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카일 맥도널드의 빨간 클립 한 개

사회적 부채감으로 바라보는 연결사회

박항준 | 기사입력 2022/06/13 [13:53]

[박항준 칼럼] 카일 맥도널드의 빨간 클립 한 개

사회적 부채감으로 바라보는 연결사회

박항준 | 입력 : 2022/06/13 [13:53]

21세기는 대변혁의 시대다. 그간 지구의 주인공이었던 사피엔스가 새로운 인류인 사피엔스사피엔스에게 주인의 자리를 넘겨주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피엔스사피엔스들은 정보의 공유를 인정하는 ‘초연결 시대’를 열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우선으로 하는 ‘프로토콜 경제’를 이끌고 있다. 더불어 연결과 연대가 지속가능성을 넘어 연속되는 ‘예측가능사회’를 향해 나가고 있다.        

 

 

‘빨간 클립 한 개’는 새로운 시대의 중요 요소 중 하나인 ‘연결’에 관한 책이다. ‘비거 앤 베터 게임(bigger and better game)’으로 알려진 초연결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기적을 보여준 실화를 적은 책이기 때문이다. ‘비거 앤 베터 게임’은 자신의 물건과 교환을 원하는 사람과의 물물교환으로 더 가치 있는 물건으로 바꿔나가는 상향 거래 게임이다.      

 

‘비거 앤 베터 게임’은 요한 하위징아가 그의 저서 ‘호모루덴스’에서 설명하고 있는 놀이형 인간의 특성을 충실히 따르는 게임이다. 하위징아는 놀이형 인간이 가지는 특징으로 질서 있는 규칙과 지속가능성(동기부여), 더불어 선악을 초월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개방성을 들었다. ‘비거 앤 베터 게임’은 친환경에 매립되어 ‘아나바다 운동’도, 불쌍한 사람을 돕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재미가 깔려있지만 새로운 이들과 만나면서 그들이 갖는 관념과 관점을 이해하고, 과정을 즐기면서 연결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깨닫게 된다. 이 여정을 즐기기 위해서는 도전과 시작이라는 커다란 용기의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      

 

‘빨간 클립 한 개’를 읽으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 참여자 중에 부스터(booster)가 있었다는 점이다. 빨간 클립에서 시작해 물고기 펜, 문손잡이로 두 번째까지 고만고만한 물건들의 교환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세 번째 거래 희망자인 숀은 그간 거래 물품들과는 차원이 다른 캠핑스토브의 교환을 제안하게 된다. ‘비거 앤 베터 게임’을 이제 막 시작했다는 주인공의 말에 “볼펜이며 문손잡이며 고만고만한 것들만 거래하다 게임이 그냥 끝날 수도 있습니다. 나라면 당신에게 실제로 더 크고 더 나은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라고 숀이 말한다. 더불어 “무엇을 거래했느냐 보다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숀의 이 메시지는 ‘빨간 클립 한 개’가 단순 상향거래라는 사피엔스사피엔스들의 신기하고 흥미로운 연결 놀이에 감탄하는데 머무를 뻔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부스터인 숀은 인간의 가치 있는 ‘연결’을 통해 사회적 부채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귀중한 이야기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빨간 클립 한 개’는 연결사회에 있어 우리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것에 대한 사회적 부채감을 갚아나가는 것에 대한 도전과 시작을 응원을 하는 책이다.        

 

더불어 부스터에 대한 주인공의 의심과 이기심을 통해 우리 자신이 연결사회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은 부스터인 숀의 호의에 대해 ‘그에게 나는 쓰레기를 치워주는 청소부였을지 모른다.’, ‘숀이 집을 얻을 수 있다는 군침 당기는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나에게 (숀 자신에게는 쓰레기나 다름없이 가치가 없는) 저 캠핑 스토브를 떠넘기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순간적인 의심과 이기심을 발동한다. 빨간 클립 하나로 캠핑 스토브를 얻었다는 가치는 망각한 채 말이다. 연결사회에서 이 이기심과 의심을 억제하고 참여자를 믿어주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tvN 유퀴즈 방송 캡쳐


얼마 전 유퀴즈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의 결말을 통해 사회적 부채감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한국 남자이자 여권의 영어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해외여행을 대신 가게 된, 게다가 전혀 관계가 없는 이들의 추가 도움으로 휴가, 버스 그린카드, 여행경비 등을 후원받게 된 김민섭 씨가 여행을 돌아와서 스스로에게 한 다짐으로 ‘빨간 클립 한 개’의 결론을 맺는다. 

 

“지하철에서 예전 같으면 무심코 지나 보내던 사람들이 지금은 보인다.”

“혹시 저분이 나를 도와주지는 않았을까?” 

“내가 응원받은 것처럼 저 사람도 응원받았으면 좋겠다.”

“어떤 결정사항이 있을 때 머뭇거리게 된다…이제 나쁜 짓을 못하겠다.” 

“(나를 응원해주었던 얼굴 모르는 후원자들에게)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부채감이 있기 때문이다.”     

 

빨간 클립 한 개로 집을 얻게 된 주인공도 김민섭 씨와 같은 사회적 부채감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빨간 클립 한 개’라는 책의 매력이다. 

 

박항준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사)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이사

(사)우리경제교류협회 부회장

 

(공)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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