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 칼럼] 안개가 걷혀야 한다

강인 | 기사입력 2022/07/18 [07:55]

[강인 칼럼] 안개가 걷혀야 한다

강인 | 입력 : 2022/07/18 [07:55]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김광규 시인의 『안개의 나라』라는 제목의 시(詩)다.

 

▲ 안개의 나라 이미지

 

창밖으로 보이는 바깥 세계는 온통 ‘안개의 나라’다.

 

태고시절 공룡의 등어리처럼 쭈볏하게 솟아있는 도시의 그 거대한 건물들도 안개의 나라에선 몹시도 굴종적이다.

 

안개는 간밤에 진주(進駐)해 온 적군들처럼 그렇게 쳐들어와 모든 물상(物像)들을 제 품에 빨아들임으로 시야를 혼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광규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 안개에 나라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마치 토끼처럼 귀가 커다란 사람들만 모여 산다면서 안개의 불가시적(不可視的) 속성을 말하고 있다.

 

혹 깨어 계신 분은 지금 창밖을 내다보시기 바란다. 아니, 좀더 부지런하다면 신을 신고 문밖을 나서 보시기 바란다. 그래 봐야 사방에서 이런저런 소리는 들리지만, 안개 때문에 보이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결국 지금껏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토끼처럼 한껏 귀나 키운 채 그 안개 앞에 순순히 투항(投降)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그 위대한 안개의 힘 앞에 섣불리 대항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안개의 나라에서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들리는 것을 모두 믿을 수는 없다. 사실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만이 사실이다, 아니 진실이다. 그런데 볼 수 없어 망조(亡兆)가 들었다.

 

안개 때문이다.

 

안개는 비리를 덮는다.

안개는 거짓을 옹호한다.

안개는 흉악한 범죄를 허용한다.

 

예컨대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나, 그다음 해에 일어난 서해 공무원을 피격 사건만 하더라도 그동안 이런저런 소리는 들려왔지만 볼 수는 없었다.

 

정부에 드리워진 자욱한 안개 때문이었다.

 

그러다 이제야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사진 몇 장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보게 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인 국제 앰네스티 등 해외에서까지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안개가 걷혀야 한다.

안개가 걷혀야 범죄가 사라지고 평화로운 새 시대가 열린다.

 

지금은 당권(黨權)을 논(論)할 때가 아니다.

정치적 사리사욕을 탐할 때가 아니다.

조직을 분열시키는 노소(老少)의 철없는 몽니도 내려놓아야 한다

 

당직자를 위시하여 전 국민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국민통합을 이룸으로 진정한 국민의 힘을 세계만방에 나타내야 할 때다.

 

이것이 새 시대를 여는 첩경(捷徑)이다.

 

필자는 크리스천으로서 거의 매일 최소 다섯 차례(잠자리에 들기 전, 잠에서 깰 때, 그리고 세 끼 식사 때) 반드시 기도를 드린다.

 

감사와 함께, ”.....무엇이든지 믿고 구하는 것은 다 받으리라.(마태복음 21:22)”라는 약속의 말씀을 믿기 때문이다.

 

짧은 기도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 내용은 “이 나라에 새 시대가 열리게 하옵소서”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반드시 새 시대가 도래(到來)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땅을 수년간 지배했던 음험(陰險)한 안개가 강렬한 태양 빛에 물러가고 온 천지가 광명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광복(光復)의 의미일 것이다.

 

필자는 오늘이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여는 역사적 분기점(分岐點)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나라 방방곡곡에 안개가 걷히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니 문득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빈(Wien) 숲속의 이야기』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왈츠(Waltz)의 왕'이라 불리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대표적 왈츠곡인 ‘빈 숲속의 이야기’는 오스트리아 빈(Wien)을 둘러싼 숲의 정경을 그린 음악이다.

 

안개가 자욱한 숲, 그러나 곧 환하게 비치는 아침 햇살에 안개는 물러가고 한 목동(牧童)의 청아(淸雅)한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 숲속의 이야기’ / Johann Strauss II, ‘Tales from the Vienna Woods’

지휘 :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 연주 :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Wiener Philharmoniker)

 

왈츠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이 청아한 왈츠 음악과 함께 화창한 ‘새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자욱한 안개가 물러가고 아침 햇살이 환하게 비치면 『빈 숲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새 시대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정겨운 날이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강 인

예술평론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회장

 

※외부필진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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