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POP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전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BTS는 ‘잠깐 쉬어간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BTS 맏형인 진이 내년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활동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 때문에 하이브주가 역시 폭락했다.
일각에서는 BTS의 활동 중단이 멤버들의 군입대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BTS 군입대와 관련한 이슈는 지난 2018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논의됐지만, 여론의 반발이 적지 않아 실질적인 법개정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BTS가 쏘아올린 병역특례법 논쟁의 핵심은 ‘형평성’이다.
어디까지를 국위선양의 범주로 봐야 하는지, 예술‧체육 특기자를 어디까지로 국한시켜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BTS‧페이커‧오지환, 최근에는 반도체 관련 인력까지 필요에 따라 병역면제 카드를 마음대로 써먹는 모양새다. BTS가 군대를 가고 안가고를 떠나 지금의 병역법을 빠르게 손봐야 하는 이유다.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 기여’ 어디까지 인정? 문제 핵심은 ‘형평성’…논란 줄이려면 법개정 필요
순수문화‧스포츠는 Yes, 대중문화‧e스포츠는 No 세상은 변하는데…시대 반영 못하는 ‘낡은 병역법’ 尹, 반도체 병역 특례 꺼내…병역 면제가 장난인가
BTS 병역 특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8년의 일이다. BTS가 2018년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전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2018년부터 총 3차례에 걸쳐 UN총회에서 연설을 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BTS를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특별사절단 자격으로 UN총회에 참석했다. 한류‧한글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연소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전력도 있다.
이처럼 BTS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국위선양에 앞장섰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현재의 병역법 기준으로는 BTS에게 군면제 특례를 주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병역법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한다’를 골자로 한다. 법적용어로는 복무라고 쓰여 있지만 자기 분야에서 계속 활동을 이어가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군면제’로 통용되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라는 대목이다. BTS가 국위선양을 했는가, 그리고 예술‧체육 특기자로 봐야하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중문화 관련 여러 단체들은 순수문화예술이 아닌 대중문화예술은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단순히 콩쿨이나 대회수상 이력만을 국위선양의 기준점으로 잡으면 대중문화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작 외국에서 대한민국을 알게 되는 계기는 대중문화로 인한 것이 큰데도 말이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e-스포츠’에도 적용됐던 고질적인 문제다.
실제로 2018년 BTS 병역특례법이 이슈화 되면서 페이커(이상혁) 선수의 군면제 문제에도 불이 붙었다. 병역법 적용 대상은 체육 특기자인데, 지금까지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리 국제경기에서 혁혁한 수상을 하더라도 군면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물론 2022년 아시안게임에서부터 e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돼 프로게이머들의 군면제 길도 열리게 됐지만, 일련의 논란은 현재의 병역법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낡은 기준을 가지고 실효성 없이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기존의 병역법 기준에 해당한다고 해도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축구선수인 손흥민 선수와 야구선수인 오지환 선수에 대해 극과 극으로 갈린 여론의 태도를 짚을 수 있다.
손흥민 선수의 경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며 팀을 승리로 이끌어 많은 이들이 그의 병역면제를 응원했지만, 오지환 선수의 경우 계속해서 군입대를 미뤄온데다가 경기에 대타로 출전해 기여도도 눈에 띄게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야구계가 일부 선수들에게 군면제 혜택을 주고자 일부러 미필자 위주로 선수들을 꾸렸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금메달을 따고 나서도 논란이 거듭돼 선동열 대표팀 감독이 옷을 벗기까지 했다.
일련의 논란들은 현재의 병역법이 갖고 있는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뚜렷한 기준이 없다보니 인기가 많으면 병역면제, 인기가 없으면 병역이행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여론은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BTS‧손흥민‧페이커는 알아도 정작 군면제 받은 선수들 이름은 모를 것이다”, “국위선양은 대한민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다는 뜻 아니냐.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국위선양한 이들이 군면제를 못받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등등의 반응을 보인다. 형평성 문제가 계속될 바에야 아예 병역특례 자체를 없애버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BTS 병역특례법’으로 불리는 병역법 개정안은 2021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이후 여야 의원들의 찬반이 엇갈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물론 국방부에서는 “인구 급감으로 인한 병력 자원 감소가 가장 큰 이유이며 공평한 병역 이행을 고려했을 때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대상 확대는 선택하기 어렵고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BTS 병역면제에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 마저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해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 국방부에서는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반도체 관련 인력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반도체 병역 특례’를 꺼내든 것인데, 이 때문에 BTS 군면제 이슈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BTS가 활동중단 선언을 한 것도 '의도하진 않았더라도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지난 3년 간 인구 급감으로 인한 병력 자원 감소로 반대의견을 표명한 국방부가 최근 반도체 전문 인력에 대한 병역특례 확대를 검토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며 “대중문화예술인만의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닌, 국방부가 강조한 공평한 병역 이행이라는 기준에서 형평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TS가 국제적 관심을 끈다고 병역면제 논쟁에 불을 붙였던 문재인 정부나 반도체산업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병역특례를 이용하는 윤석열 정부나, 명확한 기준 없이 그때그때 입맛에 따라 ‘병역면제’를 만능카드처럼 써먹는 모습은 대다수 여론, 특히 군입대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20대 남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하다.
여론이 원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특정인에게 고무줄 잣대로 적용되는 병역특례가 아닌, 형평성 원칙에 따라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병역면제 제도일 것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가 하루빨리 ‘BTS 병역특례법’을 손봐야 하는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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