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윤석열 대통령이 꿰어야 할 단추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08/02 [17:40]

[취임 100일] 윤석열 대통령이 꿰어야 할 단추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08/02 [17:40]

▲ 도어스테핑을 진행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탄생한 윤석열 정부가 취임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지지율이 20%대까지 내려앉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슬로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정권교체’를 핵심으로 내세운 윤석열의 전략은 성공했고, 0.73%라는 최소의 득표율 차이긴 했지만 정권교체라는 열망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생으로 현실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을 시작으로 정제되지 않은 도어스테핑 발언들, 사적채용 논란, 경찰국 신설, 내부총질 문자 파동까지 스스로 자초한 문제들은 고스란히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코로나19 재확산이나 금리‧물가 인상의 압박 등 외적요인에 따른 지지율 하락보다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보 등에서 비롯된 지지율 하락이 더 가시적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탈북어민 북송 등 윤석열 정부 지지율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있긴 했지만 이것이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윤석열 지지율 하락, 반등의 여지 있을까

이명박 정부도 100일 전 지지율 10%대 기록

‘대국민사과’…국민 위한 낮은 자세 해법 될수도

보수진영 원로들 “메시지 관리, 대통령 바뀌어야”

권력투쟁 매몰된 여당, 尹정부 위해 원팀 꾸려야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것일까.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취임 100일도 안됐다라는 말은 뒤집어보면 앞으로 남은 시간이 많다는 말도 된다. 현재는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지층 결집과 내부 시스템 재정비로 얼마든지 반등을 꾀할 기회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정권 초기 불거진 ‘광우병 사태’로 취임 100일째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한 전례가 있었다. 정권 전체가 흔들리던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추가협상과 함께 ‘인적쇄신’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국민사과도 잊지 않았다.

 

주춤하던 지지율 하락세는 2008년 8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 정책들을 펴면서 떨어졌던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됐다. 

 

이명박 정부의 사례에서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이 배울 만한 것들은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자세’를 꼽을 수 있겠다. 스스로는 타당한 인사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면 어떤 형태로든 유감표명 또는 사과의 입장이 나와야 했다.

 

하지만 인사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시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발언과 삿대질이었다. 지지율 하락은 인사 그 자체보다는 잘못을 지적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수 원로와 석학들은 최근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대통령 본인은 물론 내각과 당도 전부 바꾸고 국민들에게 와닿는 민생 정책을 세심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가치를 향해 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없는게 아쉬운 점”이라 지적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검사만 한 사람인데다 성격이 소탈하고 굉장히 다이내믹하다”며 “현재 잘하냐 못하느냐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보수진영 원로들 역시도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에서 발생한 불공정 행태와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우선 메시지 관리나 대통령의 고압적 태도부터 변화시키고 정책으로 민심을 되돌리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인적쇄신도 큰 틀에서 메시지 관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보고를 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여름휴가 일정으로 어떠한 외부 행보를 잡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지율 반등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겠지만, 어쩌면 해법은 간단하다.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권에 깜짝 등장했을 때, 윤석열을 지지했던 국민 다수는 인간 윤석열의 능력보다는 ‘정권교체’를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환멸을 느낀 여론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듣기에 고까울 수는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경험이 많아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 기대한 국민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김종인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 “후보는 연기만 해달라”고 말했을까. 

 

이에 대해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기분 나쁘지 않았다. 선거운동조직이 정말 잘해줘서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굉장히 편하고 좋다. 연기도 쉬운게 아니다”라며 “대통령도 그렇지 않겠나. 참모조직이나 이런 데서 수정을 안해도 될 만큼 잘해오면 (대통령이) 필요한 다른 일을 더 하면 되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국민들은 많이 부족하고, 모르는게 많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그의 약속을 믿었고 그로 인해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정제되지 않은 허술한 메시지를 꺼내들기 보다 솔직하게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고 배워가려는 자세를 보여주면 될 일이다. 나머지는 참모들이 나서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는 낮은 자세로 경청하되, 참모들이 윤석열 정부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가차없이 교체하는 강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사실 국정운영은 대통령 한사람의 능력만으로 끌고 갈수 있는 일은 아니다. 수많은 참모들과 그 밑의 공무원 조직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하고 국회 내 여당과 야당이 합을 맞춰 견제할 때는 견제하고 지지할 때는 지지하면서 정부를 도와야 제대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 국정운영에 보탬이 돼야 할 여당은 ‘각자도생’에만 혈안이 돼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쫓아낸데 이어 배현진‧조수진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를 선언하는 등 내부적으로 ‘윤석열號 탈출’이 가시화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 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총사퇴가 아닌 ‘수성(守城:적의 공격이나 침략을 막기 위해 성을 지킴)’이다. 정치적 경험도 많지 않은 대통령이 스스로 바뀌어서 지지율을 반등시키기는 요원한데다 정권 말까지 시간도 많이 남은 상황에서는 보여주기식 2선 후퇴보다는 당내 권력투쟁을 버리고 이준석‧윤핵관 등 모두가 윤석열 정부를 위해 하나로 뭉치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인 김근식 전 실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정관계를 미운 놈 끊어내려는 권력투쟁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순간, 쓴소리를 내부총질로만 인식하는 순간, 직언에 버럭 호통으로 화답하는 순간 민심의 이반은 지속될 것”이라 꼬집었다.

 

김 전 실장은 “지지율이 떨어지는게 대통령실이 보필을 못해서, 내각이 보필을 못해서, 집권여당이 국정운영을 도와주지 못해서도 맞지만 국정운영을 도와주고 보필하고 조언했을 때 듣는 사람은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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