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디지털농경민 VS. 디지털유목민

언제까지 디지털농경민으로 갇혀 살 것인가?

박항준 | 기사입력 2022/02/21 [16:40]

[박항준 칼럼] 디지털농경민 VS. 디지털유목민

언제까지 디지털농경민으로 갇혀 살 것인가?

박항준 | 입력 : 2022/02/21 [16:40]

일과 주거에 있어 유목민(normad)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창조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들을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유목민)’라고 한다. 이전의 유목민들이 집시나 사회 주변부의 문제 있는 사람들로 간주되었던 반면 ‘디지털 노마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여 정보를 끊임없이 활용하고 생산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인간 유형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프랑스 사회학자 자크 아탈리가 그의 저서 '21세기 사전'에서 사용한 말이다. 

 

유목민은 가축을 먹일 풀을 따라 이동한다. 농경민에 비해 공간(땅)에 큰 욕심이 없다. 유목민에게 공간은 이왕 먹일 풀이 없으면 옮겨가야 하는 길목일 뿐이다. 따라서 유목사회는 동일한 공간 안에서 지속적인 경쟁과 협업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농경민의 삶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개성이 강하고, 공동체의 전통과 규율로부터 자유롭다.  

 

반면 농경사회는 한 공간에 정착해야 하기에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따라서  전통과 법률, 연공서열 등 공동체의 규칙을 만들고 따르게 하는 것이 사회를 유지키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전통을 따르다 보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변화에 둔감한  문화적 특성을 갖는다. 유목민 사회가 자원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포지티브섬 성격의 사회라면 농경사회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원을 나누는 제로섬 성격의 사회로 발전한다.

 

2천 년이 바뀌는 듀오 밀레니엄 시대의 초기에 터진 코로나 쇼크는 문명의 대전환을 가속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살고 있던 ‘디지털농경민’들을 물리적으로 ‘디지털노마드’로 전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탄생하게 되는 강력한 ‘디지탈노마드’는 공간에 매이지 않는다. 학교, 직장, 가정, 결혼, 출산, 주택, 고정자산, 저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정받던 가치들에 흥미가 적다. 공간보다는 시간을 다루고 싶어 한다.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기에 사전 조율을 통한 합의와 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창의적이기에 조직이나 전통, 관습에 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이들은 공간에 갇히고, 시간에 끌려 다니는 삶을 불행하다고 여긴다.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플랙스, 가치소비 등은 공간으로부터의 탈출하려는 ‘디지털노마드’들의 실험정신이 깃든 말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디지털은 받아들이지만 마인드는 농경민인 ‘디지털농경민’이 우리 사회의 주류적 질서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디지털 기술로 인해 바뀌는 새로운 가치 변화를 거부한다. 한정된 공간을 전제로 ‘경쟁’과 ‘나눔’의 가치를 두고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살아가고 싶어 한다. ‘디지털농경민’들에게 디지털은 편리한 기능일 뿐 이로 인한 가치체계의 변화는 거부한다. 

 

‘디지털농경민’들은 ‘디지털노마드’로의 시대적 전환 압력에 오히려 인문학에 파묻혀 위로를 받는다. 인문학은 지난 2천 년간 인류가 ‘공간’이라는 공동의 영역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모아놓은 학문이다. 역사시대 이후 인류에 의해 탄생한 신학, 철학, 역사, 처세서 심지어 과학 분야마저도 ‘공간’ 중심의 사회를 고도화시키기 위해서 만들어 놓았던  삶의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전통적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라이브 커머스, 모바일 결제, 비혼주의, 유튜버, 플랙스(flex) 등 이제껏 자신들의 공간 영역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문명의 변화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지난 수천 년간 성공과 행복한 삶의 기준으로 알고 있었던 가정, 주택, 재산, 주식, 좋은 대학, 인맥 등 ‘공간’ 영역에서 인정받던 가치들이 새로운 가치로 전환되거나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심에 ‘디지털 농경민’인 우리가 서 있다. ‘디지털농경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MZ세대들의 가치소비와 노마드(normad)적 행동에는 부러움을 표시한다. 자녀들의 결혼을 강력히 밀어붙이거나 유명대학에 가는데 이전처럼 목매지 않는다. 제주 한 달 살기 등에 자신들도 동참하기도 한다. 몸은 농경사회에 있는데 마음은 유목사회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에 있다 보니 머리가 복잡하다.  

 

결국 ‘디지털농경민’은 앞으로 ‘시대적 꼰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아는 것 안에서만 만족하며, 같은 공간 안에 있지 않는 이들을 배척하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21세기의 꼰대’다.

 

그들은 안주하려는 ‘공간’ 내에서 안전과 질서를 그리워하기에 ‘법’과 ‘지도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사회적 부조리의 원인을 정치인에게 돌리며, 사회적 전통을 강력하게 고수하기에 독재의 향수를 그리워하기까지 한다. 그러기에 스스로가 사회적으로 ‘디지털농경민’의 주류세력들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 유명 학자나 고전학자들의 이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디지털의 영향으로 소통을 강조하지만 자기 주관이 강하고 보수적이라 통섭은커녕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통의 방식을 평생 배워본 적이 없다. ‘디지털노마드’를 마음으로는 부러워하고, 머리로는 거부하지만 몸은 이미 ‘디지털 유목사회’에 살고 있다. 100세 인생이 되다 보니 앞으로 40~50년은 ‘디지털노마드’로 살아가야 하는 것에 한숨지으며 말이다.  

 

자!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에 따라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할 시간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제로섬 사회에서 담을 쌓으며 ‘디지털농경민’으로 외로이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기득권과 관념을 버리고 ‘디지털노마드’가 되어 문명적 전환을 누리며 함께 살 것인가를 말이다.

 

박항준  누림경제발전연구원 원장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대표이사

()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이사

()우리경제교류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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