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장고(醬庫)가 품은 자연의 그릇, 옹기(甕器)

김문성 | 기사입력 2021/09/01 [11:22]

경복궁 장고(醬庫)가 품은 자연의 그릇, 옹기(甕器)

김문성 | 입력 : 2021/09/01 [11:22]

“태양이 눈 부시는 지구는 하나/ 우리가 지킨다./ 출동!/ 지구특공대/ 

공해와 파괴를 즐기는 악당들/ 초능력 반지로 없애줄 거야./ 

땅, 불, 바람, 물, 마음/ 다섯 가지 힘을 하나로 모으면/ 캡틴 플래닛!/ 캡틴 플래닛!/

공해와 싸우는 우리의 영웅 지구를 위해 뭉쳤다./ 지구특공대/ 

자연을 살리자./ 지구를 지키자.” 

-지구특공대 캡틴 플래닛 주제곡-

 

1990년대에 제작 방영된 환경보호 주제의 ‘출동 지구특공대 캡틴 플래닛(미국 원작 Captain Planet and the Planeteers)’ 애니메이션 오프닝곡이다. 주로 1980년대 태어난 세대들에겐 어렸을 적 한 번쯤 들어봤을 추억의 노래 가사일 것이다. MZ세대인 필자는 지금까지도 환경 관련 뉴스 소식을 접할 때나 쓰레기 분리 배출을 할 때에는 이 노래 가사가 귓가에 맴돌며 이내 흥얼거리곤 한다. 

 

현재 지구촌은 인류의 발전으로 인하여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신종 바이러스들이 발생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하여금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으며, 인류는 인류에 의한 환경파괴에 대해 반성을 자각할 때이다. 실생활에서 우리가 지구를 살리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그 중 하나는 일회용품을 줄이고 친환경 생활을 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최근 전염병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두문불출 하게 되었고 언택트 문화가 발달하며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이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은 지구를 아프게 하는 주범 중 하나이므로 자연 친화성 용기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한민족이 오랫동안 사용하여 온 그릇 중 자연에 가장 가까운 그릇에는 옹기(甕器)가 있다. 옹기(甕器)는 자연으로부터 흙, 불, 바람, 물을 빌리고 장인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빚은 우리 고유의 독특한 음식 저장 용기이다. 또한, 그릇으로서의 그 쓰임이 다했을 때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 회귀의 특성을 가졌다. 그야말로 옹기는 땅, 불, 바람, 물, 마음의 힘을 하나로 모아 자연을 지키는 지구특공대 캡틴 플래닛을 닮았다.

 

그렇다면 옹기란 무엇일까. 옹기(甕器)는 질그릇과 오지그릇의 총칭을 말한다. 질그릇은 진흙으로 빚어 초벌구이를 한 그릇이고, 오지그릇은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약간 구운 뒤에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이다. 오지그릇의 ‘오지’는 오자기(烏瓷器)의 준말로 검은빛을 띤 고화도로 구워진 그릇을 칭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오지그릇은 표면에 유약처리를 하여 구우므로 방수성이 질그릇보다 우수하다. 그래서 간장이나, 술 등을 담는 저장용기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정보)

 

아름다운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청자, 백자, 분청사기 종류와 달리 옹기(甕器)는 소박한 서민의 삶 속에서 묵묵히 존재해 왔었다. 예로부터 한국인 특유의 발효음식 저장 용기 및 일상적 생활 그릇의 역할을 하였으나, 요즘은 옹기를 흔히 볼 수 없는 시대이다. 현대인들은 아파트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옹기를 대신하여 편리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그릇들을 사용하게 되었다. 지금은 지역 곳곳의 옹기 박물관과 문화유적지, 넓은 마당이 있는 고택, 김치나 장(醬) 종류의 발효식품을 만드는 곳 등에서 옹기를 만날 수 있다. 그 중 조선시대 궁궐의 장(醬)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경복궁 장고(醬庫)의 옹기를 살펴보자.

