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클래식 색소폰 첫 번째 주자 손진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20/08/17 [16:55]

[인터뷰] 한국 클래식 색소폰 첫 번째 주자 손진

박명섭 기자 | 입력 : 2020/08/17 [16:55]

색소폰은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장점을 결합해 탄생한 악기

 

“색소폰은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장점을 결합해 탄생한 악기라 할 수 있다. 폭넓은 울림과, 저음부터 고음악기까지 음색의 통일이 잘 되어 있다.”

 

우리나라 클래식 색소폰의 첫 번째 주자라 할 수 있는 손진 전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지도교수의 색소폰에 대한 설명이다.  

 

▲ 색소포니스트 손진 전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지도교수 ⓒ 박명섭 기자


손 전 교수는 “목관악기는 테크닉은 화려하지만 볼륨이 작고, 금관악기는 볼륨은 크지만 테크니컬한 플레이가 어렵다. 그 둘의 장점을 합쳐놓은 것이 색소폰이며, 목관악기의 빠른 프레이즈, 빠른 테크닉과 금관악기의 크고 화려한 사운드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색소폰(Saxophone)은 1840년경 발명된 목관악기로, 대부분 황동(brass)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금관악기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나무로 된 리드를 통해 소리를 내기 때문에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색소폰은 큰 음량으로 군악대와 콘서트 밴드 악기로 유용하게 쓰였고, 아름다운 음색으로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편성돼, 클래식 음악에서도 널리 쓰이는 악기다. 1920년대부터는 재즈 밴드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색소폰은 소프라노(soprano), 알토(alto), 테너(tenor), 바리톤(baritone)이며, 그 중에서도 알토 와 테너 색소폰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재즈나 대중가요에 사용되는 악기로 많이 알려진 색소폰은 클래식 오케스트라에도 편성 되고 있다. 손 전 교수는 “색소폰은 사실 클래식에서 쓰기위해 만들어진 악기다. 전쟁 중에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재즈라는 장르와 만나 널리 사용됐고, 우리나라로 건너와 군악대나 미8군 등에서 재즈연주에 사용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졌기에 색소폰이 실용음악에만 쓰는 악기로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오케스트라에서도 1800년 중반 이전의 곡들에는 색소폰이란 자체의 악기가 없었으니까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곡가들이 작곡한 곡은 없지만, 그 이후에는 세계적인 작곡가들이 작곡한 곡들, 교향곡이나 소품에 색소폰이 굉장히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근대에 와서 작곡된 현대곡에서는 색소폰이 많이 사용되고, 색소폰이 들어가는 오케스트라는 편성이 매우 크다. 작곡가들이 색소폰의 화려한 음색을 알고 썼기 때문에 색소폰이 들어가는 오케스트라 곡에는 거의 한 악장 정도를 색소폰에 솔로를 다 할애할 정도로 색소폰의 활용도가 높다.” 

 

국내 대학 색소폰 첫 전공…첫 클래식 색소폰 지도교수

 

손 전 교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군인이셨던 아버지를 통해 처음 색소폰을 접하게 됐고, 중학교 입학 후 관악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연주하게 됐다.

 

▲ 색소포니스트 손진 전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지도교수  © 박명섭 기자


그는 국내 대학에서 클래식 색소폰을 첫 전공한 사람이자, 첫 클래식 색소폰 지도교수 이기도 하다. 그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색소폰 전공으로 진학하기 전까지 국내 대학에는 색소폰 전공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색소폰 전공을 지도하는 교수도 손 전 교수가 처음이다.   

 

손 전 교수는 고교시절 대학진학을 위해 색소폰이 아닌 다른 악기로 입시준비를 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색소폰 전공을 선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 입학하게 됐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색소폰을 연주했는데, 고2때 서울대학교에서 색소폰 전공을 선발한다는 말을 듣고 서울음대를 찾아갔다. 당시 오보에를 전공하던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색소폰이 아닌 다른 악기로 변경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대학을 가야하니까 1년간 클라리넷을 연주했는데, 그 또한 여의치 않아 진학을 잠시 뒤로 미루고 경찰군악대에 입대했다. 다시 색소폰을 연주하다가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만들어진다는 얘길 듣고, 제대할 때까지 열심히 준비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취업률 때문에 정원 줄이는 대학…우리 문화예술계로서는 손해

 

그는 대학에서 색소폰 전공 모집정원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대학이 학생들 취업률에만 신경쓰다보니 전공자 모집정원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체육 분야는 취업을 할 수 있는 문이 좁기 때문에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학들은 그런 걸로만 따지다 보니까 음악이나 체육 분야 학과를 줄이고 있다. 실적이 안나오다보니 학교에서도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겠지만 그 때문에 입시를 하려는 학생들도 줄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문화예술계로서는 손해다. 좋은 인재들이 많이 전공을 해야 좋은 연주자, 좋은 음악가들이 나오는 건데 그 전공 자체를 줄여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니까 점점 학생들이 줄고 있다.”

 

제자들 왕성한 활동·대회입상에 보람…색소폰은 전공자들에게 배워야

 

손 전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을 하고, 유학을 가고,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와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나, 여러 대회 나가서 입상하는 모습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보람을 전했다.  

 

색소폰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 하자 손 전 교수는 전공자들에게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색소포니스트 손진 전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지도교수  © 박명섭 기자


“색소폰은 표현영역이 타 악기들보다 조금 더 광범위한데, 모든 악기가 다 그렇겠지만 기본이 매우 중요하다. 전공이나 취미나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색소폰이란 악기를 어느 정도 즐기고, 연주를 할 수 있으려면 그에 따른 기본이 중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전공자들에게 지도를 받는 게 시간적으로나 여러 모로 옳은 방법이라 생각 한다”

 

“처음에 시작하기는 매우 쉽다. 우리나라에도 취미로 혼자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시작할 때 소리내기가 쉽고, 리코더와 운지가 비슷하기 때문에 시작하기는 쉬운데, 어느 정도 지나면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표현이 풍부하다’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인데, 그런 기술적인 부분을 배워야 많은 표현력을 가질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지 않고 독학을 한다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공연 횟수 작년의 20%수준…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악영향 우려 

 

올해 코로나19로 연주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손 전 교수는 “최근 공연이 조금씩 재개되고 있어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겠다 했는데, 다시 급증하는 상황이 되니 걱정이다. 공연 횟수가 작년의 20%수준인데, 그마저도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서서히 공연이 활기를 찾는 듯 했지만 최근 국내 확진자수 급증으로 다시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우려했다. 

 

손 전 교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음악원(학사), 네덜란드 로테르담음악원(디플롬, 석사)을 졸업하고, 3회의 독주회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윈드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비롯, 서울·수원·부천·원주·춘천·부산·구리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국방부교향악단, 국립경찰교향악단, 해군군악대 등과 협연 및 객원수석으로 활동해 왔다.

 

서울윈드 오케스트라, 서울 중구 구립 오케스트라 수석,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 강사, 서울예원, 예고 강사.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세종대학교 미래 교육원 음악학과  지도교수를 역임했으며, 다수의 대학 및 예고에 출강했다. 1999년 한국음악협회가 주최한 ‘제1회 한국 색소폰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현대음악 앙상블 ‘소리’멤버이자 국제예술진흥원 이사 및 음악감독, JAMA엔터테인먼트 연주자 및 음악감독, 야마하 뮤직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저널21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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