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사랑 / 유경환

서대선 | 기사입력 2021/06/14 [08:48]

[이 아침의 시] 사랑 / 유경환

서대선 | 입력 : 2021/06/14 [08:48]

사랑

 

그 사람이 알지 못하게

마음 써준 일이

그를 사랑하는 동안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

영혼이 앞서 가는 길

뒤쫒아가며 돌이켜보니

 

그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게

마음 써준 일

잘했다는 생각

질그릇 가슴 바닥이듯 고여온다.

 

# ‘첫째, 진짜 별과 가짜 별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들 중에 이미 이름이 있는 별보다 우리 은하계 변방에서 반짝이는 별들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화천에 소재한 천문대를 방문한 내방객들에게 강조하던 내용을 귀에 담고, 천체 망원경 앞에 섰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것 중에는 전 세계에서 쏘아 올린 인공위성들도 별처럼 반짝이며 떠있다. 살아오면서, 별처럼 보이는 인공위성들과 백만 광년 동안 달려와 반짝이는 별들을 구분하려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이미 멋진 이름이 부여된 별자리가 아닌 무명의 별들을 눈여겨 본적은 있었던가.

 

자녀와 함께 온 가족들과 연인들과 사진 전문가들과 별들을 만나는 걸 기뻐하는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한 후에 천문대 마당을 거닐며 불 꺼진 북쪽의 마을을 말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동이 터오는 산맥들과 벌판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날아 밝아오자 방문객들이 하산하기 시작했다. 산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데, 일단의 군인들이 삽을 들고 대오를 맞추어 천문대 곁을 지나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화천 지역에서 육이오 전쟁 중에 산화하신 군인들의 유골을 찾아내는 군인들이라고 하였다. 하늘의 별자리를 찾아보던 천문대 근처 산비탈 어딘가에 사랑하는 가족과 조국을 지키려 치열한 전투 중 산화한 채,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무명의 별들이 묻혀 계셨다니... 

 

손에 삽을 들고 산속으로 들어가던 군인들의 발걸음이 눈에 밟혔다. 국가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편하게 별을 보러 올 수 있었구나 생각하니 울컥했다. 아직도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어느 산비탈에서 유골이 되어 계시는 분들의 “영혼이 앞서가는 길/뒤쫓아 가며 돌이켜보니”, 조국과 가족을 위해 산화하신 무명용사들이 ‘진짜 별’들이었던 것이다. 이제라도 무명용사들의 유해를 찾아내는 “마음 써준 일”이 그 분들의 커다란 “사랑”에 대한 보답이다. 아, 전날 밤 내가 천문대 망원경으로 찾아보았던 무명의 별들 속에는 화천 산골짝 어딘가에서 산화한 ‘진짜 별’들이 어두운 밤하늘에서 반짝이며 신호를 보냈던 것은 아닐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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