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외면하는 한솔그룹…아쉬운 조동길 표 경영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2/06/10 [11:45]

CSR 외면하는 한솔그룹…아쉬운 조동길 표 경영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2/06/10 [11:45]

요즘은 소비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의 가치소비, 기업의 가치를 중시한다. 단순히 매출을 잘 올리는지만 보는게 아니라 ‘착한 기업’을 인정해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식품‧유통 등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 업체일수록 ESG‧CSR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크다. 

 

‘종이’ 역시도 마찬가지다. 택배상자‧커피컵 등 종이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종이 1톤을 생산하기 위해 30년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종이와 관련된 업체야말로 ESG‧CSR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분야다.

 

정부에서도 기업들의 CSR 독려를 위해 세액공제 혜택 제공, 교육 및 컨설팅 지원 등을 아끼지 않으며 인식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한솔제지 매출·영업이익 늘었지만 CSR은 외면 

ESG도 위태위태, 한솔페이퍼텍 둘러싼 논란 확산 

남는 재원은 M&A에 집중…아쉬운 조동길 표 경영

재계 10위권→중견기업…한솔, ESG‧CSR 키워야 

   

현재 대한민국 제지업계 1위 업체는 ‘한솔제지’다. 하지만 한솔제지, 한솔그룹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의한 CSR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일각에서는 제지업계가 침체돼 CSR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하지만 한솔제지의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29% 늘어난 5476억1900만원, 영업이익은 54.9% 오른 246억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한솔제지는 코로나19 여파로 택배박스, 배달박스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덕분에 산업용지 부문에서 쏠쏠한 이득을 챙겼다. 거기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계속해서 인쇄‧산업‧특수용지 가격을 올려왔던 덕분에 인쇄용지 부문의 추락폭이 충분히 메꿔졌다. 증권가에서도 한솔제지의 실적회복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나고 나쁘지 않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한솔제지는 CSR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솔제지보다 더 영세한 규모의 기업들도 CSR 위원회 구성 또는 CSR 인증 취득 등을 내세우며 사회적 책임 경영에 발빠르게 나서는 모습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솔제지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다. 

 

ESG 역시도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창립 후 첫 ESG 채권 발행에 성공하며 눈길을 끌었던 한솔그룹이지만, 최근 한솔페이퍼텍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직원 사망사고에 더해 불법건축과 환경오염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담양군에서는 한솔페이퍼텍이 불법증축 등을 통해 건폐율 8.89%, 용적률을 10.55% 늘렸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외에도 한솔페이퍼텍은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이 나오는 고형연료를 과다하게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사실상 ESG 경영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각에서는 ESG 등급강등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때 범삼성가로 불리며 재계순위 10위까지 넘봤던 한솔그룹은 2015년 50위, 2018년 60위에 이어 현재는 아예 재계 순위에서 찾아볼 수조차 뒤로 밀려났다. 

 

줄어든 위상만큼 CSR에 대한 기업투자 역시 대폭 줄어들었는데, 지난 2019년 한솔홀딩스가 故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보유하던 지분 5.62% 전량을 한솔문화재단에 기부한 것 말고는 한솔제지에서 매년 기부금을 줄여가는 등 CSR을 대놓고 외면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로 쌓인 돈은 CSR이 아닌 M&A에 적극 투입되고 있다. 한솔제지는 성우엔비테크 인수, 태림포장 인수 검토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는데 그룹사인 한솔그룹에서도 사모펀드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스타트업 투자 등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현재 한솔그룹을 이끌고 있는 조동길 회장의 의중이 자리하고 있다. 2002년부터 회장으로 취임해 본격적인 경영활동을 이어온 조 회장은 남는 재원을 M&A에 적극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솔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공익사업에 열을 올렸던 한솔그룹의 창업주 故이인희 고문과는 다소 결이 다른 모습이다.

 

과거에는 다소 환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기업에 이익을 가져온다면 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일종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정도경영과 투명경영을 지속해야만 기업이 영속성을 갖고 지속가능 발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CSR비용에 대한 계획을 민감하게 수립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보여주기식 CSR 활동조차 하지 않는 것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외면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업계 환경과 분위기를 고려해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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