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민주당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4‧7 재보궐 참패 후 일주일, 당권경쟁 친문파 대거 포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1/04/15 [16:54]

[프레임] 민주당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4‧7 재보궐 참패 후 일주일, 당권경쟁 친문파 대거 포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1/04/15 [16:54]

 

  © 문화저널21 DB


4‧7 재보궐 참패 후 일주일, 당권경쟁 친문파 대거 포진 

쇄신·혁신 외쳤지만, 친문파는 조국사태 관련해선 비호  

“문자폭탄 또한 민심”…변하지 않은 모습에 실망하는 여론

과거 박근혜‧태극기 비호하고 나섰던 보수야당과 ‘닮은 꼴’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과 변화 등을 외치며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참패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차기 지도부 당권 레이스에 도전한 이들 중 다수가 친문인사들이었으며, 이들은 일제히 패배의 원인을 LH 사태로 돌리며 그 이전부터 국민들이 실망하기 시작했던 ‘조국사태’에 대해서는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한 친문인사는 아예 조국사태를 반성한다는 당내 초선의원들에게 쏟아진 ‘문자폭탄’에 대해 “그것 또한 민심”이라며 역성을 들었고, 당내 주류세력으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은 아예 강성 지지층들에게 좌표까지 찍어주는 촌극을 벌이는 형국이다. 

  

‘당심과 민심은 다르지 않다’는 민주당 친문세력의 발언이 무색하게 일주일 전 4‧7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은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고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어떤 부분에서 분노를 표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원인파악을 못한 모양새다.

 

▲ 4.7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8일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를 발표하고 사과하는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서울에서 58.2% 대 39.18%, 부산에서 62.67% 대 34.42%. 단순히 오차만 놓고 보면 서울에서 18.32%p, 부산에서 28.25%p의 격차. 집권여당의 처절하고 완벽한 패배였다. 

 

재보궐 선거가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 비위 문제로 치러졌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격차였다. 투표 당일 저녁 당황한 여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일제히 상황실을 빠져나갔고 다음날 최종결과를 앞에 두고 “저희들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 불과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단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약속했던 쇄신‧반성‧혁신 등의 문구들은 그새 빛이 바랬다.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현재 여당에서는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을 분석한 백서를 내겠다며 LH 사태와 부동산 실패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실상 국민들의 실망이 싹트기 시작한 출발점은 2019년 하반기에 불거진 ‘조국사태’였다. 이후 터진 LH사태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확신으로 바꾸는 쐐기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겪으며 촛불세력이라 불린 대다수 국민들은 그래도 진보정당은 보수정당보다는 청렴할 것이라 믿었다. 그랬던 민주당의 완벽한 배신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당시 여당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비호하기 바빴지만, 그때부터 국민들은 민주당을 평가하는 단어 중 하나로 ‘내로남불’을 마음 속에 새기기 시작했다. 

 

조국사태 이후 약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더불어민주당 핵심 세력인 ‘친문파’의 입장은 그때와 동일하다. 정확히는 쇄신을 하겠다며 차기 당권 출사표를 던진 이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 그것도 민심이다” -홍영표 의원 

“하나씩 잘라내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원식 의원

“조국사태는 총선을 통해 충분히 국민의 평가와 심판을 받았다” -윤호중 의원

 

차기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사태’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당권 레이스에 도전한 이들의 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친문 색채가 강하다고 분류되는 의원들은 대체적으로 조국사태에 대해서 크게 문제삼지 않는 모습이다. 

 

“조국사태, 논의 조차 금기시하는 당내 문화는 혁신해야 한다” -박완주 의원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말 못하게 하는 풍토는 바꿔야 한다” -송영길 의원

 

반면 친문색채가 다소 옅다고 평가받는 의원들은 조국사태에 대해 대놓고 잘못했다고는 하지 않더라도, 논의나 토론조차 이뤄지지 못하게 입을 막는 분위기는 바꿔야 한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당권 레이스에는 도전하지 않았지만 한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며 당내 소신파 의원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민주당에 일제히 쓴소리를 냈다. 

 

김해영 전 의원은 참패의 원인으로 부동산 실패 외에 조국사태를 꼽으며 “민주당이 너무나 큰 실책을 했다. 지금도 당에서 조국 전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고, 조응천 의원은 조국사태에 반성한다고 말했던 초선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이 쏟아지는 점에 대해 “당의 쇄신을 막는 폭력적 언행”이라 규정하며 당이 젊은 의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문화저널21 DB/자료사진)   

 

물론 당내 주류세력은 ‘친문’이고 이들을 지키고자 하는 강성지지자들 입장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죄악시하는 시선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민심은 당심과 달랐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민심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입시비리를 보고 과거 박근혜 탄핵 당시 정유라를 향한 공격을 퍼부었던 민주당이 어쩌다 이렇게 됐느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비위 문제가 불거지자 ‘성평등 사회 구현’을 외치며 여성친화정책들을 냈던 민주당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분노를 표출했다.   

 

거듭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속 청와대 인사들의 부동산 투자, LH사태를 바라보면서 여론은 재벌개혁 등을 외치며 가진 자들이 약한 자들을 위해 나누고 희생하고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던 정부여당 기득권 세력이 뒤로는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있었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꼈다. 

 

민주당은 조국사태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해 지자체장들의 성추문, 부동산 실패 등을 빚었고, 누적된 국민들의 실망이 이번 4‧7 재보궐선거로 표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민의힘에 ‘태극기’가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빠’가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과거 보수정당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 원인이 당내주류인 친박세력이 태극기를 비호하고 이들에게 휘둘리면서 였다면, 이번에는 민주당이 당내주류인 친문세력이 문빠를 비호하면서 발목 잡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차기 지도부가 친문 주류세력으로 구성된다면 아무리 쇄신과 변화를 약속한다 하더라도 민심을 돌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본격적인 당권 레이스를 앞두고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차기 지도부의 얼굴이 다가올 대선의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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