀간 무스, 단새우 토핑을 올린 요리 △문어숙회와 당근퓨레에 3시간 정도 콩피한 대추토마토를 곁들인 문어 타파스 △얇게 채썬 참치를 감태와 싸먹는 메뉴 등이 담겨 있었다. 

 

함께 곁들일 술로는 ‘향과 맛이 너무 좋아 입에 머금고 삼키기 아까워 탄식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석탄주가 나왔다. 실제로 석탄주는 전문가 평가에서는 가장 인기가 없었는데, 현재는 재고가 없을 정도로 가장 큰 인기를 끌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은은한 맛과 바디감을 자랑하는 석탄주의 도수는 12%다.

 

두번째 메인요리는 제철 해산물이 나왔다. 숙성도미와 함께 새우·가리비관자·성게알을 한입에 먹을 수 있도록 한 삼합이 제공됐다.

 

막걸리에는 전이 잘 어울리는 만큼 통새우전 아래에 이태리식 샐러드를 깔아 깔끔한 뒷맛을 자랑하는 ‘비름나물 오일 통새우 전’도 나왔고, 오이 장아찌‧고수절임 등을 곁들인 수비드 보쌈은 훈연 연기를 담은 그릇에 담겨나와 뚜껑을 여는 순간 특유의 훈연향이 풍기는 연출을 더했다. 

 

메인요리의 마무리로는 무밥과 함께 파·고송버섯을 넣어 끓여낸 빨간 국물의 해장국이 나왔다. 김세진 셰프는 “국에 무를 넣으면 너무 맛이 달아서 밥에 무를 넣어봤다”며 “요리와 술을 맛본 뒤 마무리로 해장국에 밥을 말아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렌지 샤베트와 함께 알코올 도수 8.5%의 ‘백화주’가 나왔다. 백화주는 술병을 따면 ‘꽃으로 가득한 뜰의 향기처럼 신선한 향취’가 느껴진다는 설명의 술이다. 풍성하면서도 기분 좋은 단맛은 디저트와 어울렸다. 

 

▲ 푼주의 VIP룸. 매장 지하 안쪽에 자리한 룸에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돼있어 주방으로부터 바로 음식을 받을 수 있게끔 돼있다.   © 박영주 기자

 

지평주조는 새로 오픈한 푼주를 한국술을 소개하고 우리술 문화를 알리는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평주조가 푼주를 시작으로 F&B 사업에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분분했지만, 사측은 어디까지나 푼주는 ‘한국 술 문화 플랫폼’이라고 선을 그었다.

 

푼주에서 신제품 술을 먼저 선보이고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전국유통 및 대중화에 나선다는 설명인데, 실제로 이날 방문해본 결과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는 다른 곳에 분점을 낸다던지 하는 형태로 프랜차이즈화 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오히려 우리술과 우리 음식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느낌에 가까웠다. 

 

이날 소개된 프리미엄 막걸리들 역시도 유통기한이 3주 정도로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들에 비해 현저하게 짧다. 거기다 제품을 만드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종류별로 60병만 한정생산 가능해 대중화로 이어지기는 다소 넘어야할 산이 많았다.

 

하지만 서민의 술 막걸리를 프리미엄화 해서 외국인들에게도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푼주의 전략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프리미엄이라 하더라도 가격은 백화주·석탄주·부의주 모두 3만원대로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어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것도 한국 술 문화 대중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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