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난 승부사 李…네거티브 중단 호소한 까닭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2/01/27 [14:53]

한 발 물러난 승부사 李…네거티브 중단 호소한 까닭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2/01/27 [14:53]

대선을 41일 남겨둔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진흙탕 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먼저 ‘네거티브 전략’ 중지를 선언하며 국민의힘도 이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대선의 전유물이었던 네거티브 전략을 집권당의 후보가 왜 갑자기 중지선언을 했는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권의 네거티브 전략이 실패한 것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이재명의 다음 수가 궁금해진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네거티브 전략

‘금도마저 무너진 동물농장의 혈투’

 

1987년부터 제13대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여․야당의 주요 전략은 집권여당 후보의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노태우 후보 제외) 및 선거기간 내내 국민의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네거티브 전략의 횡횡이었다.

 

이번 대선 역시 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 측은 윤석열 후보의 부인 및 장모의 각종 의혹 등을 줄기차게 제기, 이런 전략을 선거당일까지 끌고 갈 것임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 측은 이재명 후보의 형수욕설 및 대장동 개발 의혹 제기를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이 후보에 대한 검찰수사를 부르짖기도 했다. 그야말로 막가자는 식의 난장판과 같은 상황이었고, 최소한의 금도마저 무너져 동물농장의 혈투와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5일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 후 컨벤션 효과 등으로 한동안 윤 후보가 앞서가다가 쑥대밭과 같은 후보와 대표의 끝없는 알력 다툼에 더하여 후보와 총괄선대위원장(김종인) 충돌 등으로 그야말로 윤 후보의 지지율을 날개 없는 새들처럼 추락하였다. 마치 승패가 결정되어 가는 순간처럼 진행됐다.

 

▲ (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국민의힘, 이재명 캠프)

 

이 같은 난파 직전의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선대 위원장을 사퇴시키면서 비대해진 선대위를 해체하고 슬림화 시켰다. 일종의 막수 정치를 단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윤 후보 배우자의 7시간 녹취록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부분 공개됐다.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한방이 나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나 파괴력 있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녹취록 공개 후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도리어 상승했다. 마치 14대 대선 직전의 정주영 후보의 초원복국집 도청사건과 같은 역효과를 불러온 상황이다.

 

사실 역대 대선가도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제15∼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연속적으로 석패한 것은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및 가회동 호화 가족 빌라 타운에 대한 서민들의 울분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네거티브 전력이 먹혀들었을 뿐이었다.

 

이외 노무현 후보의 호화 요트 사건 및 각종 의혹과 이명박 후보의 수많은 전과 등 실로 어지러운 행각과 박근혜 후보의 최태민과의 의혹 제기는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야말로 네거티브 전략의 실패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민주당 측은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의 각종 의혹 제기로 윤 후보를 주저앉히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다. 그야말로 윤 후보 부인의 각종 의혹에 대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그럼에도 민주당 측 기대와는 다르게 윤 후보의 지지율을 추락하지 않고 도리어 상승기류로 전환했다. 민주당으로선 국면전환을 모색해야하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인적쇄신을 위해 송영길 대표의 향후 선거불출마 및 이재명 후보 측근 7인방의 이 후보 집권 시 임명직을 맞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재명 후보 또한 큰절을 올리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뭔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운이 여의도 정가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틀 후인 26일 오전 7시경부터 이재명 후보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기자회견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뜨기 시작했다. 9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은 반성과 다짐의 짤막한 내용이었고, 핵심주제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의 포기(중지)였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소년공 출신으로 입지전적 신화를 구축한 이재명 후보의 특장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모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즉, 표가 되고 국민이 원한다면 소신을 굽히면서 시대의 흐름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이점이 반대편으로 영혼 없는 정치인이라는 극단적 비난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합리적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는 것은 사실이다.

 

이재명 후보는 불과 한 달 전까지 ‘승리 예상’이라는 온실이 무너지고 광야에 내몰리고 있으며, 정세 반전을 위한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권하지 못하면 상대방이 없는 죄를 만들어 구속할 것이다”란 그의 호소가 냉혹한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비춰 집권을 향한 언어의 유희만은 아닌 현실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김건희를 무너뜨리면서 윤석열을 주저앉히겠다는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승부사 이재명의 다음 수가 기대된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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