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운 행복

임용섭 | 기사입력 2021/02/15 [12:00]

리셋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운 행복

임용섭 | 입력 : 2021/02/15 [12:00]

19세기 말 모더니즘이 자라나기 시작하였고, 모더니즘은 문화 예술 분야의 사실주의와 합리성, 전통적인 신념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문화계도 침체와 혼란에 빠졌다. 이 시기에 문화계는 전쟁과 마주하며 격동의 시기를 겪는다. 문화 예술도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모더니즘 위에 전위예술 즉, 아방가르드 운동을 배양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으며, 그 결과 모더니즘의 엘리트주의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화 예술의 격동기는 1939년 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더 큰 혼돈 속에서 뒤섞이고, 변이 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경향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예술 경향은 ‘기의(Signified)’ 보다 ‘기표(Signifier)’를 중심으로 표현되었고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되기 시작한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연합군으로 뭉쳐 외계인과 전쟁을 하듯 코로나 19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환자와 사상자도 세계 1차, 2차 세계대전에 버금가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팬데믹은 전시상황처럼 사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당연히 문화 예술계 역시 정체기에 접어들게 되었고 제한된 콘텐츠를 생산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전시장과 상영관에서 자신의 창조물을 뽐내던 작가들은 숨어들었고, 작품은 묻히거나, 전시장과 상영장이 아닌 컴퓨터, 스마트폰, OTT 등을 통해 발표된다. 심지어 코로나 19는 집에 대한 개념도 새로운 공간의 개념으로 탈바꿈시키고 진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현재 각 문화 분야의 전시회와 페스티벌 등은 개막을 미루고 있다. 영화관은 상영 중이긴 하지만 감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관람객의 수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 현상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제작비 240억을 들여 제작한 ‘승리호’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승리호’는 코로나 19로 인해 극장 관람객을 포기하고, 거대 OTT 회사 넷플릭스에게 310억에 판권을 넘겼다. 방영 첫날, 전 세계에 방영된 스트리밍 된 영화 1위를 기록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제작사는 손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겠지만 세계 1위라는 놀라운 기록에도 불구하고 극장 상영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지 않았을까? 

 

이처럼 문화콘텐츠 제작과 발표는 위축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많은 창작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다. 이렇게 응축되고 축적된 문화 창작의 발상과 표현방식은 코로나 19 사태가 수그러질 때쯤 폭발적으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또한 코로나 이후에 문화 예술을 관람하는 수용자의 행태 또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문화 콘텐츠 산업이 기존 주류적 질서에서 ‘리셋(reset)’되리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색채 전문회사인 펜톤(Pantone)사는 올해의 색으로 노란색 계열의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과 회색 계열의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를 대표 색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팬톤사에 따르면 2020년을 겪으면서 지친 마음을 따뜻하고, 긍정적 힘을 주는 보완적 작용을 하는 색의 융합이라고 전한다. 회색은 ‘리셋(reset)’의 의미를, 그리고 노란색은 ‘희망과 환희’를 뜻한다. 노란색은 2002년 9.11 테러 사태 이후와 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사용했다. 

 

필자가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준비위원회도 2021년 SICAF 행사를 준비하는 데 철저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응축된 창작자들의 폭발력과 수용자들의 변화에 대한 적응을 대비하여 올해로 25회째를 맞고 있는 본 행사에 발맞춰 2021년 콘셉트를 ‘리셋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규정하였다. 2021년 새해를 맞이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 있어 새로움의 시작을 모두가 함께 즐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임용섭 조직위원장

[학력]

Ringling College of Art and Design , Computer Animation 미술학

국민대학교 미술관박물관학 석사

홍익대학교 영상학 박사 

[경력]

현 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부회장

현 한국애니메이션학회 기획정책 이사

현 (사)서울미술협회 기획이사

전 세한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저서]

「문화원형으로 본 애니메이션」(2018, 커뮤니케이션북스)

「(MAYA)애니메이션 기초: Ball bounce 편」(2011,동아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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