 

▲ 경복궁 장고에 상시 전시된 옹기(좌), 눈 쌓인 경복궁 장고의 옹기 / 문화재청 제공

 

경복궁 장고(醬庫)는 궁궐 내에 사용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을 항아리에 보관하던 장소이다. 주로 궁중연회나 제례, 수라상에 쓰이던 장(醬)을 관리 보관하던 곳으로, 장꼬마마(醬庫媽媽)라 불리던 상궁이 직접 관리하였다. 경복궁에는 2개소(함화당(咸和堂), 집경당(緝慶堂) 동측, 태원전 권역 동남측의 장고(醬庫)지가 있다. 2005년 경복궁 태원전 권역 동남측에 장고가 복원되었으며, 전국에서 수집된 옹기들이 모여 있다.

 

경복궁 장고(醬庫)안에 전시되어 있는 옹기들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옹기는 ‘독’ 이라고 한다. ‘독’의 종류에는 장독, 김칫독, 젓갈독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항아리’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익숙한 ‘항아리’는 사전적 의미로 아가리가 좁고 배가 부른 질그릇의 한 가지이며, 담겨지는 내용물에 따라 물 항아리, 쌀 항아리, 장 항아리 등이 있다. 

 

우리는 흔히 장독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장고(醬庫)안에는 3권역으로 나뉘어 지역별·용도별로 장독대처럼 옹기가 전시 되어있다. 이 옹기들은 생김새와 문양들이 다르다. 중부지방의 그릇은 입이 넓으면서 배가 가느다랗게 보이며, 호남지역은 입이 좁고 어깨부분이 풍만하다. 영남지역은 입은 좁지만 몸체가 둥근 모습을 취하고 있다. 중부 이북지역은 일조량이 많지 않으므로 입을 넓혀서 내용물이 햇볕을 충분히 받도록 하였고, 호남지역의 옹기는 입이 좁고 어깨부분이 넓어서 내용물이 수분의 증발을 방지하는 지혜가 담겨져 있다고 한다. (‘경복궁 장고지 정비계획 학술조사연구’ 정보)

 

경복궁 장고(醬庫)안에서 옹기들은 사계절 내내 반질반질 빛나기도 하고, 겨울엔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쌓이기도 한다. 평소 비공개 전각(殿閣)인 경복궁 장고(醬庫)는 짧은 기간의 특별 개방을 할 때가 있다. 2020년에는 10월 중순 가을에 특별 개방 행사가 운영되었다. 행사기간 동안, 장(醬)과 관련된 왕족의 식생활과 일화, 여러 종류의 장(醬), 발효음식 등 궁중식생활 자료가 전시되어 관람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였다.

 

▲ 2020년 경복궁 장고 개방 행사(좌), 경복궁 장고의 옹기와 발효음식  © 김문성

▲ 2020년 경복궁 장고 개방 행사 궁중음식 시연(좌), 경복궁 장고 개방 체험 행사 ‘순종 임금의 별찬’  © 김문성


2020년 경복궁 장고(醬庫) 개방 체험 행사로는 궁중음식시연 교육과 시식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소규모 인원의 사전예약을 통해서 참여가 가능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순종임금의 별찬’이라는 체험 행사는 도시락으로 시식을 대체하였다. 2021년의 장고(醬庫) 개방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아직 계획 미정이다.

 

조선시대 궁궐의 장 문화와 식생활을 알 수 있는 장고(醬庫)의 옹기(甕器)를 살펴보았다. 오랜 시간동안 발효음식과 함께 우리 삶 속에 스며있던 옹기는 무겁고 자칫 깨지기가 쉽다. 또한 냉장고에 보관하기 용이하지 못하다는 단점들을 지녔다. 그러다보니 빨리빨리와 편함을 추구하는 현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차츰 사라져가는 안타까움이 있다. 살아 숨 쉬는 그릇인 옹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들을 보완하여 실생활에 사용토록 하는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위기 속의 자연을 살리며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땅, 불, 바람, 물, 마음의 지구특공대 캡틴 플래닛을 닮은 옹기(甕器)에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김문성 (경복궁관리소 근무, 미술사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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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맨 2021/09/04 [21:30] 수정 | 삭제
  • 임금님들도 궁궐에서 김치를 담궈먹었군요. 유익한 기사 감사합니다. 글 자주 올려주세요
  • 광장 2021/09/02 [15:10] 수정 | 삭제
  • 좋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경복궁 장고에 가봐야 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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