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서대선 | 기사입력 2021/05/17 [09:19]

[이 아침의 시]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 최두석

서대선 | 입력 : 2021/05/17 [09:19]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내일은 유니폼 같은 아웃도어 룩은 피하고, 멋지고 아름답게 입어주세요. 미술관 투어가 있어요’ 가이드가 특별히 당부했다. 다음날 오전 미술관 입구에서 줄을 서는데, 같은 색 상의를 입은 한 떼의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미술관 쪽으로 걸어왔다. 세상의 모든 색을 꿈꾸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화가들의 그림을 보려고 똑같은 색깔의 옷을 단체로 입고 줄을 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

 

왜 사람들은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집단의 소속임을 드러내고 싶어 할까? 특정 집단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은 소속감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집단 속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집단이 사회적 명예나 권위를 가진 집단이라면 더욱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으리라. 집단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이라면, 다양하고 탁월한 집단지성이 작동하고 외부와의 환류가 잘 이루어져 비판과 정보의 공유가 원활하다면 존경과 선망의 집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이 가진 유해 한 면도 간과할 수 없다. 집단의 속성이 폐쇄적일수록 집단 내의 객관적인 비판이 부재하게 되어 옳지 않은 견해라도 다수의견이 되면 동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동조 현상이 심해지면 자신의 집단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편 가르기와 혐오 행동이 만연하게 되고, 결국 집단의 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 발생하여 파국으로 치닫게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색깔과 종류로 특정 지역에 몰려 있는 꽃밭엔 날아드는 나비도 한정되어 있다. 나비들도 날아다니는 지역이 다르고, 꽃 색깔과 냄새에 따라 찾아드는 나비가 다르다. 예컨대, 흰나비와 노랑나비는 양지바른 풀밭에서 날고, 검은 나비는 숲과 양지바른 곳을 오가며, 흑갈색 나비는 잡목들 사이에서 날며 활동한다.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무슨 꽃인들 어떠리”라는 전언 속에서 시인은 패거리 문화가 가져오는 폐해가 사라지기를 바라며,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독특한 향기와 모습을 지닌 꽃이 되어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절로 웃음짓거나/저절로 노래하게” 되는 세상을 꿈꾼다. 또한 ‘프시케(Psyche)' 라고도 불리는 “나비”처럼 화해와 치유의 상징이 되어 너와 나 사이를 오가며 함께 “춤추고 넘놀” 수 있을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저절로 풀리게”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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